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열심히 바랭이를 처벌하고 고랑에 잡초를 말리려 뿌려두었다.
잡초를 말려서 풀멀칭을 하려는 이유였다.
그런데.. 토요일에 가보니, 내가 잡초를 특히 많이 뿌려둔 고랑에 잡초가 한 올도 보이지 않았다.
내 인지능력에 문제가 생겼나? 기억에 왜곡이 있었나?
분명히 4번과 5번 두둑 사이 고랑에 베어낸 잡초를 수북이 두고 갔는데 일주일이 지난 후 감쪽같이 사라졌다. 해리포터 승강장도 아니고, 잡초를 대체 누가 훔쳐가냔 말이다.
지난 일은 내려놓고 다시 바랭이를 베어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머릿속은 자꾸만 복잡해졌다.
일을 하고 있으면 동네 주민분들이 한 번씩 지나다니신다. 전에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오늘은 저분이 가져가셨나? 저 사람이 잡초도둑인가? 하는 의심이 자꾸만 생겨났다.
몸은 빠르게 잡초를 베어내어 5번 두둑의 절반을 해치웠다. 오늘의 바랭이 처벌은 여기까지 하고, 작물들을 살펴보았다.
죽은 줄 알았던 작은 로즈메리들이 짓무른 윗 잎을 걷어내고 다시 생명을 피우고 있었다.
참외덩굴은 열매하나를 제대로 못 달면서 근처에 서식하는 대파를 넝쿨손으로 잡아서 넘어뜨리고 있었다. 무능한 것.
근처 대파를 뽑아주었다.
6월에 텃밭으로 복귀하여 심어주었던 참깨와 팥은 양분이 부족한 밭에서 힘을 내어 자라주고 있었고, 동 시기에 심었던 방울토마토도 열매를 주렁주렁 달고 있었다. 방울토마토 키우기 어렵다더니 아주 쉽다.
방울양배추는 운 좋으면 여름에도 결구가 되고 웬만하면 서늘해지는 가을이 되어야지 수확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다. 확인해 보니 다닥다닥 방울양배추로 보이는 것들이 줄기에 붙어있기는 했지만 더워서 잎이 다 벌어져서 먹을 수가 없었다. 벌레도 있고, 검은 점이 속까지 파고들어 있었다. 아마 곰팡이인 것 같다.
일단 검은 점이 없는 부분까지 다 뜯어내니 새끼손톱 만하게 먹을 것이 있었다. 그것도 한 10알 정도 수확했다. 바랭이 속에 숨어있던 5 두둑의 당근은 아직 작다. 그래도 몇 뿌리 뽑았다. 순대볶음을 하려 하기 때문이다.
잡초와 함께 베어진 깻잎순들과 함께 볶아먹을 예정이다.
로켓루꼴라도 꽤 올라와 있었는데 파스타를 해먹을 계획이 없어서 내버려 뒀다.
다음 주에는 나머지 잡초를 모두 제거하고, 작물에 집중을 해볼 계획이다.
텃밭을 갈 다음주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