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ana Choi 최다은 Jul 25. 2024

엄마 학교 가기 싫어! 2

공감 가는 글도 있고 논쟁거리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오고 가는 것이 흥미롭기도 해서 이미지보다는 텍스트 위주의 SNS인 Threads를 종종 들여다보곤 한다. 하루는 아이의 이야기를 올린 적이 있다.


아이가 선생님이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너무 지루하다며 학교가 싫다고 한다. 서로 생각하고 토론하는 수업을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한다고. "우리나라에서 초등학교 아이들을 토론수업으로 이끄는 곳이 있을까요?"라는 질문에 생각보다 많은 답글이 달렸다.




답글: 질문하고 토론할 수준으로 학급인원이 구성되어 있는 학교는 없습니다. 교육의 빈부차가 너무 커요. 다문화, 외국인 학생도 많아서 기초 언어도 힘든 학생도 있습니다. 물이 순환하지 못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뒤지겠죠라고 답하는 학생들이 반에 존재하는 한 질문과 토론은 불가합니다.

답글: 사립초나 IB교육하는 곳을 찾아보세요. 그곳도 어떤지는 잘 모르지만 일반학교보단 나은 듯


답글: IB교육하는 곳 아님 인원적은 국제학교 정도? 사립도 공립이랑 똑같음


답글: 부설초나 사립초는 가능, 왜냐면 그 아이들은 머릿속에 입력된 것들이 이미 풍부하기 때문임. 학습적, 경제적 여력이 된다면 무조건 추천해. 일반초는 불가능이야. 그 이유는 이미 댓글로 아래 선생님이 설명해 놓음.


답글: 이게 사교육에서도 기묘하게도 한국은 생각하고 토론하는 게 잘 안 돼요. 애들이 되게 수동적입니다. 어릴 때 하던 애들도 학교 가면서 싹 바뀌어요. 그리고 중고등학교 학원들까지도 아예 사고하고 토론하는 싹을 자른 후 지식을 저장하고 시험 보는 기계로 만드려고 분위기를 잡아요.


답글: 근데 애가 그렇게 똑똑해? 웩슬러 검사받아봤어? 다들 똑똑한 애들도 그냥 한국 공교육에 잘 묻어서 열심히 배워가고 있어. 웩슬러 봐서 kage수업을 듣거나 사교육으로 해결해 바.


답글: 대안학교 추천합니다. 근데 그거 아세요? 대안학교도 중3 때 전학 가는 애들 수두룩합니다. 수능 봐야 하니까요. 애초에 학력사회인데 토론도 수준 있는 애들끼리 가능한 겁니다. 머릿속에 들어있는 게 없는 게 무슨 토론이에요. 저 수리영재 출신이고 주변에 영재 많은데 암기교육 잘만 받았습니다. 선입력 후출력입니다. 암기나 강의식 수업 못 견디는 애들이 고차원적 사고가 될는지 의문입니다.


답글: 분위기 자체가 자기 생각을 말하고 (틀렸던지 맞던지) 궁금한 것을 묻고(황당한 질문이든지 아니던지) 하는 게 어른들의 눈에 똑똑스럽지 못하면 환영받지 못하는 분위기예요. 그러다 보니 정답만 말하고 싶고 모르겠거나 맞나 싶으면 그냥 입국. 플러스 차라리 개그로 승화하지 헛소리 하는 애들... 그거 혼나고 욕먹는 거 보며 말안하길 잘했다. 이런 분위기를 말하는 거예요.


한국 사람들 질문도 못해요. 질문했다가 바보취급받을까 봐. 그냥 아는 척하고 있어요. 근데 저는 이게 꼭 한국사회 문제는 아닌 거 같은 게 동 아시아 국가들이 다 비슷하더라고요. 6세 아이들도 나름 토론을 합니다. 7세 아이들도 자기들 수준에서의 토론이 있어요. 토론과 탐구 그러면 어느 정도 지식베이스가 깔린 수준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은 전 좀 반대입니다. 올바른 방향으로 선생님이 가이드해 주고 아이들이 지식이 얇든 깊든 남의 생각을 경청하고 자신의 생각도 말하면서 스킬이 생기는 거예요.




엄마인 나는 질문 하나를 올렸는데 답글은 다양하기도 했고 남의 아이 판단하는 뉘앙스는 꽤 무례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나는 알고 싶었던 것 같다. 답글에서 언급하는 검사를 해본 적도 없고 엄마들 사이에선 필수요소가 되어버린 3종세트(성호르몬 억제 혹은 촉진 주사, 치아교정, 드림렌즈)에 대해서도 무지하다. 감사하게도 아이가 문제를 일으켜 웩슬러검사를 받아야 할 이유도 없었고 3종세트를 위해 검사를 해야 할 일도 없다고 느꼈기에 신경을 덜 쓰게 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엄마가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부분이 있어야 아이가 나중에 무엇을 하고 싶을 때 조언을 줄수도 있고 정보를 전달할 수도 있는데 '엄마정보력'에서 나는 너무 몰라도 한참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이가 결핍을 느끼는데 채워줘야 더 발달되는 것이 아닌가? 조급한 마음도 없었다고는 말 못 하겠다. 혹은 나였어도 '일방적인 지식전달이 지루할 것 같다'라는 공감이 들어서 누군가에게 물어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답글처럼 일방적인 지식전달도 아이가 잘 받아먹어야 하는 것이고 학교는 지루한 곳이라는 것이 어쩌면 현실적인 대답이다.


내 아이가 상처받을까 두려워 벌벌 떠는 엄마들, 지금의 우리는 왜 아이가 상처받고 흔들리고 곤란해할 상황을 미리 차단하고 끝내 막아내는 일에 온 정성을 다할까? 엄마인 우리도 어른이 되어가는 길 위에서 숱하게 주거나 받아봤던 그 상처를 내 아이는 받지 못하게 하기 위해 뾰족하게 날을 세운 채 주변을 살피는 것이 엄마의 일이라 착각하는 것은 아닐까?


'나는 다정한 관찰자가 되기로 했다'라는 책에서 묻고 있는 질문이 바로 지금 내가 했던 행동들이었나? 아이가 힘들어하면 조급해지는 엄마의 마음과 다를 바가 없다. 결론은 또 아이를 그냥 응원해 주는 엄마가 되어야겠다는 것이다.


엄마인 내가 보기에 올해 복합적인 이유가 있어서 아이가 학교에 대해 힘들어하는 부분이 있기에 아이 스스로 잘 이겨낼 수 있게 아이의 이야기를 더 잘 들어주어야겠다는 다짐도 함께 말이다. 아이가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어른이지만 어른으로 살지 못하게 만드는 일이라면 엄마의 태도는 변화되어야 마땅한 것이니..


'인생을 통제하려고 하는 것보다 흐름에 맡기는 것이 더 큰 힘이다'라는 말이 와닿는 요즘이다. 엄마인생뿐 아니라 아이의 인생을 통제하는 것이 훨씬 쉬운 일이니까. 이끄시는 대로 나의 힘을 온전히 빼는 것 그것이야말로 엄청난 큰 힘이라는 것을. 배워가는 중이다.


지금처럼 잘 지켜보되, 아이가 어려서 힘을 낼수 없는 모르는 부분은 조력자의 역할로만 엄마의 입김이 지나치지 않도록 해야하겠지?




Dana Choi, 최다은의 브런치북을 연재합니다.


월       [나도 궁금해 진짜 진짜 이야기]

화. 토  [일상 속 사유 그 반짝임]

수       [WEAR, 새로운 나를 입다]

목       [엄마도 노력할게!]

금       [읽고 쓰는 것은 나의 기쁨]

일       [사랑하는 나의 가정]


Copyright 2024. 최다은 All writing and pictures cannot be copied without permissio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