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더워 오래 있을 수가 없다
새벽 6시 반쯤부터 서둘러 텃밭으로 향했다.
오늘의 임무는 5·6번 두둑에 남은 바랭이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 그리고 음식물쓰레기통을 비우는 것.
음식물쓰레기통은 몇 주째 그대로였다.
먼저 가장 식물이 자라지 않지만 미숙 퇴비의 피해를 덜 받을 만한 곳을 골랐다.
고랑이나 식물 사이 흙을 조금 파고, 미숙 퇴비를 넣어 흙과 섞었다.
말려둔 잡초를 조금 섞어주거나 위에 덮어 미관도 살렸다.
집에서 보면 음식물쓰레기가 끝도 없이 나오는 것 같지만, 넓은 노지 텃밭에 뿌리면 정말 소량이다.
다시 낫을 집어 들고 바랭이의 마지막 서식지인 5번과 6번 두둑으로 향했다.
사이사이에 깻잎이 잡초처럼 나 있어 뿌리째 뽑아 텃밭 외곽으로 옮겨 심었다.
그곳이 깻잎의 새로운 서식지가 되길 바라며.
깻잎과 잡초가 섞인 구역을 지나자 참외가 자리 잡은 구간이 나왔다.
참외는 열매 하나도 맺지 않으면서 영역은 제멋대로 확장하고 있었다.
내년에는 참외류에게 꼭 지주대를 높이 세워줘야겠다고 다짐했다.
안 그러면 밭을 다 차지하고, 잡초 제거도 어려워진다.
참외가 뒤엉킨 부분은 도저히 손을 쓸 수 없어 약간의 영역을 남겨두고 바랭이 처벌을 마쳤다.
마른 건초를 멀칭에 써야 하는데, 누가 훔쳐가기 전에 해야 한다는 생각도 스쳤다.
하지만 폭염이 시작된 8월 첫째 주, 더 이상 몸이 버텨주지 않았다.
너무 지치고, 배 속 아기가 눌리는 듯해 약간 욱신거리기도 했다.
결국 낫을 내려놓고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집에 가기 전, 엄마가 발견한 하늘고추를 구경했다.
입덧이 심해지기 전인 4월쯤 씨앗을 파종했는데, 발아가 잘 되어 작게 자라고 있었다.
퇴비가 없어 큰 기대는 안 했지만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고마웠다.
그런데 이번 주엔 아주 작은 고추가 하늘을 향해 솟아 있었다.
정말 귀여웠다. 빨개지면 홍고추나 페페론치노 대용으로 써야지.
집에 오는 길에도, 집에 와서도 그 작고 하늘로 솟은 고추가 자꾸 생각났다.
하나 맛이나 볼 걸 그랬나 싶고, 다시 보러 달려가고 싶었다.
하지만 체력도 시간도 허락하지 않는다.
다음 토요일만을 기다릴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