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과 달리기
워킹과 런닝은 나에게 다이어트와 신체건강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누구나 그렇지만
운동화를 신기 전까지 온갖 핑계가 생긴다.
오늘은 눈이 왔으니까.
오늘은 영하 10도잖아.
어젯밤 늦게 자는 바람에 몸이 피곤해
새벽에 여자 혼자 런닝하는 건 위험해. 라며..
그런 핑계 속에서 나는 이불과 하나가 되어갔다.
당연히 체중은 늘어났고
몸은 게으름에 적응 하고 있었다.
어느 날 부터 신체적 변화가 감지됐다.
겨드랑이가 갑갑했다.
팔이 옷에 꼭 맞고 두 허벅지가 철썩 하고 붙었다.
"내일은 반드시 일찍 일어나 런닝해야지."하고 잠이 들었는데...
아뿔싸. 7시가 넘어버렸다.
그러자 무의식이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걸었다.
"그래. 너무 늦었어. 한 숨 더 자자."
그렇게 다시 눈을 감고 누웠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또 설득당하는건가.
이불을 걷어차고 보이는 대로 옷을 줏어 입었다.
무의식이 나를 다시 설득 하기전에 서둘러야 했다.
양재천의 푸른 공기는 산산했다.
드믄 드믄 얼음이 녹아 흐르는 물은 그동안의 지루함을 떨쳐내듯
힘차게 물살을 일으키고 있었다.
나는 산발 머리를 하고 달렸다.
양재동으로 이사를 온지 이주 만에 처음 달려보는
낯선 코스.
손가락과 발가락이 언다.
낯선 풍경속에서 어디까지 달려야 할지 고민하던
찰나.
무의식이 다시 말을 걸어왔다.
"이쯤이면 됐어."
나는 가장 멀리 보이는 높은 빌딩을 목적지로 두고 달렸다.
돌아올 때는 인터벌 달리기 20회를 했다.
10회도 겨우겨우 성공했던 내가.
과연 20회를 성공할 수 있을까?
"힘들면 천천히 뛰면 되지 뭐."
일단 달려보기로 했다.
5회가 채워지자 숨이 가쁘고 등어리가 뜨거워진다.
들숨을 쉴 때마다 들러붙는 마스크를 당장 던져버리고 싶었다.
인터벌 숫자가 작아지는 만큼 갈등은 심화된다.
무엇보다 절반을 넘길 때가 유혹에 빠지기 쉽다.
"10회 달성했으니까. 됐어. 무리하지말자."
하지만.
마스크 안으로 수증기가 물이 되어 차오르든
콧물이 흐르든
머리가 산발이든 말든 나는 달렸다.
그리고
.
.
.
마침내
한 번도 해보지 않은 20회를 달성했다.
성취감과 함께 몰려오는 카타르시스는 성공한 자 만이 아는 기분이다.
무엇보다
하루의 시작을 작은 성공으로 시작한다는것에
큰 의미가 있다.
작은 성공.
작은 성공이 중요하다.
작은 성공이 반복되면 자존감이 차오른다.
워킹과 달리기는 내 자존감 회복을 위한 맞춤 솔루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