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수 Nov 07. 2023

멜버른의 52살 포토부스

<일주 일기>이면서 <1주 일기>이기도 합니다.



26. 

멜버른의 52살 포토부스




사진 찍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특히나 한창 사진 찍기에 미쳐 있을 때에는 온갖 셀프 스튜디오를 방문해서 찍어볼 정도였으니까. 

그런 내게 ‘세계에 남아있는 몇 안 되는 흑백 포토부스’는 꼭 가봐야 할 명소나 다름없다. 




Flinders Street Railway Station의 포토부스




Flinders Street Railway Station의 건물을 따라 걷다 보면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누런 포토부스 하나가 나온다. 




COINS, COINS!




1달러짜리 코인 8개를 넣었다. 분명 동전을 넣었는데 한참이나 감감무소식이다.

'뭐지? 작동이 왜 안 되는 걸까?' 라며 의구심 가득한 표정을 짓는 순간 예고 없이 확 터지는 환한 플래시. 당황스럽다. 그 당황스러움은 마지막 컷까지 이어졌다. 예측 못한 순간 찍히는 내 모습이라니. 나도 모르는 내 모습을 볼 수 있겠구나.



세 컷짜리 흑백사진이 나오기까지는 꽤나 시간이 걸리는 편이다. 찍을 때에도 예고 없이 찍더니 나오는 것도 예고 없이 나오려나 보다.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아 '찍기만 하고 사진은 먹어버린 거 아냐?'라는 제 2의 의구심이 들 때쯤 ‘툭’하고 떨어지는 사진. 



포토부스 벽면에 붙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영화 같은 느낌인데 나는 못 먹어서 부르튼 사람처럼 나왔다. 

부르튼 것처럼 나오면 어때. 꾸며낸 표정보다 자연스러운 내가 담긴 것이 만족스러워!




그래도 너무 부르트긴 했지?


이전 03화 캐리어를 테이블 삼아, 라테 한 잔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