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천장, 익숙한 체온
남자가 많다는 사주쟁이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내겐 이런 일이 비일비재했으니까.
하품을 길게 하며 잠에서 깬다. 눈을 깜빡이니 낯선 천장이 보인다. 몸을 누르는 낯선 무게. 익숙한 체온. 익숙하지 않은 체향.
기억이 없다. 어제 과 사람들과 주한의 집에서 술을 마셨던 것까지는 기억나는데, 그 이후는 통째로 사라져 버렸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공포스럽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옆에 있는 주한의 체온이 따뜻해서 좋았다. 이런 내가 역겨웠다. 이런 상황에서, 이런 감정을 느끼다니. 그러면서도 그 순간만큼은 따뜻함이 좋았다. 외로움이 너무 컸나보다. 나도 모르게 그에게 기대자 팔을 당겨 안아준다.
“너 여자친구랑 헤어졌어?”
“아뇨?”
“근데 왜 나랑 이러고 있어? 아니. 나 어제 왜 여기서 잤지? 왜 지연이는 나 버리고 갔어?”
“술 취해서 잔다고 올라가서 잤잖아요. 그러는 누나도 동혁이형이랑 사귀잖아.”
익숙한 이름에 나는 순간 얼어붙었다. 동혁이라니. 남들이 봐도 우리가 연인처럼 보였단 말인가. 그렇게 보일 만한 무언가가 있었단 말인가. 당황스러웠다.
“동혁이? 아니. 나 걔랑 안사겨. 봄부터 계속 솔로였는데?”
“진짜? 몰랐네.”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옆에 누워있던 주한도 함께 몸을 일으켰다. 얼굴을 북북 문지르며 주한에게 물었다.
“아... 머리 아파. 몇시야? 나 일교시 교양만 들으면 되는데. 너무 가기 싫다. 너 수업 없어? ”
“금요일 공강 아닌 사람도 있어요? 힘들면 대출이라도 해줄까요?”
“성별이 다른데?”
“그럼 어쩔 수 없고.”
어깨를 으쓱거리는 모습이 얄밉다. 나는 욕실로 향하려던 발걸음을 멈췄다. 여유를 부렸다간 수업에 늦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나 모자 좀 빌려줘. 수업 끝나고 와서 씻을래.”
“음,”
“싫으면 말고.”
“그러세요. 옷은?”
“옷도 빌려주면 좋고.”
주한은 “이거?” 하며 옷을 뒤적여 꺼냈다. 대충 마음에 드는 옷을 골라 욕실로 들어갔다. 거울 속 내 모습이 낯설었다. 무언가 달라져 버린 것 같았다. 옷을 갈아입고 모자를 눌러쓰면서 생각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외로움 때문일까. 아니면 그냥 술 때문일까. 확실한 건 이런 내가 싫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그 순간의 따뜻함이 그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