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지 못하는 새벽에 편지를 써
변해버린 일상 속 너는 잘 지내는지
소음 있던 생각들은 이제 잔잔해졌는지
미움의 마음 없이 안녕한 하루를 보냈는지
여전히도 지나간 그 순간들을 생각하는지
당연했던 일상이 당연하지 않아서
소란스런 생각들은 아직도 그대로여서
불편한 마음들이 문득씩 떠오른 하루여서
그리움의 순간도 다 한때였으면 좋겠어서
푸른 숨 고르며 나에게 편지를 써
바다를 배경으로 마스크를 쓰고 있는 조각상 그림은 코로나 19가 발병하고 밖을 많이 못 돌아다니는 답답한 마음의 표현이었다. 원래도 워낙 갑갑한 거를 못 참는데 마스크까지 쓰고 있으니 마치 조각상을 만들 때처럼 석고를 뒤집어쓴 느낌까지 들었고 왠지 이 느낌을 기억하고 싶어 그림으로 기록하게 되었다.
바다를 걸으며 조개 모으는 걸 좋아하는 내가 올 해에는 제대로 된 바다를 보지 못했다. 바다는 항상 사람이 많고 마스크를 쓰고서는 내가 좋아하는 바다 냄새도 못 맡는 것은 물론 바다의 그 습기를 마스크를 쓰고 감당해내고 싶지 않은 이유였다. 이 그림을 그린 지 반년이 지났지만 상황은 달라진 게 없고 나는 여전히 문밖을 나서기 전 마스크를 챙기고 집에 돌아와서야 마스크를 벗을 수 있는 생활을 지속하고 있다.
숨 쉬는 공기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 마저도 당연하지 않은 것이 되어버렸다. 어린 시절의 나는 지금의 내 나이가 되면 당연하게도 내가 원하는 일을 하는 멋진 어른이 되어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과연 지금의 나는 멋진 어른이 되었을까? 수능을 앞둔 19살의 그때처럼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내일에 불안해하는 어른은 너무나 실감 나면서도 예측할 수 없는 이 코로나 19의 상황에 한숨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출퇴근을 하며 하루에 최소 5명은 보는 마스크를 손에 들고 담배연기를 내뿜으며 돌아다니는 아저씨들, 손 소독을 했기 때문에 잠깐 마스크를 벗는 것은 괜찮다며 버스기사와 싸우는 할머니, 턱에 마스크를 걸치고 커피를 마시면서 길을 걷는 학생 등 코로나를 종식시키기 위한 노력들을 헛되게 만드는 누군가들을 지나칠 때마다 마음이 너무 불편하고 한편으로는 어떻게 저렇게 순간적인 쾌락과 행복을 위해 스스로의 안전을 포기하려 할까 하는 의문이 든다.
소용돌이 없이 잔잔한 마음이었으면 좋겠지만 문득문득 찾아오는 미움과 원망, 걱정과 두려움이 나를 요동치게 한다. 당연했던 많은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된 요즘, 문득문득 일어나는 소란스러운 생각도 불편한 마음도 그리워하는 마음도 다 지나가는 순간이고 한때였으면 좋겠다. 그리워하고 있는 것들이 다시 당연해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코로나 19가 발병하고 나서 바로는 코로나 19가 가져다 줄 변화들을 실감을 하지 못했지만 주로 정부기관과 연구소 등의 전시와 홍보, 행사를 대행하는 디자인 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다 보니 최근 들어 점점 심해지는 코로나로 사회가 마비되고 있음을 너무나도 여실히 체감하는 중이다.
올해 초반에는 마스크를 끼고 거래처를 방문해 미팅을 했던 여러 건들 이 있었는데 홍보관 계약은 취소가 되었고 진행하던 행사도 많은 사람들이 모일 수 없어 몇 개는 온라인 행사로 전환을 했지만 나머지는 기약 없이 연기가 되고 취소가 되고 있다. 특히 정부 행사는 회사에서도 많은 공을 들이고 있던 만큼 같이 일하는 담당자들의 허탈함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크다.
내가 일하는 회사는 작은 중소기업이고 월급을 정부에서 지원을 받고 있는 상황인데 그 지원받는 사업의 계약이 10월에 끝난다. 지금처럼 계속 계획하고 진행하던 일마저도 취소가 되면 10월에 나는 일자리를 잃을 수 있는 상황이다. 나뿐만 아니라 2,30대의 많은 청년들이 코로나 19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막연한 두려움과 일자리 감소에 의한 취업 불안감으로 '코로나 블루'라는 푸른색 우울함에 빠지고 있다.
이 코로나 19 이후의 미래가 얼마나 많이 변해있을지, 또 나의 내일은 안녕할지 의문이지만 그렇다고 마냥 걱정과 염려만 하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 19의 확진자는 점점 늘고 있다. 내일은 과연 어떤 일이 생길지 예상할 수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나는 이 와중에도 오늘 하루를 무사히 살아가기에 많은 힘을 쓰고 있어 숨이 가쁘다. 하지만 숨이 차더라도 나만의 페이스를 찾아가고 싶다.
인생에 내 계획대로 되는 일은 제대로 없지만 언제 끝날지 모르는 막연한 두려움에 빠진 채 하루하루를 살아가지만은 않을 것이다. 불안함에 잠식되지 않고 삶이 나에게 어디로 가고 있냐고 물었을 때 나는 계속 새로운 꿈을 꾸고 있는 중이라고 답하고 싶다. 잠시 멈춰서 한 템포 쉬어가며 세상과 나를 마주할 수 있다면 그러면 되고 이제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다면 도전해보면 되고 계속 내 일을 이어가게 된다면 그 또한 적당히 최선을 다하면 되겠지. 나는 여전히 푸른 청춘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