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따뜻한 말차 라테, 얼음 하나
다시 서른의 여름,
여름이라기엔 이미 입추도 지났건만 푹푹 찌는 더위는 사라지지 않고 기승을 부렸다. 나와 함께 기진맥진한 우진은 눈앞의 카페로 들어가자고 칭얼거렸다. 평소라면 “찾아놓은 카페로 가야 해” 하고 버텼을 텐데, 오늘만큼은 그의 제안을 따라주고 싶었다. 삐걱이는 나무 문을 밀고 들어가자, 에어컨 바람에 땀이 한순간에 식어 내렸다.
“주문하시겠어요?”
“따뜻한 말차 라테, 얼음 하나만 넣어주세요.”
계산을 마치고 돌아서니 우진이 졸졸 따라왔다. 카페 안은 고요했다. 손님은 우리뿐인데도 사장은 굳이 진동벨을 건넸다. 내 손에 들린 진동벨을 우진이 슬쩍 가져갔다. 손에 쥔 것이 사라진 나는 아쉬움에 주먹을 두 번 쥐었다 폈다. 거추장스러운 진동벨이라도 손을 떠나는 순간 묘한 허전함이 남는다.
“너는 항상 그렇게 마시더라. 따뜻한 음료에 얼음 하나 넣어서.”
“너무 뜨거운 건 싫으니까. 차가운 음료도 싫고. 뜨거운 걸 시켜서 식히는 게 효율적이야.”
“효율, 맨날 너는 효율을 따져.”
“그렇게 사는 게 효율....”
말끝이 흐려졌다. ‘효율’이라는 단어를 빼고는 설명할 수 없는 내 습관. 잠시 머릿속이 복잡하게 돌아갔다. 최소한으로 최대한을. 최소의 인풋으로 최대의 성과를 내는 것. 그게 내 방식이었다.
“최소의 인풋으로 최대의 성과를 내면서 살아야지. 낭비할 필요 없잖아.”
그럴듯한 말이라고 생각했다. 다음에 이어진 우진의 말에 나는 머리를 맞은 기분이었다. 우진이 잔잔한 목소리로 말했다.
“근데 현아, 사람이 낭비 없이는 못 살아.”
나는 멍해졌다. 우진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말을 이어갔다.
“어쩌면 낭비라고 부르는 게, 우리를 사람답게 만드는 건지도 몰라. 비효율 속에서야 비로소 느껴지는 게 있잖아. 사랑도 그렇고, 우정도 그렇고.”
대답하지 못한 채 나는 고개를 숙였다. 테이블 위에 놓인 그의 손이 눈에 들어왔다. 곧 닿을 듯 가까운 손가락 끝. 효율이라는 이름으로 덮어둔 내 삶의 허점들이, 그 순간 한꺼번에 드러나는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