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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다니엘 Nov 14. 2024

그래서 무얼 공부하는데?

뭐? 지속가능한 시스템 공학?

평생을 살아온 우리나라에서 독일로 삶의 터전을 바꾸게 된 계기는 기후변화에 관련하여 최고의 전문지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고, 이는 독일 사회가 이 문제를 진심으로 대하고 있다고 생각해서였다. 그리고 그건 학문에서도 나타났는데, 전통적인 학문으로 이 문제를 대응하는 것을 넘어 여러 분야의 학문이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융합 전공, 학문 분야를 구성하려는 노력이 있었다.


그렇게 첫 발걸음을 시작한 곳이 내겐 뮌헨공대였고, 1년이 지난 이후 프라이부르크로 학과를 옮기기로 결정했다.


처음 공부를 시작한 뮌헨공대의 학과 이름은 'Sustainable Management & Technology'였다. 우리말로 하면 '지속가능한 경영과 기술' 정도로 말할 수 있겠다. (무슨 학과 이름이 이래? 기계공학, 전기공학, 경영, 경제도 아니고...?)

경영 분야에서 독보적인 뮌헨공대 (공대가 경영에서도 1등..?) | 출처: TUM


우리에겐 생소할 수도 있으나, 'Management & Technology'라는 학과가 이 뮌헨공대 학과 중에서 꽤나 유명한데, 경영과 경제 분야와 더불어 기술적인 부분, 즉 수학, 공학적 지식 등을 모두 다루는 프로그램이다. 기존에 있던 프로그램에 지속가능성의 개념까지 더하니, 내겐 이상적인 프로그램을 느껴졌다.


하지만 이 학과의 목표가 너무 이상적이었을까. 적어도 내겐, 이 프로그램이 다루고 있는 ‘기술’적 분야가 다소 빈약하다고 느꼈다. 본인이 원하면, 최대 50%까지 기술 분야를 집중할 수는 있지만, 이것만으로 기술 분야의 전문지식을 원하는 만큼 쌓는 게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눈을 돌리게 되는데, 이것이 프라이부르크로 가게 된 제일 큰 이유이다.




내가 진학한 프라이부르크 대학의 학과명은 다음과 같다. Sustainable Systems Engineering. 우리말로 하면, 지속가능한 시스템 공학 정도로 말할 수 있다. (이것도 이름이 요상한데...?)


출처: INATECH, Uni Freiburg


학과명에 엔지니어링이 붙었으니, 공과대학이다. 이 학과의 모토는 기후변화, 인류의 미래를 위한 지속가능성에 관한 기술적인 해법을 제안하고자 함에 있는데, 이의 핵심 축으로는 에너지 시스템, 재료과학 (Material Science), 레질리언스(Resilience)가 되겠다. 이 학과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은데, 지금으로부터 9년 전, 2015년, 프라이부르크 내 연구기관인 다섯 프라운호퍼 연구소와 프라이부르크 대학이 기후변화에 대한 기술적 해법을 다루겠다는 목표로 설립되었다.


인류의 미래를 위한 공학이라. 적어도 내가 생각했을 땐 개인이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최선의 방향이라 생각했다.


학과에선 다양한 기술적 해법에 대해 다루는데, 지금의 화석연료 기반의 시스템을 지속가능한 에너지 시스템으로 바꾸는 에너지전환의 여러 기술 분야가 제일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에너지 분야에선 우리가 쉽게 상상할 수 있는 것처럼 태양과 풍력 에너지가 주가 될 것이요, 이외에도 히트펌프, 에너지 효율 빌딩 등의 냉난방과 관련된 분야, 전기차, 수소, 에너지 저장장치 (Energy Storage), 전력전자 (Power Electronics), 반도체 공학 등을 꼽을 수 있다. 세부적으로는, 태양전지 (Solar Cell),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통해 다루는 수학적 모델링 내지는 프로그래밍, 이외에도 재료 사용에 관한 순환경제 내지는 전생애주기 (LCA) 등의 분야로 나눠진다.


이처럼 학생들은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다양한 기술적 해법에 관해 본인의 흥미에 따라 진로를 선택할 수 있다. 어떤 분야는 대단히 컴퓨터공학과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어떤 분야는 지속가능성이라는 큰 틀 아래에서 정책적인 분야 등을 다루기도 한다.

이렇게 본인이 원하는 대로, 2년 간 (말이 2년이지, 2년 안에 졸업하는 이는 정말 많이 없다...) 이 프로그램의 큰 틀에서 미래를 위한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공부한다.


이 많은 선택지 중에, 필수적인 과목을 제외하곤, 나는 에너지 시스템 분야에 집중했는데, 이는 에너지가 기후변화의 핵심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중에서도, 이 시스템을 어떻게 수학적인 모델로 만들고, 이를 컴퓨터로 구현하여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지를 내 학업의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


입학하고 2년이 지난 지금, 전반적인 지속가능한 시스템이라는 것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렸고, 세부적인 전문지식과 산업 내지는 학계, 연구 분야에서 실제로 써먹을 수 있는 역량을 갖출 수 있었다.


그런 면에서 돌이켜보면, 내가 뮌헨공대를 떠나 이곳을 오게 된 건 참으로 잘한 일이었다. 아니, 우리나라를 떠나 독일을 오겠다는 선택을 잘했다고 할 수 있겠다.


혹시나 관심이 있을 독자들을 위해 링크를 남겨본다.

https://www.mgt.tum.de/

https://www.inatech.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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