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초등학교 3학년 딸아이의 엄마이다. 아이가 최근에 '학교 가기 싫다', '학교가 너무 재미없다'라는 말을 자주 했다. 왜 그런지 지나치게 궁금해하면 오히려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 해서 가만히 듣고만 있었는데 아이가 잠들기 전 스스로 이야기를 꺼낸다.
딸: 엄마, 학교에서 담임선생님이 만드신 건데 노란 쪽지라는 게 있거든. 친구들 사이에서 불편한 감정이 있으면 노란 쪽지에 써서 선생님께 드리는 거야.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과제를 주실 때 나는 내 방식대로 하는 게 좋거든? 근데 친구들이 이래라저래라 하면서 선생님이 말한 그대로 해야 한다고 참견을 해서 너무 힘들어.
엄마: 친구들 의견을 듣되, 고맙지만 내 방식대로 하겠다고 하면 안 돼?
딸: 친구들 의견을 무시하면 또 친구들이 그 노란 쪽지에 써서 선생님께 드릴 수 있거든.
엄마: 노란 쪽지 받아본 적이 있어서 그래?
딸: 아니 한 번도 없는데 친구들은 서로 노란 쪽지를 엄청 주고받아. 서로 기분 나쁜 것이 많거든.
엄마: 아.. 주아가 힘들겠다. 친구들이 노란 쪽지를 많이 쓰는구나 노란 쪽지를 받으면 어떻게 되는데?
딸: 그럼 선생님이랑 이야기도 해야 하고 하교가 늦어져서 나는 정말 싫어. 노란 쪽지를 받고 싶지 않아서 많이 참고 있는데 너무 힘들어..
딸아이가 또래 아이들의 갈등 속에 들어가고 싶지 않아서 한 발짝 물러서 있는 타입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노란 쪽지'라는 제도가 오히려 딸아이 같이 '노란 쪽지' 없이도 잘하는 아이들을 숨 막히게 할수도 있겠다는 생각.
요즘은 1학년이나 6학년보다 3학년 담임 선생님이 제일 어려움이 많다고 들었는데, 이유인 즉 5, 6학년 언니오빠들보다는 덜 성숙한데 1, 2학년보다는 자아가 자란 상태라 서로 옳다고 고집하며 친구 간 갈등이 최고조에 임한다고.
오죽했으면 담임선생님께서도 노란 쪽지라는 제도를 만들었겠냐만은. 딸아이는 마음 같아서 친구들에게 소리도 고래고래 지르고 의자도 던지고 싶다는 과격한 표현을 쓴다.
엄마인 나는 어떤 것을 도와줬으면 좋겠냐고 물었다. 사실 엄마가 도와줄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었다. 아이의 말을 들어주고, 더 나아가 가능하면 9월 선생님과 면담하는 기간에 가볍게라도 '노란 쪽지'에 얽힌 우리 아이의 입장 이야기를 말씀드리는 정도일 것이다.
아이는 성장하고 있다. 자신의 감정을 마음껏 표현하고 싶지만 표현하지 못해 화가 나는 감정도 알아차린다. 답답한 감정을 분노의 단어로 엄마인 나에게 표현하며 해소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외동인 딸아이에게는 친구 간의 갈등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힘들 수도 있겠다. 하지만 또 이 모든 것이 사회에서 겪어야 할 시작이라.. 아이가 오롯이 감당해 나갈 몫이기도 하다.
이야기를 들려주고 새근새근 잠이 든 아이를 바라보는 엄마인 나는 속상한 마음이 먼저 올라온다. 아이가 또래보다 성숙하다고 느꼈는데 사실 아이도 초등학교 3학년의 어린아이 일 뿐 그저 선생님 말씀을 잘 듣고 싶은 아이이기에 자신의 감정을 꾹 눌러 담으며 힘들어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도 감사한 건 자신의 힘든 이야기를 가장 먼저 엄마에게 꺼내준다는 것이다. 요즘 또래 아이들답지 않게 핸드폰 없이도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 아직은 순수한 딸아이인데 친구들 갈등도 많고 수업시간에 집중하지 않는 아이들로 인해 매일 스트레스가 큰 듯하다.
곧 방학이라 엄마와 또 찐하게 붙어 있을 예정인데 엄마인 나는 그 무엇보다 아이의 든든한 후원자이니까, 아이와 재미있게 놀 수 있는 계획을 세워야겠다. 그것이 성장통을 겪고 있는 아이에게는 현실적인 최선일지도 모르니까. 엄마는 이렇게 바보인 양 단순하니 아이가 또 편하게 엄마에게 속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엄마인 나는 아이를 믿어주고 아이의 입장을 지지해 주는 그런 단순한 진리를 가장 중요하다고 여긴다. 아이가 자랄수록 계속 아이가 힘들어할 일도, 기뻐할 일도 많을 텐데 잘 들어주는 엄마가 되어야겠다는 다짐도 더해 보면서. 오늘 아침에 일어나면 더 꼬옥 안아줘야지!
P.S) 선배 엄마 혹은 아빠 작가님들~ 혹여나 아이에게 나누어 줄 지혜롭고 좋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나눠주시면 감사합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