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살 디자이너의 프리랜서 성장기
나만 생각하는 거 아닐 거다. 다들 성공하고 싶고, 돈 많이 벌고 싶고, 경제적 자유를 누리고 싶으며, 시간과 공간 제약이 없는 디지털 노마드라는 삶을 살고 싶을 것이다. 디자이너라면 더더욱.
그런데 디지털 노마드는 무슨, 취직도 하나 제대로 안 되고 모아둔 돈만 까먹고 있는 내 인생은 새해부터 왜 이리 꼬이는 걸까. 취직만 안 되면 그나마 낫지, 나는 전세사기도 당해서 아직 돈을 못 받았다. 24년에 일어난 일인데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생각만 하면 슬퍼지고 마음이 답답해진다. 일이 일어나고 며칠 안 되었을 땐 밥도 제대로 못 먹었다. 이제는 조금 회복해서 밥 먹고, 변호사님에게 맡겨놓고 지내고 있다. 이렇게 돈 때문에 고생하니까 더 욕망이 들끓기 시작했다.
나는 왜 이렇게 돈에 끌려다니는 삶을 사는 걸까? 인스타만 보면 다들 디지털 노마드고 월 천은 우습게 번다고 나온다. 흔히 말하는 강의팔이도 많겠지만, 사람이라는 게 결국 그 글을 보고 무의식적으로 휘둘릴 수밖에 없다. 나는 왜 이러고 사는지, 욕망에서 시작된 마음이 자책으로 변한다. 살면서 한순간도 즐거웠던 일이 없는 것 같고, 누군가의 하이라이트와 나의 비하인드 컷을 비교하지 말라고 하지만 어떡하나. 주변 사람의 하이라이트만 보이는 걸 어쩌나.
일이라도 다니면 잡생각이 덜 들 텐데, 백수라서 더더욱 마음이 부정적으로 기울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마음을 더 다잡아야 한다. 욕망을 올바르게 표출해야 한다. 그래서 난 오늘도 글을 쓴다. 누가 볼 수도 있는, 아니면 많이 봐줬으면 하는 글이기에 나도 나의 하이라이트만을 남기고 싶다. 누구보다 멋지게 보이고 싶고, 성공한 사람이 되고 싶은데, 현실과 이상의 괴리감은 좁혀지지 않는다. 글을 쓰며 조금 더 유명해지고 싶은 순수한 욕망을 가라앉히고 생각을 정리한다.
사실 오늘 여러 곳에 서류를 넣었지만 면접 제의가 안 와서 혼자 울적하게 침대에 늘어져 있었다. 또 나는 왜 이렇게 안 되지라는 자책과 함께. 그러다가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면접을 보러 오란다. 바닥으로 꺼져가던 내 삶이 다시 솟아올랐다. 합격된 것도 아닌데 들뜬 마음은 어쩔 수 없나 보다. 프리랜서를 지망한다는 것, 백수로 온전히 혼자 지낸다는 건 강풍이 부는 빗속에 우산도 없이 있는 기분과 비슷하다. 햇살이 뜨면 신나고, 비가 오면 남들의 우산을 부러워하며 우울하고 슬퍼짐을 반복한다. 올바른 사회 구성원이 되지 못한 것 같은 자책감, 민폐를 끼친다는 기분, 한심하기 그지없는 나 자신이 떠오르고 가라앉기를 반복한다.
하지만 결국 내가 그렇게 발버둥 치며 견뎌내고, 비를 맞고 바람이 불어도 지켜내는 나로 인해 새로운 가능성이 나오기 마련이다. 지금 당장의 수익이 없어도,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음을 깨닫기만 하면 된다. 제자리걸음인 것 같고 나만 뒤처진 것 같아도 남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아니 어쩌면 나보다 더 나쁠지도 모른다.
그거와는 별개로 나는 내 앞을 헤쳐나가야 한다. 남들이 더 못나 보여도 비웃지 말고, 잘나도 배 아파하지 말고 나는 나대로 내가 선택한 길을 걸어가야 한다. 그래서 욕망을 내비치는 게 중요하다. 내가 뭘 원하는지 내가 알아야 갈 방향을 정할 수 있다. 돈을 왜 많이 벌고 싶을까? 나는 어떻게 벌고 싶을까를 생각하다 보면, 나는 내가 유명해지기보다 내 작품이 유명해졌으면 좋겠다. 내가 만드는 로고나 영상이 사람들에게 만족감을 주었으면 좋겠다는 게 나의 투명한 욕망이다. 나는 연예인을 만날 정도로 유명해지고 싶은 마음도 없다. 그저 내가 내 손으로 만든 작품이 유명세에 탑승하길 바랄 뿐이다.
당신도 돈을 벌고 싶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집을 사고 싶어서 같은 현실적인 이유도 있을 것이며, 좋아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은 낭만적인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생각해 보자. 투명한 욕망은 생각보다 나를 움직이게 만든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