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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앵그리휴먼 Mar 14. 2023

지루함은 왜 조바심이 된걸까

지인의 몰입과 행복을 향한 조바심 = 나의 지루함

 부쩍 지인들의 취미 생활이 눈에 들어온다. F45, 복싱, 등산, 축구, 식물 등 새로운 취미나 관심사를 찾아 몰입하며 사는 모습을 보며 왠지 모르게 조바심이 나던 와중이었다. 때로 여기에 편승해서 그 즐거움을 같이 나누고 싶었지만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점차 이런 부분이 지인과의 관계까지 영향을 끼쳐 소홀해질 것도 같았다. 타인의 행복을 보고 조바심을 내는 꼴이라니. 어디 가서 누구에게 이렇다 저렇다 말도 할 수 없이 꼬일 때로 꼬인 자신을 보고 있을 때면 이상하게 책이 읽고 싶어지곤 한다. 그 알 수 없던 이유를 알려준 것이 바로 인스피아의 뉴스레터였다. #인스피아 '휴일에 뭐 할지 모르는 사람들: 지루함과 기분전환'

 

 인간에게 지루함은 불행이자 숙명이어서, 이 지루함을 벗어나기 위해 무엇이든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자신을 괴롭게 하는 일이거나 더 나아가 세상을 괴롭게 하는 일이라 해도. 이 지루함은 두근거림과 떨림의 부재와도 동일해서, 우리는 자신을 두근거리게 하는 무언가, 몰입할 무언가를 찾고 싶어 한다. 기분전환을 하고 싶어 한다. 그렇기에 지루함을 벗어날 몰입 거리를 찾아내서 기분전환에 성공한 그들이 부러웠고, 그에 반해 거리를 찾지 못한 나의 삶과 지루함이 조바심 났던 것이다.

 해결책으로 순수 예술이나 문화활동 등을 제안하는데 그중에서도 필자는 '책'을 하나의 좋은 도구로 소개한다. 책에는 꽤나 많은 괴짜들이 무구한 역사를 거쳐 갈고닦아 놓은 기분전환거리들이 널려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 사실을 본능적으로, 혹은 빛바랜 이전의 독서 경험에 의거해서 어렴풋이 알았던 게 아닐까.  



같은 맥락의 말을 한 아주 멋진 어른도 한 분 발견했었다. KBS 같이 삽시다 '여백서원 편'. 

경기도 여주에 위치한 여백서원과 이를 직접 일구고 가꾸고 운영하는 전영애 교수님의 이야기였다. 식물 키우기가 취미인 지인의 SNS에서 스치듯 장면을 본 기억이 나서, 유튜브에 뜬 해당 영상을 망설임 없이 눌러 시청했다. 그리고는 30분 남짓 되는 시간 동안 그 작은 화면에서 눈을 뗼 수 없었다. 15분짜리 영상도 집중해서 보기 힘들어하는 요즘, 모든 감각을 집중하고 몰입해서 본 귀한 영상이었다. 정원 곳곳 자신의 손길로 피워낸 생명에 대한 감탄과 박수를 보내는 교수님의 모습과 모두 받아 적어 기억하고 싶었던 그의 말들.


떨림이죠. 뭔가를 보고 마음이 벅차오르고 떨리고. 이런 것이 없으면 다 산 겁니다. 나이 불문하고.


앞의 뉴스레터를 읽고 나도 모르게 이 영상이 다시 생각났다. 지인을 보고 들었던 조바심은, 실은 자신의 떨림과 벅차오름의 부재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었던 게 아닐까. 다 산 것처럼 어딘가 삶의 생명을 놓쳐버린 건 아닐까 하는 불안함이었던 게 아닐까.

이 '거리'를 찾는 것은 실은 모두에게 막연할 것이라 생각한다. 끊임없이 자신을 미지의 세계에 노출하고 부딪히고 기민하게 알아채는 반복과 배움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를 찾은 것처럼 보이는 지인에게도 분명 그 과정이 있었을 것이고 또 그 과정 중에 있을 거라고 되뇌어본다. 그래서 나도 '책'이라는 하나의 도구를 이용해 보고자 한다. 그 외에도 평상시에 노출되는 수많은 읽고 보는 것들을 다시 정리하고 기록하는 것부터 시작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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