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사이에서 다시 흙을 그리워하며
한때는 주말마다 흙을 만지는 게 삶의 중심이었다.
이제 텃밭 3년 차가 되었지만, 요즘은 체력을 온전히 아이에게 써도 늘 모자라다.
자주 갈 수는 없다. 그래도 무를 심는 시기처럼 큰 이벤트가 있거나 정말 힐링이 필요할 때면 여전히 엄마를 따라간다.
엄마도 이제는 삶의 한 부분을 텃밭에 두고 있어 자주 밭을 돌본다.
휴직 중이던 어느 날, 엄마가 물었던 그때가 떠오른다.
“같이 텃밭 할래?”
크게 망설이지 않았다. 직접 무언가를 해보는 걸 좋아했으니까.
처음 밭에 갔을 때, 한 20평쯤 되는 맨땅이 펼쳐져 있었다.
방치된 지 꽤 된, 바싹 마른 흙이었다.
한여름 뙤약볕 아래서 삽과 쟁기로 갈아 고랑과 이랑을 만들었다.
지나가던 동네 할아버지가 말을 걸었다.
“10만 원 주면 내가 갈아줄게~”
“괜찮아요, 하하.”
돈을 들이고 싶지 않았다. 내 손으로 해보고 싶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밭을 만들고 씨앗을 뿌렸다.
지나가던 아저씨들이 다 한 마디씩 했다.
“거름을 뿌려야지. 그래서 뭐가 자라겠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사실 거름을 살 생각은 없었다.
남들이 미련하다 해도 그냥 내 방식대로 하고 싶었다.
땅은 우리 가족이 먹기엔 충분히 넓었고, 굳이 비료까지 사서 수확을 늘릴 필요가 없었다.
잉여 생산물에 대한 욕심도 없었다.
그저 매주 밭에 가서 흙을 만지고, 자연을 느끼는 게 좋았다.
뜨거운 태양 아래서 몸을 움직이고, 잡초를 베며 풀 냄새를 맡는 게 좋았다.
그렇게 두 해를 지나 지금은 세 번째 해를 맞았다.
처음처럼 매주 가지는 못하지만, 여전히 흙은 나를 부른다.
아이를 키우며 지치고 마음이 복잡할 때면 텃밭이 내게 다시 에너지를 준다.
자연의 신비와 날것의 생명력을 느끼게 해 준다.
언젠가 다시 더 자주 갈 수 있을까.
지금은 육아가 내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흙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여전히 내 안에 살아 있다.
이 기록은 그 마음을 잃지 않기 위해, 그리고 언젠가 다시 텃밭으로 돌아갈 나를 위해 남겨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