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살 디자이너의 프리랜서 성장기
몸이 아프면 마음이 고생한다. 가진 게 없을 때는 몸이 더더욱 재산인데, 이런 어쩌면 좋나.
목감기에 제대로 걸려서 며칠 앓아누웠었다. 아플 땐 루틴이고 목표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아, 너무 아프다"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아플 때 끙끙 앓으면서 해봤자 더 아프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결국 며칠 푹 쉬었다. 기록도 제대로 안 하고, 업로드도 안 하고, 그냥 쉬었다. 아픈데 뭐 어떡하나. 이것도 잘 살자고 하는 일인데. 직장도 안 다니겠다, 몸이 아플 땐 원없이 쉬어보고 싶었다. 몸은 편한데 마음이 불편해서 새벽에 자꾸 자다 깨서 뒤척이며 밤을 지새우곤 했다. 몸 편히 마음 편히 쉬는 게 이렇게 힘들구나 싶더라. 그렇지만 시간이 약인지라, 어느 정도 쉬고 나니 몸이 회복해서 며칠 전 연락 왔던 면접도 보고 왔다. 예전엔 '이번엔 될 것 같다', '이번엔 이래서 안 될 것 같다' 하며 혼자서 이리저리 생각했지만, 결과가 늘 같아서 이제는 생각을 멈추기로 했다. 면접 보고 바로 약속을 갈 심산으로 대충 본 건 아니지만, 결과에 대해 미련을 가지지 않기로 했다. 그와 나의 결이 맞으면 연애가 시작되는 것처럼, 그(회사)와 나의 역량이 맞으면 미래가 시작되겠지, 라는 생각으로 흘려보냈다.
몸이 아프면 견딜 수야 있는데 나는 마음이 아픈 건 그렇게 못 견디겠다. 마음이 아프면 손을 쓸 수가 없다. 자꾸 작아지는 기분이 들거나, 때로는 혼자 서 있는 기분이 들거나. 이래서 마인드 컨트롤이 정말 중요하다고 하나 보다. 고작 나 하나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하면서 일을 어찌할까 싶은 마음으로 오늘도 마인드 컨트롤하는 방법을 생각해본다. 마음을 가다듬고 싶을 때, 나는 주로 글을 쓰는 편이다. 격앙된 감정을 흘려보낼 때는 글을 쓰거나 말하는 게 도움이 된다.
슬프고 화나고 애타는 마음을 말로 녹음하거나 노트에 쓰거나, 타자를 치다 보면 처음에는 감정에 휩쓸려 오타도 나고 손가락이 꼬이기도 한다. 하지만 쓰다 보면 점점 마음이 가라앉고 조금은 해소되는 기분이 든다. 물론 친구에게 하소연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너무 일차원적인 감정은 친구에게도 털어놓기 미안해서 체에 거르듯이 글로 쓰는 걸 선호하는 것일 뿐이다. 더군다나 지금처럼 시간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글이 더더욱 도움이 된다. 친구에게 말해봤자 답이 나오지 않을 뿐더러, 여차하면 감정 쓰레기통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대화가 아예 도움이 안 된다는 말은 아니니 오해하지 말기를. 그렇게 글을 쓰고, 글에다 욕도 섞어가며 열심히 쓰다 보면 한결 마음이 가라앉는다. 조금은 가벼워진 마음으로 산뜻한 걸 먹거나 산책을 가면 더 좋다. 마인드 컨트롤이 뭐 별거 있겠나, 내가 마음이 편해지는 행동을 하면 되는 거 아닐까 싶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당신만의 감정을 해소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없다면 남들의 방법을 따라 해보고 여러 시도를 해보는 것이 좋다. 창작의 기본도 따라 하기에서 시작되지 않던가? 30살 정도가 되니 얼추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은 알게 되었지만, 정말 힘들 때는 의학의 도움을 받는 것도 당연히 좋다. 나는 꽤 오랜 기간 정신과 약을 복용하고 있다. 상담도 받아봤고 집단상담도 해봤다. 상담이 맞는 사람도 있고 약이 맞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나는 후자에 가까웠던 것 같다. 언제는 약을 끊기 위해 시도했으나 결과는 처참했다. 자책하는 나에게 의사 선생님은 이런 말을 했다. 내가 일상생활을 잘하기 위해 도움을 받는 것이지, 그걸 나쁘게 생각하지 말라며. 더 좋은 삶을 살고 싶어서 그런 것일 뿐. 그리고 선천적으로 호르몬이 적게 나오는 사람일 뿐이니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말라고 하셨다. 나는 그래서 생각을 바꿨다. 약을 언젠간 끊겠어가 목표가 아닌, 더 잘 살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마음으로 말이다.
마음을 다잡는 데에는 생각을 전환하는 방식도 매우 중요하다. 말도 아 다르고 어 다르듯이 생각도 이것과 저것이 한 끗 차이라고 말할 수 있다. 몸과 마음은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한쪽이 힘들면 다른 쪽도 영향을 받곤 한다. 몸이 아프면 병원을 가고, 마음이 아프면 정신과를 꼭 가보자. 몸과 마음, 둘 다 우리가 가진 가장 큰 재산이다. 잘 돌보고, 필요하면 주저하지 말고 도움을 받자. 더 나은 나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