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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솔은정 Jun 23. 2024

내가 할 일은 내가 합니다.



 2021. 10.26


그이는 회사에 다시 휴직계를 냈다.

후두엽에 새로 생긴 암세포로 인해 왼쪽 눈이 보이지 않고 길을 찾기가 힘들다고 한다.

병원에 너무나 가기 싫어하는 그이지만, 출근하는 셈 치고, 우석대 한방병원에서 요양차원으로

입원하기로 결정했다.  그곳에서 침도 좀 맞아보고, 추천하는 치료도 받아보겠다고 한다.

집에서 조금 가깝기도 하고, 그래도 병원에 있는 편이 좀 안심이 되는 거 같아서 말이다.

집안일도 해야 하고, 수업도 해야 하는 나로선 그이가 병원에 있으면 오가는 일이 힘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마음은 좀 안심이 된다. 병원에 있다는 이유로 말이다.


그이 혈압과 당뇨지수가 계속 불안정해서

내과에 가기로 한 날, 외출 허락을 맡고 나왔다.

혈압 약도 바꿔보고, 당뇨지수도 스테로이드제때문에 급상승하는 거니 그때 그때 인슐린으로만 처방하고

당뇨약은 먹지 않기로 했다.  


점심은 마침 외출 나왔으니

외식, 생선구이로  

식당에서 마주 앉지 않고 나란히 앉는 것들은 불륜이 라드만

우리 어쩔 수 없이 나란히 앉아 밥 먹었다.

그이 왼쪽 눈이 안 보이니 늘 왼쪽에 대기조로 있어야 하므로.

생선 가시 바르고, 뜨거운 접시에 닿으면 사고니 늘 조심조심해야 한다.

점심 잘 먹고, 카페에서 차 한 잔 마시고 그이를 병원에 데려다주고,

나는 집으로 향했다.


 저녁에 수업 마치고 전화하니 목소리가 안 좋다.

혈압이 170이라고 한다. 혈압약을 바꿔도 혈압이 내려가지 않으니 걱정이 더 된다.

게다가 목욕을 하고 옷을 입는데

옷 입는 방법이 생각이 안 나서 입을 수가 없어서 애를 먹었다고 한다.  


 “내가 정말 바보 먹통이 되어가지?”

"옷도 못 입고, 길도 못 찾고, 점점 바보가 되어가서 당신 어떻게 해?"

내가 뭐라고 답을 해야  이 남자의 마음에 위로가 되고 힘이 되려나.  

나도 이 순간에는 바보 먹통이다.  

그이에게 뭐라 말을 하나.

“내가 딱 붙어 있어야 하는데, 여보를 놔두고 와서 그러는 거니 내 탓이네. 여보. “

어제오늘, 순간순간 눈물이 나도 그냥 조금은 울었다.

되도록 밝게 지내고,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그이에게 힘을 주고

좋은 생각 하라고 그러면서

그 앞에서는 울 수 없으니 꾹 참고 있다가

혼자 놔두고 오면 마음이 너무나 무겁다.


자기 방으로 돌아오는 법을 잊을까 봐 방 밖으로 안 나가겠다고 해서

간호사선생님들에게 잘 부탁하고 왔다.

눈물이 나기 전에

오늘은 주문을 잘 외워본다.



"내 일은 내가 합니다.
내게 일어난 일은 다 내가 원인입니다.
내가 할 일은 내가 합니다.
내가 먹을 밥도
내 가정도 다 내가 책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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