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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란세오 Nov 01. 2020

미치도록 사랑스럽고, 죽도록 힘든 너.

출산과 육아

임신과 경력의 단절


저희는 결혼을 하고 활활 타올랐습니다. 두 달 만에 아이가 생겼습니다. 자연피임이라고 하죠? 부부가 되었다는 마음에 처음으로 월경주기조절로 피임을 시도하였습니다. 가장 안전한 날이었죠. 그런데 관계 후 한달이 채 되지 않아 아내는 이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내: “오빠, 나, 그날인데 왜 안하지?”

남편: “응? 그럴리가, 우리 제일 안전한 날이었잖아.”



약국에서 테스트기를 사와서 테스트를 했는데, 두줄.

둘 다 서로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았습니다.

‘이거 맞는건가??’ 싶은 마음이었죠.

그러고 두개를 더 사와서 테스트를 했습니다. 역시 두줄.


“와, 축하해!!! 근데 나 이제 아빠된거야?”

둘 다 생각하지 못한 ‘부모’가 되었습니다.


아내는 국악기 연주자였습니다. 10년 넘는 시간동안 연습을 하고, 악기와 함께 생활하였습니다. 업계에서는 석사졸업이 관례였기에 대학원까지 다녔고요. 결혼 얼마 전에 어렵게 청주에 있는 국립국악단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기를 배에 두고 서울에서 청주로 출퇴근은 어렵고, 홀몸으로 지내기엔 무리였습니다. 정말 힘들게 들어 간 악단이었지만, 결국 더 이상 다닐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들어갈 수 있는 가능성은 없었죠.


처가댁에 상황을 알려드렸습니다. 앞으로 출근이 힘들 것 같아 보인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렇게 화가 난 장모님은 처음 보았습니다. 하지만 충분히 이해는 할 수 있었습니다. 애지중지 키운 딸이 정말 힘들게 자리를 잡았는데 그 일을 못하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다시 그 일을 하기도 하늘의 별따기였으니까요.



미치도록 사랑스럽지만, 죽도록 힘든 너. 출산과 육아.


결혼생활을 하면서 난생 처음 하는 생활에 이보다 더 힘들 수 있을까 하는 시간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진짜는 아이를 낳고 나서 시작되었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는 것 만으로도 힘겨운 진통 끝에 아이를 출산하였습니다. 건강한 사내아이였습니다. 처음 보는데, 머리는 계란 모양으로 위가 길고 보랏빛이었습니다. 애기들은 예쁘다는데, 내 아이가 맞나 하는 동물적인 물음표였습니다.



산후조리원까지는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이후 상상을 초월하는 시간이 다가옵니다. 아기는 두시간에 한번씩 일어났습니다. 8시에 잠들었다가, 10시에 깨서 30분간 먹고 11시에 잠이 듭니다. 두시간 반에 한번씩 깼으니, 1시반, 세시, 다섯시반, 여덟시에 깨는것이죠. 허리에 통증이 있던 아내를 대신하여 아이를 안아서 주고, 다시 받아서 재웠습니다. 


아내는 아이를 낳고 허리와 무릎 등등 통증이 계속되었습니다. 여름에도 뼈에 바람들면 계속간다고 하여 이불속에서 지냈습니다. 거의 100일간 매일 미역국을 끓여줬는데, 아직도 무릎이 좋지 않다고 합니다.


그렇게 100일을 보냈습니다. 아이와 아내 모두 몸을 추스렸습니다. 어느덧 아이는 사람의 형태를 갖추고, 사물을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뒤집기도 채 못하지만 살고자 하는 모습이 대견했습니다.


지금까지 어떠신가요? 이정도면 ‘결혼을 하면 안되는 것 아닌가’ 싶으십니까? 처음부터 고구마 먹는 소리만 들으셨죠? 저는 결혼 찬성주의자입니다. 결혼생활을 슬기롭게 하는 방법 알아보러 가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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