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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수 Nov 09. 2023

I LIKE VINTAGEEEEEE.

<일주 일기>이면서 <1주 일기>이기도 합니다.



27. 

I LIKE VINTAGEEEEEE




멜버른의 빈티지샵 OTC 입구
그리고 내려가는 길




사진을 찍고 길을 걷던 도중 한 가게가 눈에 들어온다. 노란 간판에 뭉글뭉글한 글씨체로 적힌 OTC라는 글자. Out Of the Closet의 줄임말이다. 지하로 이어진 계단을 걸어 내려왔다. 많은 빈티지 옷들이 전시된 것 마냥 걸려있다. 벽에는 수많은 포스터들이 붙어 있어서 옷들이 마치 작품처럼 보이는 효과가 있다.







병원 근무할 때는 딱히 옷이 필요하지 않았다. 멋스러운 옷을 입고와도 땀으로 다 젖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깔끔하고 가벼운 옷이 최고이기에 검정색과 흰색 계열의 비슷한 옷만 주구장창 입고 다녔더라지. 마치 검은색 터틀넥과 리바이스 청바지만 입고 다닌 스티브 잡스처럼 말이다.

무채색으로 가득한 내 옷장을 보다가 형형색색의 빈티지샵을 볼 때의 다채로움이란!



올 초의 후쿠오카 여행에서 가족과 빈티지샵을 구경하면서 그 매력을 더 알게되었다. 세월이 흘러서 빛이 나는 물건들이 가득한 보물창고 같기도 하고 최근 나오는 제품들에서는 느껴지지 않는 특유의 헌 느낌이 좋기도 하고.







비움의 미를 실천하겠다는 내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눈이 돌아간다. 꽤나 내 취향의 옷들이 많이 보이기 때문이다. 마음에 드는 옷을 세 벌 골라서 입어본다. 내가 옷을 고를 때마다 휘파람을 부는 주인장 할아버지가 무섭다. 왠지 꼭 옷을 사야할것만 같은 부담스러움이 밀려온달까.



옷을 갈아입으려고 탈의실로 들어가려는 순간, 그는 내게 다가온다. 마감까지 10분이 남았다고 알려주기 위함이었다. 어쩐지 휘파람에서 무서움을 느낀 것은 내가 그의 칼퇴를 방해한 것에서 기인한 걸지도.







입어본 모든 옷이 마음에 든다. 한국가면 생각이 날 것만 같다. 발리에서도 잘 입을 것 같은 소재의 반바지들이잖아? 수많은 자기 합리화로 내 머리가 가득하다.



‘그리고 주인님도 어서 퇴근해야지!’



그럴싸한 자기 합리화로 구매한 옷 세벌.

주인장의 칼퇴도 지켰고, 그의 이번 달 매출에도 기여했으며 내 만족감도 높아졌으니-

그야말로 1석 3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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