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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복잡할 땐 방울양배추

by 홍페페

머리가 복잡해질 때가 많다.
과거의 고통스러운 기억이 불쑥 올라오기도 하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가 불안하기도 하다.
잘못한 선택을 떠올리며 후회하기도 한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마음 어딘가가 찢겨 있는 것 같은 기분.
그게 심해지면 몸까지 아픈 느낌이 된다.

요즘은 그전에 내 나름의 주문을 꺼낸다.
방울양배추.

처음부터 일부러 떠올린 건 아니었다.
예전 텃밭에서 심어둔 씨앗이 조그맣게 싹을 틔우던 모습이 문득문득 생각났을 뿐이다.
제일 많이 자란 건 방울양배추와 비트였는데, 그중에서도 방울양배추를 떠올리면 마음이 이상하게 편해졌다.
아마 내가 방울양배추를 좋아하는 모양이다.

본잎이 네 장쯤 나면 5cm 간격으로 솎아주고, 서로 간섭되면 10cm, 최종적으로는 45cm 간격까지 띄워줘야 한다고 했지.
그렇게 자랄 모습을 머릿속으로 하나하나 그려본다.
그 상상을 하고 있으면 마음이 조금은 잠잠해진다.

어디선가 읽었다.
부처님께서는 나무아미타불을 읊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운 마음이 평온해진다고 하셨다고.
나한테는 그게 방울양배추다.

오늘도 속으로 주문처럼 되뇐다.
방울양배추, 방울양배추, 방울양배추, 방울양배추, 방울양배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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