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현장에서 19화

교도관의 목소리

교정공무원의 노동권

by 정준영
일이 아무리 힘들어도
우리에게 말할 권리는 없었다.


수형자를 관리하는 교도관들의 근무 여건은 녹록지 않다. 밥을 먹으면서도, 잠을 자다가도 언제 터질지 모를 긴급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교도소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지내야 하고 보안을 이유로 휴대전화 사용도 제약받는다. 수형자들을 대하기는 점점 어려워진다. 한 현직 교도관은 "멱살 잡히고 욕먹어도 그저 참는 방법밖엔 없다"라고 토로했다. 수형자가 교도관을 고소·고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정보공개청구 제도가 교도관을 괴롭히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한다(물론 모든 수형자가 악의적인 것은 아니다). 과거 보안과 교도관들은 '3부제'로 근무했다. 일근-야근-비번 순이다. 너무 가혹하다는 지적에 '4부제(일근-야근-비번-휴무)'로 변경됐다. 하지만 최근엔 코로나19 때문에 사실상 3부제 시절로 돌아갔다는 원성도 나온다.

교도관의 목소리2.jpg [단독] 교도관 '수당 소송' 10년 만에 결론…"식사·휴식시간도 근무" 인정 / 2022.02.12 TV조선 뉴스7 갈무리

근무수당은 교도관들을 더욱 무기력하게 한다. 식사도 휴식도 모두 교도소 안에서 해결하고 일이 터지면 바로 뛰쳐나가는 게 현실이지만, 그중 일부에 대해서만 시간 외 근무수당이 지급된다. 이에 대한 부당함은 이미 10년 전부터 제기됐다. 전·현직 교도관 약 4000명은 정당한 시간 외 수당을 달라며 2013년과 2015년 두 차례에 걸쳐 법무부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교정본부는 법무부 소속이다).


그리고 2022년 1월과 2월, 두 소송의 1심 판결이 연이어 나왔다. 결과는 원고 일부 인용. 법원은 "원고들의 식사시간과 휴식시간이 업무상 지휘·감독을 벗어나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해당 시간에 대해서도 시간 외 수당이 지급돼야 한다고 봤다. 두 판결이 확정된다면 소송에 참여한 교도관들은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3000만 원 이상 밀린 수당을 받을 수 있다. 이 경우 법무부가 원고들에게 지급해야 할 수당 규모는 총 320억 원에 달한다. 1심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문제가 근본적인 해결된 것은 아니다. 과거에 지급받지 못한 수당의 일부를 소송으로 청구한 것일 뿐, 제도 자체가 바뀌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법무부는 "경찰청 현업 공무원의 휴식시간은 수당 지급 대상이 아니"라는 판례를 근거로 불복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법적 다툼은 계속될 전망이다.

교도관의 목소리1.jpg [단독] 교도관 '수당 소송' 10년 만에 결론…"식사·휴식시간도 근무" 인정 / 2022.02.12 TV조선 뉴스7 갈무리

이 사건은 소송이 제기될 땐 대대적으로 보도됐지만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난 탓인지 선고일을 주목하는 사람은 없었다. 심지어 법원 공보판사들도 해당 사건을 언론사에 알리는 주요 사건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나는 수개월 전 회사 제보 채널에 수당 관련 하소연을 하던 한 교도관과 연락을 유지해 오던 터라 제때 기사를 쓸 수 있었다.


현재 교도관들은 언론에 몰래 제보하는 것 말곤 목소리를 낼 수 없다. 직장협의회(직협)와 노동조합 가입은 법적으로 금지된다. '공무원직장협의회의 설립ㆍ운영에 관한 법률(공무원직협법)' 제3조는 직협에 가입할 수 있는 공무원의 범위를 정하고 있는데, 교정공무원은 포함돼있지 않다.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공무원노조법)'은 아예 교정공무원의 노조 가입 금지를 명시하고 있다. '공공의 안녕과 국가안전보장에 관한 업무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법은 설명한다(법 제6조 2항 3목).


한편 재작년 6월엔 경찰직장협의회가 첫발을 내디뎠다. 공무원직협법 개정으로 경찰공무원도 직협 가입 대상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6일엔 소방공무원노조가 출범했다. 공무원노조법이 개정되면서 소방공무원도 노동조합 가입이 가능해졌다. 한 교도관은 "우리는 '3D(Dirty·Difficult·Dangerous)' 직업이다. 경찰에겐 수사권이 있고, 소방관들은 공경을 받지만 우리는 공격을 받는다"며 "직협이나 노조는 금지되고 언론사와 인터뷰하면 징계를 받게 되니 우리의 권리를 주장할 수단은 소송뿐이었다"라고 자조 섞인 한숨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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