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보통의 레시피 - 소박한 식탁 위 발칙한 잡담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는데, 아는 것이 많다고 자부하다가 보지 못했음에도 보았다고 믿으며 결국 많은 것을 잘못 판단하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차라리 무지한 편이 나을지도. 특히나 사람을 볼 때 이러한 선입견이 아주 쉽게 작용하곤 한다.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는데, 이젠 좋은 사람을 놓치는 바보 같은 짓은 그만하고 싶다. 당신도 그러하다면, 지금 당장 오징어순대를 만들어 보도록 하자!
손질된 통오징어는 마트에서 아주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4,000원 남짓한 가격에 무려 두 마리! 그리고 이제 당신은 매끈한 오징어 안에 무엇을 어떻게 채울지만 고민하면 된다. 당신의 고민을, 좀 덜어줘 볼까?
이탈리아식 오징어순대를 만들기 위해 먼저 새우, 조개, 관자 등을 잘게 썰어 올리브오일에 볶아준 다음 볼에 넣고 토마토, 달걀과 함께 섞어준다. 그리고 잘 섞인 재료를 살짝 데친 오징어에 야무지게 채워주는데, 빈 공간이 없도록 꾹꾹 눌러 담아주어야 한다. 그리고는 역시나 오일을 두른 팬에 오징어를 올려 굽다가 토마토소스를 부어 자글자글 끓여주면 Italian Stuffed Calamari 완성. 마지막에 바질 같은 각종 허브를 올려주면 향이 극대화될 수 있다. 이 레시피는 구독자 388만 명을 자랑하는 Laura in the Kitchen 채널에서 알게 되었다. 이 채널을 운영하는 Laura Vitale는 이탈리아 나폴리 태생으로, 어린 시절부터 할머니께 요리를 배워 유럽 가정식에 관해 광범위하고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필리핀의 Inihaw Na Pusit라는 요리는 잘게 썬 양파, 토마토, 생강과 소금, 후춧가루를 섞어 오징어 속을 채우고 그릴에 구워내는 방식을 사용한다. 필리핀 요리 전문가 Vanjo Merano가 운영하는 요리 블로그에는 다양한 필리핀 요리법을 아주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는데, 이곳에서 Inihaw Na Pusit 조리에 있어 주의해야 할 점으로 강조한 것은 역시나 굽는 시간이었다.
“For grilling, you have to keep a close eye on your squid. Remember that it can be very easy to end up with a rubbery squid, and so be careful not to overcook it. To get it tender while cooked all the way through, grill the first side of your pusit for 6 to 8 minutes. Then turn each squid over, and grill it for the same amount of time”
-Panlasang Pinoy 블로그 발췌
직접 해석한 것은 아니고 번역기의 힘을 빌려 정리해보았다. 한 면을 6~8분 익히고 뒤집어서 같은 시간 동안 구워주는 게 포인트이다. 너무 구우면 고무 식감이 난다고 하니 반드시 신경 써야 할 듯하다.
오징어순대는 지구인 모두에게 사랑받기에 여느 나라에나 그 레시피가 존재하지만, 누가 뭐래도 최고는 우리나라 속초 오징어순대가 아니겠나. 만두 속 재료를 오징어에 채워 넣고 달걀물을 입혀 튀기듯 기름에 바싹 구워낸 오징어순대는 고소하고 바삭하며 쫄깃한 식감을 자랑하는 속초의 대표 음식 중 하나이다.
그리고 난, 당신만을 위한 특별한 오징어순대를 만들고 싶었던 난, 과감히 냉장고를 열어 ○○를, 대한민국 국민에겐 없어서는 안 될 그 ○○를, 아주 잘게 잘게 썰어 밥과 함께 볶아주었다. 그리고 살짝 데친 오징어에 과감히 그 ○○볶음밥을 쑤셔 넣고 뜨겁게 달군 팬에 가볍게 구워주면 나만의, 아니 당신만의 오징어순대 완성. 우아하게 포크와 나이프를 들고 부드러운 오징어를 베어내고 나면, 그제야 당신은 알게 될 테지. 아, 무엇이든 열어보기 전까진 모르는 법이구나, 하고.
당신은 날 좋은 사람이라 생각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그것은 절대적으로 잘못된 판단일지 모른다. 알고 보면 난, 생각 이상으로 훨씬, 엄청, 매우, 많이, 더, 좋은 사람일 테니까! 그러니 우린, 자주 만나야 한다. 어쩌다 한 번만으로는 안 된다. 만나고도 계속 부단히 살피고 들여다보아야 한다. 내 매력을 완전히 알게 될 때까지, 계속해서, 쭈욱!
세상 모든 사람이 그러하다. 쉽사리 많은 걸 한꺼번에 알려주지 않는다. 아무리 파헤치고 까보아도 계속하여 새로운 면을 보이는 사람도 있고, 아무리 파헤치고 까보아도 끝까지 꽁꽁 감춰진 사람도 있다. 우리에겐 그리하여 절대적인 인내가, 노력이, 필요하다. 좋은 사람을 쉽게 놓치는 바보가 되지 않으려면, 말이다.
천천히, 느리게, 조금씩 알아가다 보면 어느덧 그와 깐부가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지 않을까? 그래서인지 나는 당신을 더욱 간절히 알고 싶다. 당신과, 깐부가 되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