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 일기>이면서 <1주 일기>이기도 합니다.
사진 찍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특히나 한창 사진 찍기에 미쳐 있을 때에는 온갖 셀프 스튜디오를 방문해서 찍어볼 정도였으니까.
그런 내게 ‘세계에 남아있는 몇 안 되는 흑백 포토부스’는 꼭 가봐야 할 명소나 다름없다.
Flinders Street Railway Station의 건물을 따라 걷다 보면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누런 포토부스 하나가 나온다.
1달러짜리 코인 8개를 넣었다. 분명 동전을 넣었는데 한참이나 감감무소식이다.
'뭐지? 작동이 왜 안 되는 걸까?' 라며 의구심 가득한 표정을 짓는 순간 예고 없이 확 터지는 환한 플래시. 당황스럽다. 그 당황스러움은 마지막 컷까지 이어졌다. 예측 못한 순간 찍히는 내 모습이라니. 나도 모르는 내 모습을 볼 수 있겠구나.
세 컷짜리 흑백사진이 나오기까지는 꽤나 시간이 걸리는 편이다. 찍을 때에도 예고 없이 찍더니 나오는 것도 예고 없이 나오려나 보다.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아 '찍기만 하고 사진은 먹어버린 거 아냐?'라는 제 2의 의구심이 들 때쯤 ‘툭’하고 떨어지는 사진.
포토부스 벽면에 붙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영화 같은 느낌인데 나는 못 먹어서 부르튼 사람처럼 나왔다.
부르튼 것처럼 나오면 어때. 꾸며낸 표정보다 자연스러운 내가 담긴 것이 만족스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