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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엄마와

무너진 자리에서 다시 자라나는

by 홍페페

아기를 돌보며 무너지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정신이 건강한 사람도 아기를 하루 종일 혼자 보는 건 힘들다고들 하지만, 나는 특히 더 고됐다. 인간관계 트라우마가 있어서 말 한마디 하는 것도 조심스러웠고, 언어노출이라는 말이 이렇게 버겁게 다가올 줄 몰랐다.

산후우울증은 없었다고 생각했지만, 아기가 7개월쯤 되었을 때부터 고립감이 깊어졌다. 그 시기엔 남편과도 자주 싸웠다. 불안과 피로를 안은 채 남편을 몰아붙였다. 그럴수록 남편은 점점 무표정해졌고, 나 역시 그런 남편에게 화가 났다. 그 악순환이 이어졌다.

겨우 마음을 다잡고 ‘행복만 생각하자’고 되뇌던 때, 아기가 아프기 시작했다. 문화센터도, 외출도 중단되었다. 하루 종일 집 안에서 울음을 달래고, 이유식을 만들고, 또 울음을 달래는 날들의 반복. 거기에 생리 전 증후군까지 겹치니 감정이 바닥을 쳤다.

그때 남편이 말했다.
“연차 쓸게. 하루쯤 자유시간 가지자. 일본여행도 다녀와.”
그 말이 고마웠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 아기가 많이 울었던 그날, 일이 터졌다.

같이 살고 있는 엄마와의 트러블이었다.
이미 서로 예민하고 지쳐서 말을 아끼며 지내던 중이었는데, 아기가 계속 우는 걸 본 엄마가 내 상황을 듣기도 전에 나를 아동학대범 보듯 몰아붙였다. 너무 충격적이었다.

대화를 시도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CCTV가 없어서 신고를 못 한다”는 말을 듣고, 몸이 굳어버렸다. 그 순간 그동안의 모든 노력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숨이 막히고, 눈앞이 아득해졌다. 공황이 왔다.

남편이 중재하려 했지만 내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엄마가 집을 나가겠다고 하자, 나는 울면서 소리쳤다.
“나 때문에 나간다는 말은 하지 마!”

결국 울고불고 그럼에도 대화를 하며 서로의 상처를 꺼내놓았다.
엄마는 자신이 과했다는 걸 인정했고, 나는 내가 엄마를 너무 닮았다는 걸 깨달았다.
엄마가 말하던 “나는 참다 참다 폭발해 버려”라는 말을, 이제 내가 남편에게 그대로 되풀이하고 있었다.

그 사실이 너무 충격이었다.
나도 모르게, 그토록 싫었던 방식을 대물림 하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은 멈추기로 했다.
심리상담을 다시 시작하고, 요가든 병원이든 내 마음을 돌보려 한다.
다시는 외부의 말 한마디, 상황 하나에 의해 무너지고 싶지 않다.

이 모든 일이 성장의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나는 아직, 엄마이기 이전에 인간으로서도 자라는 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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