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는 부모, 가르치는 이, 윗 세대 등 어른의 권위가 무너지고 '권위'라는 단어가 존중받기 어려워지는 시대를 살고 있는 듯하다. 그 때문일까? 엄마인 나는 가정에서의 아이에게 부모에 대한 권위를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게 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느낀다.
40대인 엄마인 내가 다녔던 국민학교 시절에는 학교에서 선생님이 소위 말을 잘 듣지 않는 학생들을 훈계와 매를 통해서라도 올바르게 가르치려고 했지만(물론 단체기합, 단체 체벌 등 역효과도 많았지만), 지금은 학교에서 아이에게 매를 드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가정에서 잘 가르치지 않으면 아이는 그 어디서도 참 교육을 받을 수 없게 된다. 그래서 더욱이 가정에서 바르게 훈육하고 양육하는 일에 무게감을 받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초등학교 3학년 딸아이의 엄마이다. 우리 집은 규칙이 많은 편이 아니다. 엄마인 내가 어릴 때 다소 자유로운 가정에서 자란 편이라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어떤 것을 해야 하고 어느 시간에는 자야 하고 이러한 스케줄에 대한 철저한 룰은 전혀 없다. 아이의 컨디션에 따라, 엄마아빠의 상황에 맞게 하는 편이다. 그러나 정해진 틀이 아예 없으면 질서가 매우 흐트러지기 때문에 나의 경우는 현재 아이 나이에 맞게 엄마와 아빠도 같이 지켜야 할 것들 4가지만 정해서 식탁 옆에 붙여 두었다.
* 식사를 할 때는 영상을 보지 않는다.
* 외출하고 들어오면 벗은 옷은 스스로 빨래통에 넣는다.
* 가족 구성원이 들어올 때 하던 일을 멈추고 현관에 나와 맞이해 준다.
* 잘못한 일에 대해 기꺼이 마땅한 벌을 받는다.
이 규칙은 엄마, 아빠에게도 해당되는데 딸아이는 자신이 하교 후 집으로 왔을 때 엄마가 통화를 하고 있거나, 다른 하던 일에 집중했을 때 바로 이 규칙을 적용한다. "엄마! 내가 집에 들어왔을 때 반갑게 맞이해 줘야 하잖아!" 딸아이의 말은 근거가 있다. 우리 가족이 서로 지키기로 한 약속이기 때문에 엄마는 바로 사과를 한다. "미안해, 엄마가 다음부터는 꼭 전화를 중간에 끊고 반갑게 안아줄게!"
그 이후부터는 딸아이 하교시간에 맞춰 집에 들어오는 것을 되도록 지키려 하고 딸아이가 문을 열고 들어오면 숨어있다가 깜짝 놀라게 하는 등 작은 이벤트를 하기도 한다. 딸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이런 환대를 보내주면 아이는 신이 나서 또 한 번 해달라는 등 요구사항이 많아지는 후폭풍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아이의 인격을 존중해 주려 노력하는 엄마에게는 아이가 쉬이 편하게 다가오기도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부모의 권위가 있는 무서운(?) 엄마로 변신하기도 한다. 아직은 초등학교 저학년이라 학습하는 습관을 글쓰기(일기)와 영어 미디어 노출, 읽기 등을 통해 집에서 엄마와 기르고 있는 중이다.
학습을 코칭하는 엄마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어야 한다. 딸아이가 2번씩 읽어야 하는 영어책을 1번만 읽고 다 읽었다고 거짓말을 했다. 아이의 눈을 바라보았다. 따스함은 결코 느낄 수 없는 차갑고 매서운 눈빛을 보내니 아이는 엄마의 눈으로 말하는 언어를 곧바로 읽는다. "너무 하기가 싫어서 한 번만 읽었어" 떨리는 목소리로 아이는 엄마를 쳐다보고 갑자기 안아달라고 한다.
"엄마가 제일 싫어하는 것이 거짓말하는 것인 거 알지?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마워. 거짓말했으니까 2번 더 읽어서 총 4번씩 읽도록 해" 감정 없는 차분한 말투는 아이가 제일 무서워하는 것이다. 감정을 섞지 않았을 때 아이는 엄마의 무서움을 곧바로 알아차리고는 바로 순종한다. "4번 다 읽고 안아줄 거야" 아이는 끄덕이며 다시 영어책을 읽는다.
때로는 아이에게 올바른 가치와 인성을 심어줄 수 있는 어른이 되어야 하고, 때로는 아이와 잘 소통할 수 있는 친구 같은 엄마도 되어야 하고, 때로는 아이의 감정을 세심하게 잘 캐치할 수 있는 지혜자가 되기도 해야 한다. 엄마라는 역할은 다방면에 지혜와 명철과 지식을 필요로 하는 전인격적인 종합직업세트 아닐까?
물론 그에 앞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사랑이라는 엄청난 가치이겠지만.. 엄마라는 직업은 가히 연봉 몇 억과 비교가 될 수 있을까?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직업이 바로 엄마가 아닐까?
ps)아이가 클수록 어렵네요..다른 작가님들은 어떤가요?
Dana Choi, 최다은의 브런치북을 연재합니다.
월 [나도 궁금해 진짜 진짜 이야기]
화. 토 [일상 속 사유 그 반짝임]
수 [WEAR, 새로운 나를 입다]
목 [엄마도 노력할게!]
금 [읽고 쓰는 것은 나의 기쁨]
일 [사랑하는 나의 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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