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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비 Mar 15. 2023

영화 호텔로열 소설원작 잔잔한 영화

잔잔하되 한 번쯤 뒤돌아 보게 하는 영화


잔잔한 한 편의 영화가 있다. 나오키상 수상 작가 사쿠라기 시노이 소설 원작 호텔로열이다. 음지로만 여겨진 러브호텔에 생각보다 어두운 사람들이 드나들진 않는다. 우리가 흔히 마주치는 일상적인 사람들이 고객이다. 그런 사람들의 잔잔한 이야기가 나오는 영화다.



스포주의


호텔로열이라는 러브호텔을 운영하는 주인공 가족. 그곳에 방문하는 사람들의 제각각 사연들을 잔잔하게 그려낸 영화이다. 주인공은 미대입시에 실패하고 본인의 꿈과는 먼 러브호텔을 도와 일을 하게 된다. 그곳에서 알게 된 성인용품 판매영업일을 하는 남자를 짝사랑한다. (이 남자 데스노트에 나오는 마츠야마 켄이치다)


엄마는 바람이 나서 어느 남자랑 도망을 갔다. 이 안쓰러운 상황을 왜 넣었을까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 영화 엔딩에서 이 부부가 사랑을 했었던 젊은 날의 모습들이 나오게 된다. 많은 생각을 하게끔 만드는 영상이었다. 이런 헤어짐이 있었던  부모님도 뜨거웠던 때가 있었다. 나도 이럴 때가 있었고, 누구든 이럴 때가 있었을 것이다. 자연스레 식어가는 사랑을 누가 막을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엔딩장면이었다. 


러브호텔과 가족을 남겨둔 채 엄마는 떠났고, 아빠는 더욱더 세월아 네월아 목적 없이 살고 있다. 결국 이 딸이 이 호텔을 다 맡아서 운영을 하게 된다. 


손님들에 대한 사연도 다양하다. 다양한 사람들이 가슴속 숨겨둔 속내를 드러내면서 만나는 곳이기에 더욱더 솔직한 모습들을 볼 수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러브호텔이라는 공간을 선택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서로 솔직할 수 있는 곳 치부를 드러낼 수 있는 곳.


러브호텔에 들어와서 누드사진을 찍는 커플, 불륜인 줄 알았지만 육아와 시부모 간호 때문에 일상에 쫓기다 한적한 시간을 보내는 부부, 사연이 있는 가출 청소년과 아내의 불륜을 알고 있는 고교교사의 가슴 아픈 사연도 있었다. 


마지막 사연의 손님이 안 좋은 선택을 하면서, 이 러브호텔이 문을 닫는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하기도 했다. 있어서는 안 되지만 있음직법한 사연들이 과장되지 않게 표현되고 있어서 더 잔인하게 보이기도 한다.



참 잔잔하고 소소한 영화이긴 한데 이런 타인의 삶을 보면서, 서로 나누는 일상적인 대화에 그들이 사는 삶과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도 있었고, 드문드문 가슴을 살짝살짝 건드리는 표현들도 꽤 나오는 영화이다.


환풍구를 통해 이들의 사연을 엿듣는 관객 같은 아주머니들의 수다 떠는 모습도 낯설지 않게 관객의 모습을 비춘 것 같았다. 이 아주머니들 중 한 명의 아들이 뉴스에 나오는 나쁜 짓을 하게 되는데 그에 따르는 충격과 갈등 역시 실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진짜 이렇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그 충격이야 말로 상당할 것 같은 다양한 삶의 이야기들을 단조로이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타인의 삶이 궁금하다. 


연예인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화려한 삶도 궁금하고 이면의 실생활도 궁금하다. 실로 많은 예능에서 그들의 삶을 중계해 주듯 보고 있고, 유튜브나 다른 매체에서는 브이로그라는 단어를 내세워 본인들의 일상을 동영상으로 촬영하기도 하고 수익을 내기도 한다. 그 조회수를 보고 있노라면 참 이상하리만큼 많다. 


개인적으로 좀 그런 영상들을 한두 편 보면 가식적으로 보이기도 하는데, 그런 영상보다 이런 영화 한 편이 더 낫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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