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도선염
4월 4일. 월요일
목이 따끔한 게 편도선이 심하게 부은 것 같다.
저녁 늦게 뜬금없이 산책을 다녀온 탓인가부다.
덜컥 겁이 난다.
오미크론 코로나는 목이 많이 아프다던데...
여태껏 잘 버텼는데 혹시라도 코로나면 어쩐다.
고질병이라 환절기엔 늘 목 스카프가 필수고
코로나 이후엔 더욱 조심을 했다.
위드 코로나라고 방심하는 사람들을 흉봤는데
어느새 마음이 해이해진 건 아닌지 나를 다시 추슬러본다.
식목일
4월 5일. 화요일
엄마랑 통화를 하다가 오늘이 식목일인걸 알았다.
오늘이 한식이라서 돌아가신 아버지 산소에 다녀오셨단다.
전에는 4월 5일이 공휴일이었고 나무 심기 행사도 참 많았다.
나무 심는다는 핑계로 산에도 많이 갔고
그 탓에 식목일에는 꼭 크고 작은 산불 소식이 많았다.
지난달에 역대 가장 큰 울진 산불이 있었다.
처음에는 산불이 났다는 뉴스에 봄이라서 그러려니 했는데
금강송 군락지 코앞까지 닥친 불길에 마음 졸였었다.
서울 면적의 1/3 정도가 불타버렸다는데
그 나무를 언제 다시 심고 기를까 싶다.
세상이 아무리 첨단기술로 순식간에 발전하고 있다지만
자연만큼은 여전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있을 때 귀한 줄 알고 잘 보호하자!
목련
4월 6일. 수요일
산책을 나갔는데 길가에 목련꽃이 많이 피어 있다.
반가운 마음에 이리저리 사진을 찍었다.
매일 다니는 길인데 목련나무가 있는 건 몰랐다.
몇 년을 다니던 곳인데 목련은 정말 처음 본 것 같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작년 이맘때 사진 앨범을 찾아본다.
개나리, 벚꽃, 매화 그리고... 목련...
마치 복붙이라도 한 것처럼 장소와 꽃 모양이 오늘 사진과 똑같다.
그런데 왜 처음 본 것 같았지?
내년 봄에도 다시 또 처음 본 듯 목련꽃을 바라볼까?
닭갈비 볶음밥
4월 7일. 목요일
아들이 편의점에서 닭갈비 볶음밥을 사 왔다.
편의점에 들렀다가 맛있어 보여서 사 왔다고 한다.
저녁밥을 안 해도 되니 은근히 반가웠다.
편의점 도시락을 보면 가격 대비 꽤나 괜찮았던 기억이 있어서
기대도 되고 호기심도 생긴다.
포장을 벗기니 은박 용기 위에 햇반 하나와 양념장과, 뿌리는 수프 각 한 개,
이걸 한꺼번에 비벼서 전자레인지에 데우면 거란다.
딱딱한 밥에 양념장을 치대며
완성된 볶음밥인 줄 알았다는 아들이 투덜거린다.
전자레인지에 3분 30초 데우기가 끝나고
완성된 밥을 보니 찬밥에 고추장, 김가루 넣고 비빈 모양새다.
제품명에 있는 닭고기는 눈을 씻고 봐도 없는 걸 보니
닭갈비 볶음밥이 아니라 닭갈비 양념 볶음밥이었나 보다.
아들아! 역시 엄마 밥이 제일이지?
햇빛 샤워
4월 8일. 금요일
문밖을 나서니 햇살이 유난히 반갑다.
한동안 날이 춥고 흐렸는데 오늘은 유난히 해가 짱 하다.
가던 길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며
온몸 가득 햇빛으로 샤워를 했다.
주위에 사람이 없어 마스크를 잠시 끌어내린 후
몸을 힘껏 뒤로 젖히고 한껏 숨을 들이마셨다.
내 몸 가득 봄이 들어오는 것 같다.
버거킹
4월 9일. 토요일
외출에서 돌아온 아들이 버거킹 햄버거 세트를 사 왔다.
점심으로 먹을 거라고 한다.
그런데 한 개밖에 없다.
"내 거는?" 하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참았다.
대신에 " 잘했네. 점심은 안 해도 되겠다." 하며
잘된 일처럼 유쾌하게 반응했다.
햄버거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나도 입인데
사면서 전화 한 통, 문자 하나 해서 물어보는 게 그리 어려운 건지, 나쁜 X
나는 늘 저부터 생각나던데...
햄버거 하나에 뭐 그리 예민하가 싶을 수도 있지만
버거킹이니까
우리 동네에는 없는, 배달도 안 되는 다른 동네에만 있는 버거킹이니까
더 서운하고 화도 좀 난다.
아들이라서 그런 건가 아니면 우리 집 놈만 그런 놈인 건지 모르겠지만
고작 햄버거 하나 때문에 좀 우울한 토요일 오후다.
해트트릭
4월 10일. 일요일
손흥민이 해트트릭을 했다고 한다.
아침에 일어나 유튜브를 켜니
오늘 새벽 영국 프리미어리그 축구팀 토트넘의 손흥민 선수가
한 경기에서 세 골을 넣어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고 한다.
골 장면, 경기 하이라이트, 현장 반응 등 관련 영상을 계속 보고 있다.
어느 영상 댓글처럼 일요일 아침을 아주 좋은 기분으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축구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손흥민 선수의 팬도 아니다.
국가대표 축구 경기, 그것도 한일전 정도, 그리고 월드컵 경기나 보는 수준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기분이 좋을까?
단순히 한국 선수라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기엔 참 이상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