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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a Choi 최다은 Apr 09. 2024

‘눈물의 여왕’ 홍해인이 아픈 이유

나는 드라마 ‘눈물의 여왕'을 정주행 중이다. 주인공 '홍해인'이라는 인물이 드라마에서는 과장되게 그려지고 있지만 아픔이 많은 친구임에는 틀림이 없다. 자신의 약한 부분을 배우자에게도 결코 드러내고 싶지 않은 해인이. 왜 그렇게 단단하게 스스로를 무장해야만 했을까?


누구나 상처가 있으면 그것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을 위장한다. 생존을 위한 자기 방어의 본능적인 표현이다. 동물이나 곤충도 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몸의 색을 변화하지 않나?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타인에게 드러내고 싶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를 꽁꽁 싸매는 경우를 더러 보았다. 어쩌면 누구나에게 홍해인은 존재하는 듯하니까. 물론 나도 마찬가지이다.




‘현재의 나’에 대해 가장 잘 알 수 있는 사람이 코로나 3번째 확진(?)으로 집에 있었다. 나의 배우자이다. 그의 컨디션이 그리 좋지 않으니 아내인 나는 일찍 자라는 잔소리를 하게 된다. 결국 초저녁에 잤다가 새벽에 일어나 아내의 말 때문에 수면패턴이 깨졌다며 아침부터 나에게 투덜거리더니 급기야 하지 않아도 될 말을 던진다. "너 달라진다더니 하나도 변한 게 없잖아!"


앗! 꽤 아프다.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 말았으면 좋았을 텐데. 아침부터 감정싸움을 하고 싶지 않아서 벚꽃을 보며 좀 걷겠다고 하고 집을 나선다.


친정어머니께 전화를 드린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엄마에게서 들려오는 말, "그러니까 이제는 정신 차리고 세상 물정도 좀 공부하고..." 앗! 또 아프네. 나를 잘 아시는 부모님이 하는 옳은 말이 때로는 매우 아프기 때문에 나를 방어하는 멘트를 엄청나게 쏟아붓고 난 후 전화를 끊는다.





가장 가까운 사이, 가족이 하는 옳은 말은 과연 꼭 해야 하는 것일까? 남편이나 부모가 나에게 하는 말 중에 대부분 옳지 않은 말은 없다. 당사자인 나도 충분히 알고 있는 말이고 알면서 변화되지 않아 스스로가 힘든 부분인데 가족은 늘 옳은 말로 상처를 찌른다.


엄마인 나도 아이에게 하는 말이 그렇다. 옳은 말 대잔치일 뿐. 많은 사람들이 가족에게 받는 상처를 받는 이유는 스스로 충분히 알고 있는 옳은 이야기를 사랑하는 가족이 한 번 더 확인 사살해 주기 때문이 아닐까? 올바른 말, 상대를 위해 한다고 전하는 그 말을 지혜롭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드라마 '눈물의 여왕' 속 해인이도 가족에게 늘 옳은 말만 듣고 자랐기에 스스로 만든 두터운 포장지 속으로 숨어버린 것은 아닐까?



옳은 말을 꼭 해야 한다면 어떻게 전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첫째, 이 말이 과연 옳은 말이 맞는지 뱉기 전에 한번 더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둘째, 이 말은 옳은 말이기는 하지만 상대에게 지금 상황에서 꼭 필요한 말인가?

마지막으로 그 말이 친절한 말인가?

이 세 가지를 모두 고려한 다음에 옳은 말을 꼭 필요할 때에만 친절한 형태로 전하는 것이다.


맞아 맞아 머리로는 알겠다. 타인에게는 가능해 보일 수 있겠다. 가족에게는 실천이 매우 쉽지 않아 보인다. 그. 럼. 에. 도 불. 구. 하. 고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 옳은 말을 할 때 한 번 더 신중해야 한다는 것을 느낀다. 드라마 주인공 해인이처럼 누구에게도 스스로를 온전히 드러내지 못하는 아픔을 엄마인 내가, 아내인 내가 주고 싶지는 않으니까.




만개된 벚꽃은 야속하리만큼 아름답다. 왜 사람들은 이 시기가 되면 이토록 벚꽃에 열광하는 것일까? 아름다운데 그것이 왜 아름다운지는 알지 못한다면 과연 벚꽃은 당신에게 무슨 의미가 되는 것일까? 벚꽃을 보며 아름다움이 옳다, 옳지 않다 이런 질문들을 하다가 이내 제자리로 돌아온다.


벚꽃이 예쁘다면 그저 예쁘다고 하면 좋을 텐데...


사랑한다면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그저 사랑하면 될 텐데...


아름다움을 누리기만 해도 모자란 짧은 시간일 텐데 말이다.







* Dana Choi, 최다은의 브런치북을 연재합니다. *


월 . 수  [나도 궁금해 진짜 진짜 이야기]

화 . 토  [일상 속 사유 그 반짝임]

목        [엄마도 노력할게!]

금        [읽고 쓰는 것은 나의 기쁨]

일        [사랑하는 나의 가정]


15일마다 [다나의 브런치 성장기록] 매거진이 발행됩니다. 한 달간 브런치 성장기록을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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