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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비 Sep 06. 2023

영화 계춘할망  - 다 괜찮아.

보고 싶어요 할머니.

한 번씩 어렸을 때 돌아가셨던 외할머니가 생각난다. 아마 계속된 삶의 고민거리 앞에서는 늘 생각이 났었던 것 같다. 어린 시절 한창 말도 안 되는 고민거리에 표정이라도 뚱하면, 그런 게 무슨 고민거리가 되냐며 별 거 아니다. 다 지나간다. 괜찮다 해주셨던 항상 내편이었던 할머니. 혼날 짓을 했음에도 회초리 들고 기다리던 엄마의 회초리를 빼앗아 되려 엄마를 혼내주셨던 멋진 할머니. 그런 할머니가 보고 싶을 때 꼭 이 영화 계춘할망을 봤던 것 같다.


이미지 출처 : DAUM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간단 줄거리

오래전 잃어버린 손녀를 그리워하며 살고 있는 계춘할머니. 그런 손녀를 찾아 다시 같이 살게 되니 행복하기만 하다. 그런데 어딘가 모르게 낯선 손녀는 그 사이 많이 컸나 보다. 담배 피운다는 말도, 행실이 바르지 못하단 주위의 손가락질도 아랑곳하지 않고 손녀의 손을 꼭 잡아주시는 할머니.


다 괜찮아~


어느 날 손녀 혜지는 미술대회를 갔다가 사라지고 만다.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할머니는 이웃사람들 성화에 유전자 검사를 하게 된다. 그  결과 혜지는 친손녀가 아니란 걸 알게 되지만 결코 내 손녀가 아닐 수 없다며 강하게 부인한다. 가짜 손녀임에도 할머니에게는 혜지는 '내 새끼' 그 자체였었나 보다.



혜지는 나쁜 일을 저질러 감옥에 가게 되고 출소하게 된다. 출소 후에 할머니 곁을 지키려 하지만, 누구에게나 그렇듯 속절없는 시간은 기다려 주질 않았다. 누가 그랬을까? 다 때가 있다는 걸. 할머니는 치매에 걸려 정신이 온전치 못하다. 그나마 멀리 가기 전에 내 손녀로 와줘서 고맙단 인사를 전한다.


참 슬픈 영화였지만,  제주도 배경만큼이나 아름다운 영화이기도 했다.




마냥 내편 한 명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세상 살다 보면 점점 느끼게 된다. 영화 속 혜지는 더 그러겠지. 세상 혼자인 소녀에게 그 큰 사랑을 주셨으니. 나는 부모님도 계시고 와이프도 있지만, 어린 시절 큰 마음으로 따뜻하게 안아주셨던 바다 같던 할머니의 따사로운 사랑과 그 기억에 대할 바가 못된다.


지금 나의 아들에게 우리 어머니가 하시는 행동을 보고 있노라면, 참 웃기다. 나에겐 매를 드셨던 분이, 내 아들인 손자에겐 사랑만 주신다.



할머니가 지금 살아계셨더라면, 중년이 된 나에게도 지금의 고민거리도 대수롭지 않다, 다 괜찮다며, 자연스럽게 지나간다며 다독여주셨을 것 같다. 그런 세상의 때 다 보고  겪으셨음에도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해주었던 든든함이 무척이나 생각난다.


영화 속 계춘할망처럼 우리 할머니도 온전치 못한 정신으로 돌아가셨다. 다시 아기가 되어가는 시점에 누구한테는 욕설도 하고 딸인 어머니한테는 도둑년이라고 말하기도 했지만 유독 내 앞에서는 따뜻한 말만 해주셨다. 안 아프신 것처럼... 이 영화 계춘할망을 보면 우리 할머니가 생각나고, 우리 할머니가 생각날 때면 꼭 이 계춘할망이라는 영화를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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