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 없이도 살 수 있잖아, 그치?

30살 디자이너의 프리랜서 성장기

by 이키
"목표가 없어도 살 수 있을까?"
그렇다, 사는 게 목적이라면 목표는 없어도 괜찮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무언가를 이루고 싶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파도가 치는 대로 몸을 맡기다 보면 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끝에 도달한 순간, 내가 원하는 모습이었을까?


성공한 사람들, 혹은 성공이 눈앞에 보이는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그들 모두 자신만의 목표를 향해 꾸준히 나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누구에게나 주어진 24시간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관리하며 시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 내가 생각하는 성공한 당사자들은 아직 스스로 성공했다고 느끼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의 삶을 보면 프리랜서라는 자유로운 직업을 가지고 있어도 결코 불규칙하지 않다. 오히려 매우 체계적으로 움직인다. 예를 들자면, 내가 주목한 한 프리랜서는 매일 아침 10분 동안 하루 일정을 세우고, 몇 년간 이 루틴을 통해 책 세 권을 집필하며 강연 활동까지 이어갔다.


'회사는 시스템'이라는 말처럼, 프리랜서도 결국 자신만의 시스템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이를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더욱 철저한 시스템과 목표가 필요하다. 하루 24시간을 내 것으로 만드는 방법을 찾아내고, 이를 통해 원하는 목표를 이뤄내는 것이 핵심이다. 체계적인 사람들은 자신만의 목표를 설정하고 매일 투두리스트를 작성하며 이를 꾸준히 실행해 나간다.


하지만 이런 말을 들으면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난 MBTI가 P로 끝나서 도저히 계획 세우는 게 어려운데?"

사실 나도 MBTI가 P로 끝나는 사람이다. 저녁에 김치찜을 먹기로 했다가 닭갈비가 더 맛있어 보여서 메뉴를 바꾸고, 서울에 놀러 가서도 뭘 할지 계획 없이 그날그날 즉흥적으로 움직이는 사람. 그게 바로 나다. 여행 가서도 계획은커녕 아침에 눈 떠서 "뭐 먹을까?"라고 말할 뿐.


그런 내가 목표의 중요성을 깨닫고,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 건 30살이 되기 몇 달 전이었다. 이전에는 목표 없이 살아왔다. 대학 시절에는 열심히 공부하자는 목표가 있었지만, 졸업 후에는 그냥 대충 취직하고 돈 벌고, 연애하고, 취미생활 즐기면 됐지, 무슨 목표까지 필요할까 싶었다. 그런데 문득 스스로를 돌아보니, 삶에 큰 공허함이 밀려왔다. 내가 열심히 살아온 것 같은데도, 남은 건 적당히 모은 돈, 몇 번의 연애, 그리고 한두 개의 취미가 전부였다. '이게 다인가?' 싶을 정도로 속이 텅 빈 느낌이었다.


그때부터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29살의 마지막 몇 달 동안, 작지만 의미 있는 목표를 세우고 차근차근 실행해 나갔다. 예를 들면, 2025년이 끝날 무렵에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올해는 그래도 이거 했고, 저것도 해냈네. 이건 못했지만, 그래도 괜찮아."


사실, 목표를 이루고 못 이루고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더 중요한 건 목표를 향해 내가 어떤 행동을 했느냐다. 그 과정에서 남긴 발자취는 나의 기록이 되고, 앞으로 나아갈 원동력이 된다.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면, 내년에 다시 도전하면 된다. 길은 언제나 열려있다. 마치 바다 위에서 나만의 항로를 개척해 나가는 것처럼. 만약 내 눈앞에 나의 키만 한 높이를 당장에 뛰어넘으라고 하면 못 넘겠지만, 그 담을 넘기 위해 앞에 블록을 계단식으로 쌓으면 어떨까? 블록을 더 잘게 쪼개면 어떨까? 숨차지 않을 만큼 내가 기꺼이 넘을만한 높이가 될 것이다.


적어도 내 삶을 나의 시간표대로 살아가고 싶은 사람이라면 목표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그 목표를 세분화해서 하루에 매번 올라갈 수 있을 정도로 만드는 방법도 알아야 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하루에 삼킬 수 있을 정도의 일을 소화해 낸다. 처음엔 책을 10분 읽는 것도 어려웠지만 지금은 1시간은 읽는다. 글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무슨 글을 써야 할지 아무런 감이 잡히지 않았는데, 지금은 내 얘기를 솔직하게 쓸 수 있게 되었다.


목표란 결국, 나만의 속도로 나아가기 위한 계단이다. 한 번에 뛰어넘을 필요 없다. 오늘 할 수 있는 만큼, 작게 쪼개고, 매일 조금씩 나아가다 보면 어느새 그 목표에 가까워진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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