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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동자 Mar 29. 2022

3월 21일 ~ 27일

12주

동네 도서관

3월 21일


우연인지, 운명인지 신기하게도

이사 가는 곳마다 도서관이 늘 집에서

5분에서 10분 거리에 있었다.


일부러 도서관 근처로 이사한 것은 아니고

이사할 집을 정하고 나면 늘 도서관이 가까이 있었다.


책을 좋아하고 책 사는 것도 좋아하는 나에게 도서관은

쇼핑홀릭에게 대형 쇼핑몰과 같다.


도서대출목록은 늘 대출한도까지 꽉 차있다.

오늘도 대출 만기 된 책을 반납하고 또 새로운 책을 대출했다.


읽었냐고?


물론, 아니다.

빌린다고 다 읽어야 하는 건 아니지 않나!


이이 쇼핑의 즐거움이 있듯이

그저 책을 보고, 고르고 빌리는 즐거움도 있다.



봄김치 담그기

3월 22일. 화요일


겨우내 먹던 김치가 다 떨어지고

봄동 사서 무쳤던 겉절이도 바닥이 보인다.


알배추 묶음 사다 막 썰어 김치를 담그고

내친김에 작년 여름 유행했다는

오이고추 김치도 조금 만들었다.


냉장실 한 칸을 가득 채우던 김치통들이 빠진 자리

새로 담근 김치로 하나 둘 채워나간다.


봄맞이 준비가 또 하나 끝난 것 같다.



쇼핑데이

3월 23일. 수요일


폭풍 쇼핑을 했다.  그것도 옷과 신발을.

코로나 이후 하루에 이렇게 많은 돈을 쇼핑에 쓴 건 처음이다.

코로나로 인한 보복 쇼핑 같은 건 아니다.


인턴을 나가게 된 아들을 위해

생애 처음으로 정장 양복과 정장 구두,

와이셔츠, 넥타이, 벨트까지

남자도 은근히 사야 할 게 많다.


어쩌다 보니 정장 입을 일이 없어서

양복 한 벌이 없는 아들 옷장을 보자니

너무 무심했다 반성도 된다.


코로나 이후 만남과 외출이 줄어

사놓은 옷이나 신발도 새것 그대로인 게 많으니

당연한 걸지도 모른다.


양손 가득 쇼핑백을 가득 들고 오는 기분이 상쾌하다.  

오랜만에 신나는 쇼핑이라 그런가,

아니면 아들 양복과 구두를 사준 게  뿌듯해서,

어쩌면 이젠 진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서?



맥주 취향

3월 24일. 목요일


맥주를 짝으로 사 왔다.


맥주를 한 병, 두 병 또는 한 캔, 두 캔이 아니라

짝으로 부르는 게 이상하지만

한꺼번에 24캔을 샀으니 짝으로 들여왔다는 말이 어색하지 않다.


편의점에서 예약 주문한 맥주를 양팔 가득 끌어안고

낑낑거리며 집에 돌아오는데

맥주에 이리 진심인 내가 우습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다.


원래 독주 취향이었던 내가 몇 년 전 역대급 더위가 왔던 여름

콜라 대신 먹기 시작한 게 맥주였다.

만원에 4개 편의점 맥주를 종류별로 전부 맛보고

입맛에 맞는 맥주 취향을 찾았다.


이제는 수제 맥주까지 편의점에서 살 수 있지만

돌고 돌아 결론은 내가 맥주가 처음 맛있다고 느꼈던

바이젠 슈테판, 그리고

영국에서 홀딱 반한 브루독이다.


모두 쉽게 구하기 힘든 맥주라

재고 있을 때 편의점 예약 구매로 24개씩 들여놓아야 한다.


가을 겨울을 함께 한 내 사랑 바이젠 슈테판도 슬슬 떨어져 가는데

마침 브루독 재고가 뜨니 참을 수가 없다.

브루독 대드포니가 내 취향인데 아쉬운 대로 펑크 IPA다.


그래도 다가올 여름까지 이 맛난 맥주를 먹을 생각에

저절로 입이 귀에 걸린다.


그러려면 우선 여름까지 아껴먹어야겠지!



아들의 넥타이

3월 25일. 금요일


아들 넥타이를 처음으로 매 주었다.


편리하게 자동으로 맬 수 있는 넥타이라

굳이 이리저리 길이 재가며 매 줄 필요 없이

그저 목에 걸고 당겨주면 된다.


아들 인턴 가는 곳에 인사를 가는 날이라고

새로 산 양복과 넥타이를 챙겨주는 데 기분이 묘하다.

결혼하고 처음 남편 넥타이를 매 주었을 때와는 다른 느낌이다.


요즘은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지만

여전히 남자에게 양복과 넥타이는 진짜 어른의 상징 같다.


2년간의 코로나 비대면 수업으로 역대급 배불뚝이가 됐지만

새 양복을 챙겨 입은 아들 모습이 의젓하고 멋지다.


현관을 나서는 아들과 그 엉덩이를 툭툭 쳐주는 내가

둘 다 대견하다.



강변 산책

3월 26일. 토요일


동네에 보행교가 새로 개통했다.


핑계 삼아 아들을 꼬드겨 산책을 나섰다.

편의점에 들러 시원 달달한 캐러멜 마키아토 한잔씩 사서

수다 떨며 다리 구경을 했다.


코로나 전에 짓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만들어진 걸 보면

코로나로 모든 게 멈춘 것 같았는데

내 세상만 정지상태였나 보다.


아들과 오랜만에 봄 강변 산책도 즐거웠지만

세상이 변하는 속도를 따라잡으려면

열심을 내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분주해진다.



최악의 치킨

3월 27일. 일요일


다음 주부터 다시 다이어트하자고 결심하고

그 핑계로 마지막 치킨을 시켰다.


마침 동네에 새로 생긴 가게가 있어  치킨을 주문했다.

광고마다 유명 연예인이 하도 맛있게 먹길래 기대도 있었고

기본 후라이드에 뭐 큰 차이가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아뿔싸!

그 기본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기름지고 두꺼운 튀김옷은 속까지 다 익지도 않았고

식감은 튀기면 뭐든 맛있다는 속설도 뒤집는다.


본격 다이어트 시작 전 맛난 치킨 먹고 

기분 좋게 시작하려고 했는데 

성인 둘이 치킨 한 마리를 채 못 먹고 끝내 버렸다.


마지막은 느끼함을 참다못해

동치미 냉면으로 느끼한 속을 달래야 했다.


구관이 명관이라고 그냥 단골집에 시킬걸

인생 최악의 치킨 덕분에(?)

나의 다이어트 전 치킨 먹장은 결국 다음 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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