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토릭의 법칙3-3

양식 또는 표현

by Editor M

다음으로는 배열의 세 번째 단계인 ‘양식’ 또는 ‘표현’(elocutio, style)이라 불리는 수사법에 대해 설명해 보겠다. 수사법은 ‘수사학의 꽃’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런데 여기에 함정이 있다. 흔히들 무엇인가를 ‘~의 꽃’이라고 은유하지만,(은유가 바로 수사학의 ‘양식’에 해당한다) 실제로는 ‘얼굴마담’에 불과한 것을 에둘러 이야기한 것에 지나지 않을 때가 많지 않은가. ‘양식’은 국내에서 출간된 책마다 ‘양식’, ‘표현’ 또는 ‘문체’ 등으로 서로 다르게 번역됐는데, 영어로는 대부분 ‘스타일’(style)이라고 쓴다. ‘스타일리시하다’라는 말이 ‘멋있다’와 ‘멋 부린다’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개념이듯, 수사학에서 ‘양식’ 역시 어떤 책에서는 ‘미사여구법50)’(美辭麗句法)이라는, 다소 폄하하는 시선에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흔히들 ‘수사학=양식’처럼 인식하기도 한다. 앞서 살펴본 대로 ‘수사학일 뿐’, ‘공허한 수사학’이란 말 자체가 알맹이는 없고 미사여구만 남았다는 뜻으로 쓰이기도 하니 말이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들에 따르면 ‘양식’에 속하는 수사법 중 하나인 ‘은유’(metaphor)는 단순한 미사여구가 아닌 인간이 사고하는 구조에 깊숙이 연관된 것으로 파악될 정도로 중요한 개념으로 인정받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 제3권에서 ‘양식’을 다룬다. 그는 ‘문체’(양식)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연설가는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 아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고 그것을 어떤 식으로 말해야 하는지 알아야 하는데 이는 청중이 연설을 어떻게 받아들이냐를 결정하는 데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양식은 문체(文體, style)와 문채(文彩, figure)로 나뉜다. 문체는 고전 수사학자들이 구분한 대로 장엄체(gravis), 중간체(mediocris), 평이체(attenuata)처럼 전체 문장이 어떤 분위기를 풍기는가와 관련이 있고, 문채는 은유법, 직유법, 과장법, 완곡법, 의인법, 대조법, 도치법, 반복법 등 문장을 꾸미거나 비유하는 기법들을 말한다. 문제는 이런 기법들이 너무 많다는 데 있다.

지난 2008년 다산초당에서 나온 ‘수사법 사전’을 보면 순우리말로 정리한 수사법만 해도 72개에 이른다. ‘레토릭’의 저자 샘 리스는 오래된 수사학 지침서에서 엑셀 식의 말끔한 분류를 기대해서는 안 되며, 개념이 중복되어 있고 과다한 용어로 어지럽게 뒤엉켜 있다고 하였다. 하지만 우리가 수사학에서 쓰이는 양식(문채, 전의)을 제대로 이해하고 기억한다면 필요에 따라 그때그때 꺼내 쓸 수 있을 것이다.


레토릭이라고 하면 우리가 거의 매분 매초 접하게 되는 광고를 빼놓을 수 없는데, 레토릭의 기법 중 ‘양식’을 극대화해서 활용하는 분야가 바로 광고이다. 특히 창업자가 자신이 창업한 회사의 DNA는 기술과 인문학, 기술과 휴머니티(후마니타스는 키케로가 처음 쓴 말이다)를 결합한 데 있고, 그것이 우리의 심장을 ‘노래하게’ 한다 (It is in Apple’s DNA that technology alone is not enough—Technology is not enough- it’s technology married with liberal arts, married with the humanities, that yields us the result that makes our heart sing)고 한 애플의 광고들은 수사학의 교본을 보는 듯하다. 다음은 아이폰12의 인터넷 홈페이지 광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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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이 미국 홈페이지, 오른쪽은 한국 홈페이지 광고이다. 제품의 구동 속도가 ‘폭발할 정도로 빠르다’라는 의미를 ‘Blast past fast’라는 짧은 문장 안에 병행법(parallesism)과 유운(assonance) 반복법을 썼고, 빠른 스피드를 ‘폭발’로 은유 (metaphor)하는 수사법을 사용했다. 과장법이 사용됐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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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아이폰12의 두 가지 버전이 출시됐다는 사실을 ‘빅 뉴스’와 ‘미니 뉴스’로 알리고 있는데 대조법(antithesis)과 병행법, 반복법 등이 활용됐다. 게다가 자사의 제품 출시에 불과할 수도 있는 사실을 ‘뉴스’라고 넌지시 홍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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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종의 말장난(puns)이자 위트인 ‘유음중첩’(소리가 비슷하나 뜻이 다른 단어를 사용하는 것, paronomasia)의 수사법을 사용했다. 영어 광고에서는 ‘5G’와 ‘OMG’(Oh My God)가 시각적으로만 중첩될 뿐이지만, 한국어 광고에서는 ‘5G’와 ‘신나G’가 시각과 청각적으로도 겹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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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버전과 한국어 버전이 완전히 다르게 설계됐다. 번역하는 과정에서 문화적 차이와 한국지사의 재량권을 인정한 듯하다. 방수가 뛰어나다는 주장을 영어로는 ‘H2OK’(H2O+OK)라고 ‘중의법’(syllepsis)으로 위트있게 표현했고 한국어 버전에서는 ‘물도 물론 문제없지’라고 두운(alliteration)의 반복의 레토릭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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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그림은 그 반대다. 영어로는 라임(rhyme)을 맞추는 각운법을 썼다. 한국어로는 딱히 표현하기가 마땅치 않았는지 애플답지 않은 평범한 문구가 나왔다. 그래서 이 광고를 보면 수사법을 잘 썼느냐, 아니냐에 따라 어떤 차이가 생기는지 비교하기 좋다. 이처럼 애플의 광고들은 말 그대로 ‘현란(絢爛)한’ 레토릭이 전시돼있는 레토릭의 백화점이라 할 수 있고, 소비자들은 애플 제품뿐 아니라 이런 레토릭에 설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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