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현장에서 11화

미국 부통령을 잡아라!

북한과 평창 동계올림픽

by 정준영

"미국은 세계무대에서 도전받지 않으려는

북한 정권의 프로파간다 가식을 허용하지 않을 것"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평창 동계올림픽을 관람하기 위해 방한했다. 우리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을 쫓아다녔다. 그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형성되는 남북 화해무드가 대북제재 기조를 흐리지 않도록 연일 강경한 발언을 내놓고 있었다. 그러나 미국 부통령의 동선 파악은 녹록지 않았다.


일단 펜스 부통령이 묵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강릉의 특급호텔을 직접 이 잡듯이 뒤졌다. 먼저 찾은 A 호텔엔 경호원이 한 명도 없었다. 호텔 직원들에게 미국 부통령의 투숙 여부를 물었으나 모두 “호텔 규정상 알려줄 수 없다”라고 답했다. 만약 '그는 이곳에 없었다'라고 속 시원히 말해줬다면 일찌감치 다른 호텔로 갈 수 있었을 텐데, 투숙 여부 또한 고객의 보호받아야 할 개인정보였던 것이었다. 우리를 불쌍히 여긴 한 직원이 "B 호텔일지도 모른다"라고 말해줬다. 딱히 뭘 알고 한 말은 아닌 듯했지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그저 가볼 뿐.


강릉의 또 다른 대형 호텔인 B 호텔. 경찰이 입구서부터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고 로비엔 큼지막한 금속탐지기가 설치돼있었다. 올커니, 또 호텔을 샅샅이 훑. 하지만 세계 각국의 올림픽 대표단은 지겹도록 마주쳤음에도 펜스 부통령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한 호텔 관계자는 "미국 부통령은 호텔을 여러 군데 예약한 후 그중 한 곳에 묵는다"라고 귀띔해 줬다. 천조국 부통령 경호를 너무 만만히 본 것이다.


막막했다. 강릉의 모든 호텔을 뒤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시간이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사이 펜스 부통령이 서울에서 밤을 보냈다는 기사가 났다. 이중 삼중의 보안.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 애초부터 미국 부통령을 불시에 인터뷰한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것이었다. 갑자기 허무가 밀려왔다.


하지만 뉴스 시간은 아직 멀었고, 서울에 계신 '윗분'들은 이런 비참한 현장의 사정을 이해해주지 않는다. 계획을 바꿔 펜스 부통령이 서울에서 강릉으로 이동하는 장면을 포착하기로 했다. 펜스 부통령은 이날 저녁 열리는 미국 스케이트팀 경기를 보기 위해 강릉으로 올 예정이었다. 그런데 그 동선은 또 어떻게 파악 것인가. 펜스 부통령은 비행기와 기차 중 비행기를 타고 올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공항도 한두 곳이 아니었다. 고민 끝에 군 공항인 강릉비행장으로 이동해 ‘뻗치기’를 시작했다.

강릉비행장 근처 구멍가게에서 컵라면을 먹고 캔커피를 마셨다. 화장실에도 다녀왔다. 주민들과 관광객들은 우리를 신기하게 바라봤다. 그러고도 해가 질 때까지 몇 시간을 기다렸지만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 알고 보니 펜스 부통령은 이미 공항에 도착했고, 인적이 드문 쪽으로 빠져나간 뒤였다. 인력이 수십 명이면 모를까 고작 몇 명이서 미국의 부통령 동선을 따라잡는다는 건 역시나 불가능한 일이었다.


어쨌든 부통령의 뒤통수라도 찍어야 했다. 부리나케 강릉 아이스 아레나로 달려갔다. 올림픽 취재진 비표가 없는 우리는 검문에 막혀 차를 돌려야 했다. 비표는 올림픽 경기를 취재하는 스포츠 기자 중 등록된 사람에 한해 발급된다.

김영남과 김여정 / 직접 촬영

이날 저녁 펜스 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 만났다. 애초 펜스 부통령은 미국 스케이트팀 경기만 보려 했으나, 문 대통령이 아이스하키 단일팀 경기를 앞두고 근처에 있던 김영남과 김여정 등 북한 대표단과 만남을 주선하려 한 것이다. 하지만 펜스 부통령은 끝내 북한 대표단을 외면하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그는 전용기 안에서 "북한이 영구적이고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추진하지 않는 이상 대북 압박 공조엔 영향이 없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그의 전용기가 어디 있는지 알 있었다면 인터뷰를 딸 수 있었을까? 그의 주변에 접근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겠지만, 설사 가능했더라도 마 마이크를 들이대기도 전에 경호원들에게 붙잡혀 쫓겨났을 것이다. 우리는 처음부터 신기루를 으려 했던 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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