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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란세오 Oct 28. 2020

결혼 후 계획, 생각과 현실의 차이(#3)

결혼 준비 맞아요? 결혼식 준비 같은데요?

어설픈 계획이라도 필요하다


장인어른께서는 숙제를 한 가지 내어 주셨습니다.



“결혼 후 너희가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해서 계획을 짜 오너라, 허락은 그 계획을 보고 해 주도록 하겠다.”

일주일간 여자 친구와 저는 매일 만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였습니다. 어떻게 살아나갈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었습니다. 월급을 계산하고, 나이를 맞추고, 인생에 목표를 세우고, 집도 사야 되겠고, 차도 사야 하고 등등. 그러고 일주일 후에 다시 허락을 받으러 갔습니다. 장인어른께서 한마디 해주셨습니다.


“계획표를 짜느라 고생 많았다. 아마 너희들 계획대로 되는 일들은 거의 없을 거야. 하지만 두 사람이 인생을 함께 살기 위한 준비를 시작하고 있다. 한 번도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지 않는 것과, 한 번이라도 고민해 본 인생은 전혀 다르다고 생각한다. 계획 만드느라 고생했고, 결혼은 허락한다.”


장인어른께 힘들게 결혼 허락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역시 어른은 현명하시구나’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본가는 어땠을까요? 본가에도 제대로 인사해 본 적이 몇 번 없었습니다. 하지만 웃는 것이 너무 예쁜, 싹싹한 여자 친구를 데려온 것만으로도 남자 형제만 있는 집에는 꽃이 피었습니다.



드디어 결혼식


결혼식 당일은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떨릴 정신도 없이 지나간 기억입니다. 10시 식이었는데, 새벽 네 시반부터 만나 예비신부와 메이크업을 받았습니다. 중간에 잠깐 남는 틈에 김밥을 먹으면서 이동했습니다. 


드레스를 찾으러 갔습니다. 스튜디오 촬영 잘 나오겠다고 10kg 뺐던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스튜디오 촬영은 멋지게 수정해주시는 것을 몰랐습니다. 청첩장 돌린다고 한 달 사이 매일 저녁 사람을 만나야 했습니다. 단 두 달 사이에 살이 쪄서 예복이 맞지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부랴부랴 옷을 빌려 입고, 식장에 도착했습니다. 예비아내는 결혼식날 노래를 불러주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였습니다. 급하게 친구와 음향을 준비하고 정신 차리니 식이 얼마 남지 않고 손님들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되어 열심히 인사를 했는데, 누가 왔었는지도 모를 정도였습니다.

인사를 하는데 진행 도움 주시는 분이 입장하라고 하셔서 들어가는 순간입니다. 앞에 서있는데 사람들이 저를 쳐다봅니다. 이 길이 나의 새로운 인생을 여는 길인 것 같습니다.


남자가 먼저 입장하고 아내를 맞이합니다. 어찌나 예쁜지 입이 다물어지지 않습니다. 주례하던 분께서도 “그리 좋더냐?” 고 물어보시더라고요.

인생의 주인공이 된 우리의 시간을 최대한 집중하고 앞으로 잘 살겠다는 다짐으로 식을 진행하였습니다. 신부를 위한 축가도 열심히 불렀고 결혼 후에도 많은 분들로부터 감명 깊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사진을 찍을 때쯤 되어 얼굴에 경련이 시작했습니다. 사진 기사님은 웃으라고 하는데, 저는 열심히 웃고 있었지만 얼굴이 거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식이 끝난 후, 감사하게 와주신 분들께 한분 한분 인사를 드렸습니다. 점점 아파오는 허리와 말라가는 목이 힘은 들었지만, 감사한 마음을 담아 인사를 드리고 잘 마무리했습니다.


신혼여행을 결혼식 당일 쉬고 갈 수 있었던 것이 정말 신의 한 수였습니다. 정말 힘들었거든요. 저희는 심지어 자유여행이었고 많이 걸을 예정이었기 때문에 그대로 열 시간이 넘는 비행을 했으면 십중팔구 예민해져서 주야장천 싸웠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여기까지가 일반적으로 결혼하기 전에 준비하는 단계입니다.

이후 맞이하는 짝꿍과의 관계가 하루하루를 천국으로 만들기도, 지옥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결혼생활의 시작


짝꿍과 함께 생활하기 전 까지는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친구를 만나고 싶으면 일 끝나고 친구를 만나서 밥을 먹고 한잔 할 수 있습니다. 직장에서 좋은 일이나 나쁜 일이 있으면 축하나 위로를 하며 자리를 가질 수 있 수 있습니다. 몸을 만들기 위해서 운동을 하거나, 내가 좋아하는 취미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밤늦게까지 맥주를 마시며 영화를 보더라도 아무도 ‘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지요.


누군가와 함께 산다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예의와 배려가 필요합니다.


짝꿍과 생활하기 시작하면, 조금 전 이야기 한 부분들이 ‘나만 원하는 삶’이 아닌, ‘우리가 원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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