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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민 Jan 29. 2022

우리나라는 어디야?

05 | 나를 알아가는 시간

01. 우리나라는 어디야?


   프랑스에 올 때 주위에서 아이의 그림책을 많이 챙겨주었다. 잔뜩 가지고 왔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는 도서관에서 책을 읽듯 순식간에 다 읽어버렸다. 아이는 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다 보니 새로운 책에 대한 갈망이 생겼다. 그래서 한인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아이들 중고 서적을 눈여겨봤다가 종종 구매하였다. 주로 전집으로 판매하는 것들이 많았는데 아이 나이에 맞는 자연, 과학, 사회 전집을 들였다. 덕분에 아이는 새로운 책에 신났고 매일 어느 책을 읽을까 행복한 고민을 할 수 있었다. 전집을 모아서 읽다 보니 많이 나오는 단어가 눈에 띄었다.


  -  (책 읽는 중) 우리나라에 최초로…

  -  엄마, 우리나라가 어디야?

  -  으응? 한국이지!

  -  프랑스가 아니고?


  우리나라는 당연히 한국이지. 이제껏 다르게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아이에게 우리나라에 대해 어떻게 말하면 좋을까 고민하다 이야기했다. 


  -  윤이가 태어난 곳이 우리나라야. 

  -  우리가 사는 곳이 아니고?


  둘 다 맞기도 틀리기도 했다. 나는 아이의 질문에 혼란스러웠다. 뭐라고 답하면 좋을지 몰라 이후 책에 적혀있는 우리나라라는 단어는 한국이라고 바꿔서 읽어주고 있다. 우리 둘 다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우리의 의미를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앞으로 스무고개 하듯 하나씩 풀어나가 보기로.



02. 이게 밥이야?


  프랑스에 살고 있다 보니 식탁에 쌀 대신 장바구니에 쉽게 담을 수 있는 빵이나 렌틸콩 같은 곡물, 스파게티 같은 면이 자주 올라온다. 오늘 저녁 메뉴는 바게트와 라따뚜이였다.  


  -  윤아, 밥 먹자!

  -  이게 밥이야?


  밥 먹자 소리에 달려온 아이는 식탁에 놓인 음식을 보더니 당황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밥상에는 쌀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다니! 윤아 너를 자라게 하는 모든 걸 밥이라고 한단다.



03. 내가 좋아하는 음식


  아이와 같이 장을 볼 때면 아이의 취향을 알 수 있어서 재미있다. 여름이 다가오니 시장 초입부터 멜론 향이 가득했다. 아이도 코가 간질거리는지 오늘은 멜론을 사자고 했다.


  -  엄마! 오늘은 멜론에 잠봉이 먹고 싶어요! 바게트에 치즈도 같이 먹으면 좋겠다.


  프랑스에서의 생활이 쌓여갈수록 아이가 좋아하는 프랑스 음식도 많아졌다. 시장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요즘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뭔지 문득 궁금해졌다.


  -  윤아, 윤이는 뭐가 제일 맛있어? 어떤 음식을 제일 좋아해?

  -  음... 떡국, 떡볶이, 수제비, 김밥! 


  역시 사람 입맛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런데 아이의 대답에 나도 모르게 한시름 놓게 되는 이 마음은 뭐지.



04. 한국어를 왜 그렇게 잘해요?


  아이 학교 근처에 마트가 하나 있다. 종종 하굣길에 그곳에 들려 간식을 사곤 한다. 유달리 더웠던 날 시원한 음료수를 사려고 줄을 섰다. 드디어 우리 차례가 되었고 계산을 하던 여학생이 우리에게 수줍게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했다. 우리는 생각지도 못한 한국어 인사에 깜짝 놀랐다. BTS 아미였던 학생은 우리가 줄을 서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걸 듣고 한국인이라는 걸 알았던 것이었다. 아이는 그날 이후 마트에 들를 때면 그 이모에게 가서 수줍게 안녕! 하고 인사를 하곤 한다. 


  -  엄마, 이모는 어떻게 한국말을 하는 거야?

  -  이모는 한국 노래가 좋아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대.


  며칠 뒤 아이와 둘이 한인 마트에 갔다. 한창 프랑스어 배우는 게 재미있는 아이는 마트 안에서 이건 뭐냐며 계속 프랑스어로 물어보았다. 그리고 계산대에 있던 한국인 유학생에게 갑자기 질문을 던졌다.


  -  삼촌은 한국어를 왜 그렇게 잘해요?

  -  어, 한국인이니깐 잘하지요.


  아이의 물음에 당황스러웠을 텐데 웃으며 대답해 줘서 고마웠다. 아이는 프랑스에 살며 한국어를 쓰는 것에 대해 스스로 답을 찾아나가고 있다.


  -  엄마! 프랑스에 살면서 한국어 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아!



05. 내가 그린 왕


  학교에서 아이들은 각자 왕과 왕비를 그렸다. 선생님이 보내주신 사진에서 단번에 윤이 그림을 찾을 수 있었다. 아이는 노란 머리의 왕과 왕비들 사이에서 홀로 검은 머리 왕을 그렸다.


  -   내가 그린 왕이야. 진짜 멋있지?


   아이 방문 앞에 아이가 그린 그림을 붙여주었다.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는 마음에 의심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본다. 너는 어디에 있든 어떤 모습이든 있는 그대로 소중하고 멋있단다.



#엄마나랑친구할래 #오늘의이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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