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안천인 Oct 09. 2023

긍정의 힘이 병을 이긴다.

다카오산 정상으로 찾아온 뇌졸중-3

救命救急病棟(구명구급병동)에서 하루를 지내고 7층 일반병동 뇌신경과 집증치료실로 병실을 옮겼다. 여기에 와서 보니 天仁보다 증세가 훨씬 더 심한 분들도 많다. 밤새 들려오는 환자들의 흐느낌, 고함소리가 남의 일 같지 않다. 얼마나 고통스러우면 저렇게 고함을 지를까?


좌반신 편마비를 받아들이기 힘들어 호각을 불지 않았더라면 하는 생각까지 잠깐 했더랬는데, 각종 뇌혈관 환자들이 모인 이 병동에 오니 天仁의 증세가 그분들 보다는 비교적 가벼운 것이라 고맙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후에는 옆자리에 새 환자가 들어왔다. 들어오실 때 얼핏 보니 8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자분이다. 뇌수술을 받으셨는지 머리에 붕대를 감고 있는데 방향을 제대로 인식하시지 못하는 모양이다.


“세오(瀬尾) 씨, 그러면 더 오른쪽으로 가시는 거예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세요.” 본인이 생각하는 것과 반대 방향으로 몸이 움직이는 모양이다. 그러고 나서 조용해졌나 싶었는데, 다시 간호사의 목소리가 들린다.


“세오 씨, 지금 누구랑 얘기하시는 거예요? “

“아버지요” 남편과 얘기를 한다고 하는 모양이다.

”세오 씨, 남편분과 아드님이 내일 오전에 면회를 오신다고 연락이 왔어요 “

간호사가 자리를 뜬 후에도 세오 씨의 혼자 대화는 계속되었다.

”이것도 더 드세요. 이것도 먹어봐~”

혼자서 중얼중얼, 가족들과 식사를 하는 꿈이라도 꾸시는 모양이다. 엄마와 비슷한 연세인 것 같은데 마음이 아프다. 아마 본인에게는 행복한 꿈이리라.


언어 인지능력에
손상을 입지 않은 것만으로도
너무너무 감사한 일


건너편 침대의 호리우치(堀内) 씨는 6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데, 내일 뇌종양 수술 예정이다. 링거가 갑갑한지 빼버려 링거 센서에서 비상벨이 울리고, 수시로 간호사들이 날아다닌다. 함부로 빼지 못하도록 간호사가 테이프를 칭칭 감아 둔 모양인데도 힘으로 빼 버리니 어쩔 도리가 없다고 간호사들이 하소연이다. 기억력, 인지력에도 문제가 있는지 天仁도 세 번이나 들어 수술 시간까지 알고 있는 내일의 수술안내를 들는 바 없다고 끝까지 우긴다. 쉬운 일본어 단어의 뜻을 몰라 무슨 말인지 자주 되묻곤 한다. 청력에도 문제가 있는 모양이다. 호리우치 씨에게는 죄송한 이야기이지만 天仁은 언어 인지능력에는 손상을 입지 않은 것만으로도 너무너무 감사한 일이다.


결혼을 하지 않으셨는지 엊그제 동생과 누님이 오셔서 수술을 결정했다고 한다. “누님이 왜 다녀갔지? 동생은 왜 왔을까?”라는 엉터리 같은 소리를 해 듣는 이를 안타깝게 만든다. 침대를 벗어나지 말라고 해도 계속 병실 밖으로 나가 간호사들을 당황하게 만들기도 한다.


오후에는 부산 봉생 병원의 이태윤 선생님이 연락을 주셨다. 이 선생님은 엄마의 주치의 신데, 치매, 뇌졸 중 등 이 분야 전문가이시라 누님이 이야기를 하신 모양이다. 처방약 리스트와 치료 계획서를 사진 찍어 톡으로 보낸 후 간호사에게 부탁해 통화 가능한 지정된 장소로 이동해 통화를 했다.


”의사로서 할 말은 아니지만 왼손을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 있어 정말 다행입니다. 발보다는 손의 쓰임이 훨씬 많습니다. 손을 사용할 수 없으면 보행훈련도 매우 어렵습니다. 골든 타임 내에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했던 것은 정말 잘한 일입니다. 실제로 골든 타임 내에 병원에 오시는 분들이 30%가 채 되지 않습니다. 골든타임이 지나서 병원 오신 분들은 완치가 어렵거나 후유증이 많이 남기도 합니다. 병원의 처방도 적절한 것 같습니다. 저라도 똑같은 조치를 취했을 겁니다. 궁금한 것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지금 상태에서 더 나빠지지 않도록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조금 움직일 수 있을 때 사고가 많이 생깁니다. 어차피 시간이 걸리는 싸움입니다. 절대 무리하시면 안 됩니다. 회복기 재활병원으로 옮길 때는 가능하면 선생님과 치료사가 많고 훈련 프로그램이 잘 정비된 곳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


주치의 후루키 선생이 적극적으로 도와주시고는 있지만 마음 편히 병세를 의논할 수 있는 한국의 선생남이 계시니 더 든든하다.


天仁은 이번주만 잘 넘기면 급성기(急性期)의 위급한 상황은 지나갈 모양이다. 이번 주 중에 일반병실로 옮겨 경과를 보고, 문제가 없으면 다음 주에는 회복 전문 재활병원으로 옮길 수 있을 것 같다. 天仁은 이 병원이 좋지만 이곳은 국립 재해 진료센터라 응급환자를 위해 병실을 비워줘야 하는 모양이다. 재활이 더 중요한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주치의인 후루키 선생도 바로 빨리 입원이 가능한 재활병원을 소개해 주시겠다고 한다.


암도 이기는 긍정의 힘


친구 지인들의 위로 문자도 속속 들어온다. 고맙다. 그중에 최근 큰 병을 극복한 초등학교 친구의 글이 큰 희망이 된다.


“힘들고 갑갑하겠지만 치료 잘 받고 재활 잘하길 바랄게. 나도 몇 년 전 건강에 적신호가 왔었는데

치료 잘 받았고, 지금은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어. '그래도 난 운이 좋아' 매번 맘속으로 새기며 그 힘든 시간들을 보냈어. 사람들은 투병이라 말하지만, 난 병과 싸우고 싶은 맘은 없었고, 잘 버티며, 그 또한  잘 지나가길 바랐어. 너도 긍정의 힘으로 잘 회복될 거라 믿어. 서울 오면 꼭 보자. “ 몇 년간 만나지는 못했지만 다른 친구를 통해 근황은 알고 있었는데 힘이 되는 글을 보내줘서 너무 고맙다. 역시 긍정의 마인드가 병을 이긴다. 


이전 10화 일본 병원에서는 개인 간병인이 필요 없습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