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살 디자이너의 프리랜서 성장기
백수가 되어버렸으니 나는 최대한 "규칙적인 삶"을 살려고 노력했다. 몇 시에 기상할 건지, 책을 얼마나 읽을 건지, 운동을 할 건지 등등 나 자신과의 규칙을 세우며 내 삶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런데 여기에서 모순이 발견되곤 한다. "내가 세운 투두리스트 = 내 삶을 건강하게 만든다"는 아닌 것이다. 책을 하루에 100페이지 읽어야지, 운동을 몇 분 해야지라는 하루 계획을 세우게 되는데 내가 세운 투두리스트는 내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이 되어야지 하루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짧은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책을 100페이지 읽겠다는 "목표"를 잡았다. 목표를 잡았으니 실행만 하면 된다. 오늘 하루 100페이지를 읽고 내일도 읽고 모레도 읽을 것이다. 숫자에 집착해 100페이지를 매번 읽었다. 그런데 남는 게 없다. 정말로 나는 이걸 겪었다. 단순히 왜 읽어야 하는지 목표를 잡지 않고 그냥 읽으니까 남는 게 없을 만도 하다. 내가 당연한 얘기를 했다고 생각하나? 지금 당장 당신의 새해 목표를 보면 막연하게 책 100권 읽기, 운동하기 등이 적혀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래서 이 의미 없는 루틴을 그만두고 큰 목표부터 세웠다. 올해 해내고 싶은 게 무엇인지, 어떤 결과를 만들고 싶은지 말이다. 내가 세운 목표는 아래와 같다.
1. 유튜브 영상 제작 루틴 구축하기
2. 브런치, 블로그, 스레드 글 쓰기 루틴 구축하기
3. 지식을 채우기 위한 다양한 책의 내용을 정리한 글 100개 채우기
4. 다양한 패션을 소화하기 위해 -10kg 빼기
5. 시야를 넓히기 위해 새로운 취미 만들기
나도 늘 운동하기, 책 많이 읽기를 목표로 쓰던 사람으로서 지금의 목표는 꽤나 구체적으로 적었다고 말할 수 있다. 영상 제작 루틴을 구축하려면 일단 꾸준히 올려야 한다. 꾸준히 올리기 위해선 매일 1일 1 영상을 올린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짧은 쇼츠 영상과 그 제작 과정을 녹화한 풀버전 영상을 번갈아 올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루틴을 다잡으니 그래도 열심히 올리고 있다. 그리고 왜 구독자 몇 명 만들기가 아니냐고 물을 수 있다. 외부 요인으로 인한 목표는 배제하는 것이 좋다고 책에서 배웠다. 그래서 원래 목표는 구독자 몇 명 만들기였으나, 수정해서 루틴 구축하기로 변경했다.
그리고 '책을 몇 권 읽겠다'가 목표가 아니고 '정리'가 목표냐면 비슷한 이유이다. 책을 정리해야 한다는 일종의 압박감이 생기면 책 내용을 더욱 깊게 보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어느 습관 책에서 읽은 이야기가 있다. 모임에서 전시를 보고 난 후, 전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해보라고 했을 때 사람들은 전시에 대한 말을 1분도 못 했다고 한다. 하지만, 전시를 보기 전에 각자 감상평을 나눌 거라고 말하자 각자 감상평이 10분은 넘게 나왔다고 한다. 이렇게 우리는 누가 본다고 생각하거나, 무엇을 할 거라는 생각을 하면 더욱 열심히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한다. 나도 그래서 혼자 일기장에 적는 글도 있지만, 이렇게 공개적인 장소에서 적는 이유도 있다. 꾸준히 하기 위해서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이다.
프리랜서가 되기 위해서는 루틴이 특히 중요하다. 직장에 출근하는 생활과 달리, 하루의 모든 시간을 스스로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처음엔 내가 원하는 대로 시간을 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졌지만, 루틴이 없으니 하루가 무의미하게 흘러가버리곤 했다. 그래서 나는 루틴을 통해 시간만 넘치는 백수인 나를 관리하기 시작했다. 어떤 날은 지나치게 많은 목표를 세워 중도에 포기하기도 했고, 반대로 너무 쉬운 목표를 잡아 성취감이 부족하기도 했다. 하지만 루틴을 통해 내 페이스를 조절하고, 지속 가능한 성과를 만드는 방법을 터득해가고 있다.
그래서 단순히 '뭘 할 거야'라고 투두리스트를 작성하기보다, 목표를 구체적으로 잡는 연습을 하자. 그리고 그걸 쪼개고 쪼개서 하루에 할 일을 만들자. 그게 올바른 투두리스트 작성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실행해서 나와 맞지 않거나 너무 허들이 높은 일이 목표였다면 목표를 수정하는 것도 방법이다.
뭐든 시행착오를 겪으며 성장하는 것이다. 무작정 많은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좋지만, 금세 지치게 된다. 진부한 말이지만 늘 와닿는 "인생은 마라톤"이라는 말이 있지 않는가? 남에게 휘둘리지 않고 꾸준히 내 페이스대로 가는 게 마라톤에서 제일 좋은 방법이다. 그러면 내가 하루에 어느 정도를 해낼 수 있는 사람인지 알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시행착오는 꼭 겪을 수밖에 없다. 허울밖에 없는 루틴을 곧이곧대로 믿고 달려가지 말고 내가 무엇을 이루기 위해 그 루틴을 만들었는지 잘 생각해 보고 루틴을 따르자. 목표와 맞지 않는다면 당장 수정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