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 화이트와 포르투갈식 타르트

<일주 일기>이면서 <1주 일기>이기도 합니다.

by 지수


9.

플랫 화이트와 포르투갈식 타르트



방문해보고 싶은 카페가 있었지만 마감시간이 오후 1시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영업을 하는 한국과는 다른 이 생소한 영업시간이 여행객으로는 불편하다.


그러나 4-5시간만 일하는 삶을 원하는 내게는 충분히 이해가능한 불편함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이른 오후까지 근무하고, 남은 오후 시간에는 내 취향을 충분히 만족시키는 제2의 삶을 살고, 저녁에는 편안한 식사를 하고 드러눕는 그런 삶.


지금은 정오를 넘어선 시간이다. 조금 더 길게 영업하는 곳으로 향했다.



Wilson café



Wilson cafe
카페 테라스에 그려진 아이들의 그림




테라스 석의 귀여운 그림들은 이곳의 분위기를 한층 밝게 만들어준다. 어린이들이 색색의 크레파스로 작품을 그렸다. 주제는 < In the future>로 추측한다. 벽에 적힌 대부분의 문장이 <미래에 나는~ >으로 시작하는 걸 보아하니-


본인이 원하는 미래의 모습을 그리고 그에 대한 설명을 정성스레 적었다. 성인이 되어서 보는 어린이들의 꿈은 이렇게 티 없이 해맑고 편견이 없다. 왜냐면 로봇이 되고 싶은 아이도 있으니까.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꿈에 한계를 두기 시작한 걸까. 이루어지든 이루어지지 않든 꿈을 꾼다는 것 자체로 멋진 일인데 말이다. 꼭 이루어야 한다는 강박적 관념이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Wilson cafe counter



호주의 커피라고도 불리는 플랫 화이트 한 잔. 그리고 한국에서 보던 에그타르트의 2배 버전 타르트도 보인다.


“Could I get an egg tart?”

“Oh, it’s not egg tart. It’s Portuguese tart.”


포르투갈을 가본 적이 없어서 포르투갈식 타르트가 어떤 건지 모르겠다. 싼 가격에 엄청나게 맛있어서 포르투갈 에그 타르트는 매일 먹어야 한다는 친구의 말만 떠오를 뿐이었다. 애매한 표정을 짓는 나를 보고 사장님은 다시금 말한다.


“sweeter than an egg tart, maybe”


달다는 말에 냉큼 주문했다.



Portuguese tart




그늘진 자리에 앉아 있으니 금방 나오는 타르트. 포크로 4분의 1 조각을 떼 내어 한 입에 넣었다. 뭐지, 시원하면서도 촉촉한 이 녀석은. 치즈 케이크 같기도 하고 냉장고에 보관한 슈크림 빵 같기도 한, 그런데 고소함이 곁들여진.


한 입 먹었는데 이토록 행복해지다니. 세상 모든 것이 부질없게 느껴지고 이런 달콤함만 내 주변에 있으면 좋겠다. 중독의 전조증상이다.



Flat White





에스프레소에 스팀밀크를 섞어 만든 커피다.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즐겨 먹는 커피이기에 오세아니안 커피라고도 불린다. 나뭇잎 모양으로 마무리를 한 커피. 전 세계 바리스타들은 모두 커피 위에 나뭇잎이나 하트로 마무리하도록 배우는 것일까? 단순한 호기심도 피어오른다.


Flat White, 평평한 하얀색.

라떼와 달리 아주 얇게 미세한 거품만 오른다는 의미에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라떼보다 작은 용량의 컵, 적은 우유, 더 얇은 거품막이 특징이다. 커피를 사랑하지만 아는 건 없다. 마시는 커피 하나하나 찾아보면서 한 모금씩 들이키니 지식인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이랄까. 참으로 고소하고도 지적인 오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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