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퇴근길 맨발편지
안녕하세요.
오늘도 잘 걷고 계신가요?
오늘 나의 맨발은 멈췄지만, 눈은 상상력과 인공지능이 시각화 기술로 그려낸 과학 미술 세계를 조용히 산책했습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위치한 갤러리 ‘선화랑’에서 열리고 있는 프랑스 출신 AI 아트 그룹 오비어스(Obvious)의 해외 첫 전시 ‘IMAGINE‘에 다녀왔습니다. 이번 전시는 인간의 무의식과 인공지능의 시각화 기술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초현실주의의 새로운 지평을 발견하는 실험적 시도라 할 수 있습니다.
이날 관람에는 경희사이버대학교 문화창조대학원 문화예술경영 전공의 강윤주 주임교수, ‘AI와 문화예술경영’ 강의를 맡고 있는 경기연구원 Ai혁신센터장 김성하 교수, 그리고 대학원 황선영 조교, 원우 10여 명이 함께하여, 기술과 예술의 감성 융합 가능성에 대한 깊이 있는 담론이 오갔습니다. 전시는 5월 3일까지 계속되며, AI 시대의 창작과 감성과 예술의 본질에 대해 다시금 질문하게 만드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지난 2018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AI 아트 작품 최초 약 4억 5천만 원(43만 2천500달러)에 낙찰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Obvious는, 최근 전시에서 ‘마음속 이미지’를 즉각적으로 시각화하는 ‘Mind-to-Image’ 기술을 선보였습니다. 이 기술은 초현실주의의 무의식 표현 기법과 AI의 시각화 능력이 결합된 새로운 예술 패러다임으로, 꿈, 기억, 감정의 파편을 이미지로 구현하는 창작 방식을 제안합니다.
전시 주제인 “초현실주의의 새로운 지평: IMAGINE”은 프로이트의 무의식 이론과 브르통의 자동기술적 글쓰기에서 출발하여, AI 생성 능력을 통해 인간 내면의 꿈과 현실을 디지털 공간에서 재구성하려는 시도입니다. 이는 이성의 억압을 넘어 상상력을 해방하려는 초현실주의의 핵심 이념이, 기계와의 협업 속에서 감각과 존재의 새로운 언어로 진화하는 과정에 주목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Obvious는 MRI로 수집한 뇌파를 딥러닝으로 해석해 이미지를 생성했습니다. 작품을 소개한 김성하교수는 이번 오비우스의 새로운 도전은 “브르통이 꿈꾸던 자동기술의 가장 현대적인 실현일지도 모른다.”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니까, “내 마음속 이미지가 그림이 되는 기술”이에요. 다시 복습해 볼까요?
마음속 그림 ‘Mind-to-Image'전시!
예술은 늘 질문을 던집니다.
그림이 꼭 예뻐야 하나요?
말이 꼭 통해야 하나요?
이번엔 조금 더 낯선 질문이었죠.
“AI는 상상을 할 수 있을까?”
기술이 예술을 만났을 때!
어느 날, 공학도들과 경영학도들이 모여 예술에 도전했습니다.
그들은 그림을 잘 그리는 법을 배우지 않았지만, 기술을 잘 다루는 사람들이었죠.
2018년, 그들의 AI가 만든 초상화가 크리스티 경매에 등장했습니다.
5억 원 가까운 가격에 팔렸어요. 사람들은 놀랐죠.
“AI가 진짜 예술을 한 걸까?”
뇌파를 읽는 그림!
그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번 전시의 핵심은 한마디로 이거예요.
“내가 마음속으로 상상한 걸 AI가 그림으로 그릴 수 있을까?”
어떻게 하냐고요?
머리에 뇌파 측정 장치를 쓰고 그림을 떠올립니다. AI는 뇌의 반응을 읽어 그림으로 바꿔주는 거죠. 마치 꿈을 꾼 뒤 누군가가 그 장면을 그려주는 느낌이랄까요?
이해하지 말고, 느껴보세요?
전시장에 걸린 문장들은 이랬습니다.
“비행하는 나무”, “기억과 없는 몸”
무슨 뜻일까요? 딱히 의미는 없어요.
바로 그게 핵심입니다.
우리는 언제나 ’이게 무슨 뜻이지?’라고 생각하죠. 그런데 이 전시는 그렇게 묻지 말라고 말합니다. 의미를 찾지 말고, 느낌을 따라가 보라고.
눈앞 텍스트와 이미지들은 알쏭달쏭하고 이상합니다. 하지만 가만히 보고 있으면 어딘가 익숙해요. 마치 꿈에서 본 것 같고, 어린 시절 상상 속에서 떠오른 것 같고요.
AI는 우리보다 먼저 ‘느끼는 법’을 배웠다!
김성하 교수님은 이런 말을 하셨어요.
“AI는 이제 계산하지 않고, 그냥 ‘느낄’ 수 있어요.”
예를 들어 공이 날아올 때, 우리는 ‘어떻게’ 잡을지 계산하지 않죠. 그냥 몸이 반응해요.
AI도 이제 그런 걸 배워가고 있습니다.
생각이 아니라, 몸의 감각처럼 반응하는 것.
예술은 설명하는 게 아니라 질문하는 것!
문화예술기획자의 입장에서 이 전시는 큰 도전이었습니다. ‘작품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보는 사람의 감각을 깨우는 것’이었으니까요. 예술이란 늘 어떤 ‘틀’을 깨는 일로 해석됩니다. 아름답게 그리는 그림보다 말이 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AI는 인간을 따라 하려 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인간이 놓쳤던 감각을 조용히 다시 꺼내 보여줬죠.
마지막 질문
AI가 만든 그림 앞에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건 누가 만든 걸까?
기계?
인간?
아니면 우리의 무의식?
그 순간, 예술은 더 이상 ‘작가의 것’이 아니게 됩니다.
관람자도 함께 상상하고, 함께 느끼는 존재가 되니까요.
그래서, 결론은?
예술은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 AI도 그 세계에 들어왔습니다.
“AI는 예술을 완성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잊고 있던 감각의 문을 다시 열어준다.”
믿기지 않죠?
정말이에요.
그림은 어딘가 이상하고, 뭔가 찌그러져 있고, 대칭도 아니고…
그런데도 나 같아요.
내 꿈에서 본 것 같고, 내가 어릴 때 상상했던 풍경 같고요.
AI는 ‘계산’ 하지 않아요. 그냥 ‘느껴요’.
기술 설명은 어려워서 넘어가고,
교수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AI는 머리로 계산해서 그리지 않아요.
사람처럼, 그냥 감각으로 그려요.”
우와. 그 말에 소름이 돋았어요.
밥을 먹을 때 칼로리 계산 안 하잖아요.
그냥 손이 가는 대로 먹죠.
그게 바로 ‘무의식‘이래요.
지금의 AI는 그 무의식을 흉내 내기 시작했대요.
말이 안 돼도 괜찮은 전시?
그 전시는 의미를 설명하려 하지 않아요.
이해시키려 들지도 않아요.
그냥 보고, 그냥 느끼게 해요.
그래서 저는 그림 앞에 서서,
“이게 뭔 뜻이지?”
하는 질문을 버렸어요.
대신 이렇게 물어봤죠.
“지금, 나는 뭘 느끼고 있지?”
그 순간, 그림은 더 이상 누군가의 작품이 아니었어요.
내 마음의 거울 같았어요.
기획자의 마음으로, 저는 생각했어요.
예술은 더 이상 ‘잘 만든 결과물’을 전시하는 게 아니에요.
예술은 감각을 흔드는 질문이 되어야 해요.
이 전시는 그런 전시였어요.
관객을 가르치려 하지 않고,
관객의 감각을 깨우려는 전시.
AI가 만든 그림인데도,
어쩐지 더 인간적인 전시.
퇴근길, 나는 내 마음을 떠올려봤어요.
오늘 내 마음은 어떤 모양이었을까?
혹시 내가 상상도 못 했던 색깔로 일렁이고 있었을까?
만약 내 마음을 AI가 그려준다면,
그건 어떤 그림일까?
그림은 없어도 괜찮아요.
우리는 매일, 마음속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잖아요.
걷는 발자국마다, 새로운 상상이 스며들고 있으니까요.
오늘의 맨발 노트!
- 예술은 이해보다 감각이 먼저다.
- AI는 인간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인간이 잊고 있던 감각을 꺼내준다.
오늘도 잘 걷고, 잘 쉬셨기를.
다음 편지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