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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날들의 기록

고립의 시간 속에서

by 홍페페

명절 이후부터 정신이 없었다.
아기가 설사를 하고 감기에 걸리면서, 연휴는 그저 돌봄의 전쟁터처럼 지나갔다. 연휴가 끝난 지금도 우리는 여전히 자가격리 중이다. 벌써 2주째다.

감기가 옮을까 문화센터도 못 가고, 모임도 만들지 못했다. 답답한 마음에 잠깐 바람을 쐬러 나가도 유아휴게실을 쓰기가 눈치 보인다. 다른 엄마들이 불쾌해할까 봐 괜히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요즘은 한창 아기의 ‘모국어 뇌’가 발달한다는 시기라는데, 남편이 출근하고 나면 집 안은 적막하다. 내 말만 공허하게 울린다. 어른과의 대화를 들려줘야 한다고 하는데, 그럴 여건이 되지 않는다. 죄책감이 몰려오지만 당장 방법이 없다.

그래서 남편에게 부탁해 본다.
“퇴근 조금만 일찍 해줘, 대화라도 좀 하게.”
하지만 말수가 적은 우리 부부 중에서도 특히 말이 짧은 남편은, 인위적으로 대화를 시도하면 오히려 더 어색해진다. 마치 로봇처럼 대답하는 남편을 보면 화가 치밀어 오른다.
그럼에도 이내 마음을 다잡는다.
그래도 내 말을 들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그 30분의 대화 시간이라도 소중히 여겨본다.

다음 주는 아이가 낫겠지.
약속도 다시 잡을 수 있겠지.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이며 오늘도 아이를 케어한다.
혼잣말이라도 해본다. “우리 오늘도 잘했어.”

조급해하다가 내 멘탈이 무너지면, 언어노출이고 뭐고 아이의 정서에 더 나쁠 테니까.
과유불급이라는 말을 되뇌며 이 시기를 조용히 지나가 본다.

언젠가 오늘의 고립도, 내일의 대화가 되어 있을 거라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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