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지구를 위하여, 비건 요리 팔라펠

가장 보통의 레시피 - 소박한 식탁 위 발칙한 잡담들

by 웅숭깊은 라쌤

솔직한 고백을 해보자. 나는 절대 비건이 될 수 없다. 고기 없이 못 사는 고기 마니아다. 삼시 세끼 중 적어도, 아니 모든 끼니에 고기가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고기가 아니면 생선이라도……. 그런 그가, 비건 요리에 손을 대기 시작했으니 그건 지구가 아프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완벽한 비건이 될 순 없겠지만, 그래도, 가끔이라도, 어쩌다 한 번이라도, 노력을 해 보고 싶었다.

육식은 탄소 배출량 확대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걸 부정하긴 힘들 것이다. 워낙 많은 이가 육식을 즐기기에 아예 공장식 축산이 이뤄지고 있고, 그로 인해 탄소 배출량은 점점 늘어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환경 전문가들은 지구인들에게 ‘비건’을 권장한다. 비건은 탄소중립에 적잖은 기여할 수 있으며, 이는 절대적인 육식 마니아에게도 큰 울림이 되었다.

다시 솔직한 고백을 해보자. 나는 절대 비건이 될 수 없다. 없지만, 그래도 가끔씩 비건 요리를 즐길 수는 있다. 이는 누구나 할 수 있는 도전이자, 당위적 행위이다. 그래야만 한다. 지구가 아프다잖아!


내가 선택한 비건 요리는 ‘팔라펠’이었다. 우리나라 동그랑땡과 그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알고 보면 고기는 전혀 들어가지 않았고 대신 병아리콩이라는, 고소하면서 단맛이 나는 작고 귀여운 콩이 주재료다. 단백질은 물론 비타민C와 식이섬유도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고 한다. 아, 심지어 칼로리도 낮아서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아주 제격인 재료다. 게다가 팔라펠은 (만들기 전까지는) 조리법도 엄청 간단하고 쉬웠다.

병아리처럼 생겼다고 하여 병아리콩이란 이름이 붙은 그 병아리콩 한 봉지를 구매한 뒤 정말 오랜 시간 물에 넣고 불려야 한다. 거의 하루 24시간이 필요할 정도로 콩을 불리는 과정은 중요하다. 그리고 잘 불린 병아리콩과 양파 한 개, 마늘 두세 알, 그리고 이탈리안 파슬리를 넣으면 좋겠지만 부모님께서 농사지으신 깻잎이 냉장고에 있었으므로 깻잎 세 장, 소금과 후추 약간을 믹서기나 블렌더에 넣고 힘차게 갈아버린다. 다 갈고 믹서기 뚜껑을 열면 아주 산뜻한 색감을 확인할 수 있다. 초록빛이 엷게 물든 갈린 병아리콩은 몸과 마음을 평안하게 해주는 매력이 있다.

그런데 다 갈고 나서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달걀이나 다른 가루를 넣지 않아 점성이 없는 이 녀석들은 아무리 애를 써봐도 도무지 뭉쳐지지 않았다. 베이킹파우더를 넣으라는 조언이 있긴 했으나 정통 팔라펠엔 어떤 가루도 넣지 않는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던 기억이 가루로 손이 향하는 걸 막아 버렸다. 결국 어깨 통증이 밀려올 때까지 오랜 시간 치대준 다음 살짝 냉동실에 얼려주었더니 그제야 조금씩 뭉쳐지기 시작했다. 안되면 될 때까지! 치대고 뭉쳐!


이제 동그랑땡 굽는 것과 완전 동일한 과정이 전개된다. 기름을 두르고, 팬을 달구고, 뭉쳐진 녀석들을 팬에 올리고, 노릇노릇 굽기만 하면 완성. 병아리콩을 갈아 소스처럼 묽게 만든 후무스라는 디핑 소스를 곁들이거나 아니면 편하게 샐러드를 곁들여도 무방하다. 바삭한 식감과 고소함이 어우러진 건강식, 팔라펠. 원래 건강식은 살이 안 찐다. 잔뜩 먹어도 된다! 그리고 그렇게, 거짓말처럼 살이 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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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랑땡보다 훨씬 맛나는 병아리콩 요리, 팔라펠!

지구라는 별에는 항상 이슈가 있다. 그런데 그 이슈가 지구인 한 사람 한 사람의 피부에 닿기엔 그 거리감이 상당하다. 그래서 다들, 외면하기 일쑤다. 안타깝게도 이슈들의 먹이는 사실 외면이다. 외면하면 할수록 그 몸집을 잔뜩 부풀려 지구인들과의 거리를 좁혀나간다. 그리고 그제야 지구인들은 후회한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라는.

그래서 지금 당신에게 외친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지구인이라면, 외계인이 아니라면, 이제 먹이 주는 일을 멈추어보자. 조금만 고개를 돌려보면 당신에게 다가가는 수많은 이슈들이 당신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구인이여! 고개를 들어 위기로부터 함께 탈출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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