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살 디자이너의 프리랜서 성장기
"96년생. 만 나이로 바뀌었지만, 앞자리가 바뀐 건 변함없다. 서른이 된 나는 더 이상 20대처럼 자유롭지도, 완전히 어른 같지도 않다. 그리고 그 와중에 처참하게도 백수다."
19살 때만 해도 서른이 되면 멋진 신여성이 될 거라 생각했지만 세상은 현실적이었다.
결혼은 하지도 않았고, 현재 직장은 없이 무직상태.
대한민국에서는 직장만 없어도 패배자가 되는 기분이다. 특히나 나이가 들었는데 직장이 없다는 건 사회 구성원이 아닌 거나 마찬가지로 외롭다. 작년까지만 해도 회사를 다니긴 했으나, 디자이너들의 한결같은 꿈은 역시 "프리랜서"아니겠는가? 물론 프리랜서 한다고 회사를 당장 그만둔 건 아니다. 회사 경영난으로 인해 나왔을 뿐. 내 의지는 아니었다. 11월에 그만두고 백수가 되어서 나는 당장 회사부터 알아봤다. 그땐 프리랜서 할 생각도 없었고 막연히 직장인이라면 사직서를 품고 다니듯이 프리랜서는 내가 품고 있는 종이조각 중 하나였다. 11월이 지나고 연말인 12월이 되었을 때, 나는 여러 회사에 지원도 많이 하고 면접도 봤으나 합격하는 곳이 없었다. 분명 예전엔 직장을 척척 구해서 들어갔는데 왜 이리 어려운 걸까? 세상이 날 버린 느낌이었다. 30살이 다가오면서 직장이라도 다시 가져야 할 거 같은 기분이 맴돌았는데 결국 해가 바뀌고 30살이 된 나는 무직상태. 백수다.
그렇다고 "회사가 안 구해져서 프리랜서를 해야겠다!"라는 마음은 아니었다. 그저 종이조각이었던 프리랜서가 쓰인 메모지가 쉬는 동안 점점 커져서 하나의 노트가 되어버렸다. 그것도 점점 살을 붙여가며 단단한 스프링 노트가 되었다. 그 스프링 노트는 나를 움직이게 만들었고, 11월 백수가 된 첫날 매일 11시 넘어서 기상하던 나를 현재는 7시~8시에 일어나는 부지런한 백수로 만들어줬다.
백수가 된 나의 일상은 요즘 이렇다.
아침에 일어나 가볍게 셰이크를 마시고, 내키면 드립 커피를 내려서 하루에 100페이지 정도 나에게 필요한, 혹은 좋아하는 책을 읽는다. 그리곤 밥을 챙겨 먹고 구독자는 별로 없지만 데일리 포스터를 만들자는 개념으로 10분 동안 완성하는 디자인을 쇼츠 영상으로 업로드한다. 유튜브는 물론, 인스타에도. 이 일은 프리랜서가 되자는 마음가짐 이전에 무언가 작품 활동을 꾸준히 해보자는 생각이 들어서 하게 된 루틴이다.
이제 60개 가량 올렸다. 그리곤 정말 가끔, 가아끔 인맥을 통해 외주가 들어오면 일을 한다. 그 외에는 결제해 놓은 디자인 강의를 들으며 공부와 실습을 진행한다. 자취를 하고 있기에 집안일이나 생필품을 사야 하면 나가고, 좋아하는 카페에 들러 커피도 마신다. 어느 정도 일정이 마무리되면 저녁엔 일기를 쓰고 다이어리를 정리한 뒤 11시쯤 잠에 든다. 사람들은 백수라고 하면 늘어지고 나태해질 거라 생각하지만, 나는 오히려 더 부지런한 백수가 됐다.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꾸준히 하겠다는 열망이 나를 아침 일찍 깨운다. 매일 쌓이는 내 쇼츠 영상과 디자인 작품들은 구독자 수는 적어도, 돈은 안 되어도 나 자신에겐 작은 성취를 만드는 증거다.
이 루틴을 계속 한 지는 이제 2달이 지났다. 나는 천성이 게을러서 늘 늦잠이 필수인 사람인 줄 알았는데 좋아하는 걸 하겠다는 열망이 나를 깨워서 지속하고 있다. 물론 당장에 벌어둔 돈을 까먹고 있는 건 현실이라 가끔 엄마에게 취직은 언제 하는지 걱정 혹은 조금의 잔소리를 품은 말을 듣곤 한다. 그럴 때면 취업 사이트에 들어가서 "영상"이라고 검색한 후 내 지역 일자리를 찾아본다. 지방이라 일자리는 더욱 없고 늘 보던 회사가 또 올라오는 걸 보면 신물이 난다. 어쩌다 새로운 회사를 발견해도 조건이 안 맞아서 서류는 넣지 않는다.
불안한 마음에 이 짓을 반복하다 보면 시간이 그냥 지나갈 때가 있다. 사실 오늘도 그랬다.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도 불안한 마음이 자리잡음과 동시에 가라앉힌다고 퍼스널 브랜딩 책을 봤기 때문이다. 책에서 뼈를 제대로 맞았다. 나는 "정보"를 담은 글을 꾸준히 발행해야 성공한다고 생각했는데 "내 관점"을 담은 글을 써야 그게 퍼스널 브랜딩이란다. 정보성 글을 적으면 조회수가 높아서 그 자체로 나에게 '성공한 느낌'을 줘서 좋았다. 근데 그 글을 읽는 소비자들은 '나'를 기억하기보다 내가 적은 '정보'만을 기억하는 것이었다. 이걸 이제 깨닫게 되었다. 아마도 예전에 읽었다면 그렇게 와닿지 않았을 텐데, 내가 지금은 프리랜서라는 하고 싶은 일이 생겼기 때문일까? 마음에 정말 와닿았다.
아무튼, 2025년 새해가 밝았다.
나는 백수로 이 첫 글을 시작했지만, 이 시리즈가 완결날 즈음에는 프리랜서로서 내 자리를 확고히 한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귀여운 걸 좋아하는 30살 백수가 현실적인 세상과 어떻게 치고받고 싸우며, 성장하고, 자신의 길을 찾아갔는지 이 여정을 함께 해달라. 그리고 나와 함께 각자의 꿈을 이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