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수 Nov 04. 2023

태어난 김에 ‘음식으로’ 세계일주 2 : 인도음식

<일주 일기>이면서 <1주 일기>이기도 합니다.



24. 

태어난 김에 ‘음식으로’ 세계일주 2 : 인도음식




시드니에서의 모든 음식들은 너무 맛있었지만 내가 음식에 ‘물린다’는 생각을 해본 건 처음인 것 같기도 하다. 카페에서도 레스토랑에서도 수없이 많은 빵을 먹은 나는 지금 온몸이 뭉쳐진 빵가루가 된 것만 같다. 매콤한 것이 끌린다. (그런데 맵찔이다.)




Chai ‘N’ Chilli







공항에서 멜버른 중심가로 왔다. 서던 사우스 역에서 내렸다. 구글 평점 4.5점 이상인 인도 음식점으로 향한다. 인도에 가지 못한 한을 이렇게 해서라도 풀어야지. 마침 매콤한 것도 끌리니까!




인도 감성이 물씬 느껴지는 분위기다. 물론 인도를 가본 적은 없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아무도 없다. 점심시간보다 조금 이른 시간에 와서일까. 2인용 테이블에 앉아 메뉴들을 암만 들여다봐도 감이 안 온다. 구글에서 [인기 메뉴]라고 적힌 것을 주문해야겠다. 사진만 봐도 침이 고이는 주홍빛의 수프인 Misal Pav와 뭔가 이색적일 것만 같은 음료인 Sol Kadhi를 먹어봐야지.




메뉴판




카운터에서는 까무잡잡한 피부와 곱슬머리를 가진 남성이 웃으며 인사한다. 내가 Misal Pav를 주문하니 매울 텐데 괜찮겠냐고 묻는다. 얼마큼 매운지, 많이 매운 건지 되물으니 그는 엄지와 검지 손가락으로 작은 간격을 만들며 내게 표현한다. ‘약간’이라는 의미리라. 그렇다면 괜찮아!




2번 테이블에서 음식을 기다리며





Misal Pav



Misal Pav




두 조각의 빵, 레몬과 양파, 그리고 사진에서 봤던 불그스름한 수프에 각종의 식재료가 섞여 있다. 냄새만 맡았는데 침이 많이 고인다. 무척 많이. 

빵을 떼서 수프에 푹 찍어 먹는다. 빵과 수프라니. 얼마나 환상적인 조합인가. 두 입쯤 먹었을까. 매운 것을 잘 못 먹는 내게는 조금 맵다. 주인장이 맵다고 할 때 포기했어야 하나. 

아니다. 이 매움은 2시간 뒤면 사라질 매움이다. 다음 커피와 빵을 먹기 위해 잠깐 속을 매콤한 것으로 뒤덮어야 한다. 그래야 물렸던 빵이 다시 들어갈 테니까.



Misal Pav는 인도 Maharashtra라는 곳의 지역음식이다. 인도산 콩인 나방콩(moth bean)으로 만든 매운 카레인 ‘Misal’과 인도 빵인 'Pav'가 함께 제공되는 음식이다. 함께 나오는 양파와 레몬을 카레에 함께 곁들여 먹으면 된다. 



주인장은 내게 다가와 괜찮은 지 묻는다. '당신이 말한 대로 이 음식 좀 맵네요.' 라고 말하며 손부채질을 하는 나를 보고 그는 천천히 음미하라고 한다. 급하게 먹지 말고 천천히. 그의 말대로 천천히 음미했다. 매움이 점점 더 밀려온다. 하지만 맛있어서 손을 뗄 수가 없어.




Sol Kadhi


Sol Kadhi




겉보기엔 하얀 스무디 같은 음료다. 코에 가져다대니 코코넛 향도 좀 난다. Sol Kadhi는 인도에서 식사와 함께 즐기는 음료다. Konkan 지역에서 인기가 있는 이 음료는 코코넛 우유와 말린 Kokum 껍질을 이용해 만든다. 아무도 꺼트릴 수 없는 혀 끝의 매콤함은 오직 이 친구만이 진화시켜 줄 수 있다. 



이전 01화 시드니에서 멜버른으로 향하며 쓰는 일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