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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랑씨 Feb 19. 2022

입술-6.2

여섯째 날, 7월 12일 목요일


 오후 18시, 자동으로 눈이 떠진다. 알람을 설정하는 것을 잊어버렸지만, 평소의 버릇 덕분에 18시에 눈 이 떠졌다. 온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았음에도, 몸은 활기가 넘쳤고 가벼웠다. 양치하고 세수로 잠에서 깨어난뒤, 새로운 라텍스 장갑, 망치, 유리병 그리고 메스를 가방에 챙기고 옷을 갈아입은 뒤, 집 문을 열고 밖을 향한다. 파리의 여름은 해가 지겹도록 길다. 아폴론은 여름내 우리를 떠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여 름에 보이는 건강하고 아름다운 여성을 유혹하기 위함이 틀림없다. 그가 아름다운 여성을 탐하는 긴 시간 동안, 사람들을 찾기 쉽다는 이점도 있지만, 이 때문에 많은 이들이 늦은 시간까지 거리를 활보하기에 위험도 큰 편이다. 우선, 오페라를 향하는 지하철에 탄다, 오페라 역에 도착하여 오페라 가르니에 앞 낮은 계단에 앉는다. 주체화를 시작한다. 내가 길을 걷거나, 무엇인가를 행동할 때, 사람들은 나를 바라본다, 이 때문에, 나의 주체는 사라지고 다른 이들로부터 나의 존재는 대상화가 된다. 이덕에, 주체화를 통하여 다시 나의 존재에 대한 권리를 되찾고, 저들을 구별하고 관찰할것이다. 저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디로 가는지, 아름다운지, 못 생겼는지, 옷은 잘 입었는지, 못 입었는지, 밥을 먹는지, 음료를 마시 는 지, 휴대전화기를 하는지, 전화하는지, 목소리가 아름다운지, 목소리가 끔찍한지 등을 판단할 것이다. 이러한 행동들로 말미암아, 나와 타인의 경계를 구분 짓고, 그들과 나의 차이를 포착하여 나의 가치를 높이고 아름다움을 발견한다면, 그를 낚아챌 것이다.


 관광객들로 보이는 3명의 여성은 각자의 자세를 취하며 사진을 찍고 있으며, 두 명의 파리지앵은 계단에 걸터앉아 커피를 마시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고 한 노인은 우연하게 만난 친구와 함께 이야기 를주고받는다. 아빠와 두 명의 아이는 행복한 웃음과 함께 산책을 즐기고 있으며, 바쁘게 보이는 검은 옷의 여성은 전화하며 재빠르게 지나간다. 관광객으로 보이는 한 남성은 카메라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오페라 가르니에를 정성 서럽게 담아내고 있으며 두 명의 짝은 입맞춤하며 인스타그램에 올릴 사진을 찍고 있다. 몰골이 처참한 거지는 지나가는 사람마다 동전을 구걸하고 있으며, 집시는 싸인 종이를 들이밀며 사인을 요구한다. 배낭을 멘 학생들은 삼삼오오 모여 맥주를 사 센강을 향하고 있음이 분명하고, 한 명의 여자는 전화기를 붙잡고 두리번거리며 남자 친구를 기다리고 있다. 각기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며, 불공평이라는 지점에 도달한다. 어떤 이는 아름다우며 돈이 많아 보이고, 어떤 이는 몰골이 처참하지만, 금전적 상태조차 좋아 보이지 않는다. 그저 태어났을 뿐인데, 이들의 상황은 몹시 다르다. 이들의 불평등 을 해소해줄 수 있는 건 오직, 미적 해방뿐이다. 아름다움의 해방으로 저들의 사회적 불공평을 뒤엎고, 남아 있을 계급화의 잔재를 제거한다. 절대적 아름다움 앞에, 모든 이들은 평등해질 것이며 불안정한 삶을 제거하게 될 것이다.


 이들을 바라보기 2시간이 지난 21시, 햇빛은 자신의 색을 잃고, 보랏빛과 다홍색으로 모습을 바꾸었다. 밤이 다가오는 신호에 맞춰, 3명의 여자가 앞을 지나간다. 검은색 긴 머리와 아담한 키, 크림색 크롭티를 입고 분홍색 트위드 미니스커트와 가죽 롱부츠를 매치한 아시아계 여자 한 명, 금색 곱슬머리와 큰 키, 흰색티셔츠와 테이퍼드 핏의 청바지 그리고 컨버스를 신은 아프리카계 여자 한 명, 갈색 긴 머리와 아담 한키, 검은색 블라우스와 스키니진을 입고 하이힐을 신은 프랑스계 여자 한 명 이렇게 총 3명이 앞을 지 나갔다. 저들은 찬란하였고, 햇빛의 스펙트럼은 저들에게 빼앗겼음이 틀림없다고 단정하였다. 세 명의 다른 인종은 각각의 색으로 세상을 밝히고 있었고, 향수와 아름다운 살 냄새로 파리의 공간을 아름답게 조형 중이었다. 각기 다른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음에도, 저들의 입술은 같이 절대적으로 아름다웠다. 저들의 입술이 너무나도 탐이 났다. 저 세 명의 입술을 사이좋게 진열한다면, 훌륭 한 화면 구성이 될 거라 단언했다. 아시아 인계 여자의 입술은 풍만하며 생기가 넘쳤고 아프리카계 여자의 입술은 날카로우면서 성적 욕구를 불러일으켰으며, 프랑스계 여자의 입술은 작았지만, 조형적 아름 다움의 건설이 완벽했다. 저들의 입술은 반드시 얻어야 하며 반드시 집에 가져가야 할 소중한 재산이자 소중한 선물이다. 이 순간을 위해 나는 긴 시간 동안 여기에 앉아 주체화를 진행하였다. 이것이야말로 오 늘의 가장 큰 소득임이 틀림없다. 저들의 입술을 빠르게 가져가고 싶다, 빠르게 망치로 머리를 내려쳐 머리를 쪼개고 입술을 잘라 유리병에 담고 집에 가져가 방부처리하여 진열하고 싶다. 오직 오늘, 이 공간에서, 저 세 개의 입술만이 나의 컬렉션에 들어가기 적합하다는 생각을 했다.


 저들은 다른 이들과 같이, 저마다의 자세로 사진을 찍고 서로가 가장 아름답다 하며 칭찬을 남발한다. 이제 세명은 다 같이 또 다른 길을 향해 걸어간다. 얼른 가방을 챙기고 자리에서 일어나 저들의 뒤를 쫓는다. 세 명은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며 거리거리마다 사진을 남기며 서로 칭찬한다. 지겹도록 사진을 찍고 지겹도록 서로 칭찬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슬슬 짜증이 몰려온다. 세 명은 이번에는 비스트로 외부 좌석에 자리를 잡고 맥주를 시킨다. 지겹도록 오랜 시간을 밖에 보내는 저들의 모습을 바라보면 진절머 리가 나기 시작하지만, 저들의 입술을 갖고 가기 위해선 이 또한 감수해야 하는 인내의 시간이다. 저들과 같이 맥주를 한잔 시키며, 저들을 지켜본다. 연애 이야기, 섹스 이야기, 맛집 이야기, 회사 이야기 등, 쓸 모없는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며 입을 움직인다. 저들이 내뱉는 말의 종류에 따라 입술은 오므리고 열기를 달리하며, 지루하지 않게 아름다움의 다양함을 보여 준다. 입술에 묻은 맥주의 거품은 아프로 디 테 가진 주 속에서 태어나던 장면이 겹쳐 보이기 할 정도로 고결한 아름다움처럼 보였고 입술을 통해 내뱉는 외설적인 말들은 입술의 성적인 욕구를 더욱더 강화시켜주었다. 밤 11시가 되었을 때, 이들은 드디 어계산을 위해 종업원을 기다렸고, 돈을 낼 준비를 하였다. 나도 테이블에 돈을 놓았고 저들과 함께 떠날 준비를 마쳤다.


 세명의 여자는 조금 더위 쪽으로 걸어갔고, 곧이어 클럽 앞에 다다랐다. 그 후, 클럽 앞에서서줄을서 기 시작하였다. 제기랄, 저들이 저기에 들어간다면 저들이 동시에 나온다는 보장도 없을뿐더러, 저들이 몇 시에 나올지조차 모르기에 애가 타기 시작하였다. 저들을 잃을까 봐, 저들이 나를 떠날까 봐 걱정되기 시작하였고, 조바심이 극에 달하기 시작했다. 저들의 차례가 되었고, 저들은 입장하였다. 나는 클럽의 시끄러움과 혼란, 인파의 부딪힘이 극도로 싫어서 도저히 들어갈 수 없었다. 결국, 나는 그들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들을 기다리며, 지나가는 사람을 바라보고, 휴대전화기를 보며 뉴스를 보고 유튜브를 시청하며 세상을 바라보고 있던 새벽 2시 43분, 세명이 술에 취해 서로 부여잡고 노래를 부르며 걸어 나왔다.


 드디어 결과의 열매가 맺혔다. 저들은 우버를 부르려는 듯이 서로 부여잡고 대로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하였다. 이때, 아시아계 여자 한 명이 토를 하고 싶었는지 나머지 둘에게 부탁하였고, 나머지 둘은 두리번 거리며 골목을 찾기 시작했다. 길 끝판 오른쪽, 골목길을 확인하였고, 세 명은 골목을 향해 비틀거리며 조금씩 전진하였다. 가방에서 망치를 꺼내고 저들의 뒤를 아무 소리도 나지 않게 밟았다. 골목에 들어가 서도 저들은 더 안쪽으로 들어가 토할 하수구를 찾았으며 토를 시작하였다. 바로 지금이다. 심장은 폭발할 정도로 두드리고 있으며 심장이 목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 너무 흥분되도록 설레고 행복하였다. 저들을 향해 부리나케 달려갔고 뒤통수를 터트릴 정도의 힘으로 망치를 내려쳤다. 한 명이 쓰러지고 다른 한명이 나를 보는 동시에 그녀의 관저 머리를 야구선수와 같이 후려쳤으며, 토를 하는 여자의 뒤통수를 깨버릴 기세로 있는 힘껏 세 번 내려쳤다. 이들의 머리를 때릴 때마다. 드럼을 치듯, 서로의 머리는 다른 소리를 내며 음악을 만들어 냈고, 내려치는 소리 중고 통의 신음이 변주를 이뤄내며 아름다운 합창곡을 구성했다. 처음으로 뒤통수를 내려친 여자가 꿈틀거렸고, 다시 한번 뒤통수를 내려쳤을 때, 그녀는 드 디어 움직임을 멈추었다. 각기 다른 이들이지만, 피의 색은 같이 하나의 색을 만들어냈고, 각기 다른 곳 으로부터 흘러나온 진홍빛의 피는 하나의 피 웅덩이를 만들어, 서로 적셨다. 이때 뒤에서 인기척이 났다.



  골목의 끝에서 누군가 가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저자의 모습은 알 수가 없지만 나를 향해서 있음은 틀림없이 알 수 있었다. 그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본지 알 수가 없다. 그는 지금 내가 한 행동을 알고 있는 것 일까? 그는 움직이지도 않고 이쪽만을 바라보고 있다. 잠시 아름다운 그녀들을 놓아둔 채, 저자를 향해 뛴다. 숨도 쉬지 않고 달려 간다. 저자를 향해 달려간다. 한발짝 있는 힘을 향해 달린다. 얼굴을 망치로 있는 힘껏 후려친다. 이자는 나의 모든 행동을 바라보았다. 이자의 눈이 이야기해준다. 이자의 눈은 초점을 잃은 눈동자였고, 겁에질려움직이지않는 다리와 팔은 나를 막을 수 없었다. 이자의 코와 광대뼈가 무너지는 순간, 이 자는 정신을 잃고 쓰러지며, 확실하게 끝내기 위해, 얼굴을 수차례 내려쳤다. 이 자의 머리카락을 부여잡고 핏자국의 흔적을 바닥에 남긴 채질질 끌고 와 여자들과 함께 모아두었다. 그를 바라 보았다. 이게 무슨 행운인가.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일인가. 이자의 입술은 그녀들 것과 같이아름답 기 그지없었다. 비록 핏자국에 물들어 색깔이 변하긴 했지만, 이 남성의 입술은 정말 정교하게 아름다웠다. 고통과 불행 속에 행복이 피어난다고 했던가, 순간 지레 겁먹고 당황했던 나였지만, 그의 입술을 발 견 한순간, 모든 고통은 어느새 사라졌다. 사실 세명을 기다리느라 많이 힘들었는데, 이남성의 등장 때 문에 오늘 하루를 보상받는 행복한 감정이 나를 둘러쌌다.


 이제, 장갑을 끼고 메스와 유리병을 꺼낸다. 메스로 먼저 죽인 여성들의 입술을 조심히 조각하기 시작한다. 당연하게도 물에 젖은 종이가 순식간에 모습이 변하듯, 메스를 갖다 댄 입술은 재빠르게 얼굴에서 부 터 해방되기 시작한다. 한 명, 두 명, 세 명의 입술의 추출을 완료하고 유리병에 담았고, 남성의 입술을 자 르기 시작하였다. 확실히 남성의 피부는 여성의 피부와 다르게 조금 더 단단하였고 질겼다. 하지만 메스의 덕분으로 조금의 힘을 주는 것으로 입술은 너무나 깔끔하게 추출되었다. 남성의 입술까지 유리병에 담고 유리병을 잠그고 메스와 장갑 그리고 망치를 정리하여 골목을 빠져나왔다. 골목을 나온 뒤, 거리는 아르테미스의 아름다운 연한 상아색의 달빛 조각들이 수놓았으며 내가 갈 길을 향해 안내해 주었다. 시 간이 너무 늦어, 지하철이 닫혀있었기에 5분 정도 거리를 걸은 뒤, 우버를 타고 집을 향했다. 우버 택시 안은 너무나 편안했으며, 가방 속에 들어 있는 사랑스러운 아름다움을 품에 안고 달빛에 반사된 파리의 건물이 선사하는 야경을 바라보며 너무나 늦은 밤을 즐겼다.


 집에 도착한 뒤, 손을 씻고 방을 향한다. 옷을 벗어, 버릴 준비를 하고 장갑은 정리하여 쓰레기통에 넣은 후, 망치와 메스는 꺼내어 콜라로 핏자국을 정리한다. 유리병을 꺼내고 네 개의 입술을 차례대로 정리한다. 방부 처리제를 꺼낸 후 역한 냄새와 함께 방부처리를 시작한다. 네 개의 입술 하나하나 정성 서럽게 표면의 주름 곳곳을 처리해주고 검은색 오크 선반 위 네 개를 차례대로 진열한다. 여자들의 입술을 먼저 진열을 통해 서로의 우정을 확인시켜 주고, 남자의 입술을 마지막으로 장식하여 오늘의 역사를 정리한다. 너무나도 기다리기 힘들었으며 기다린 끝에 정답이 있었고 우연히 발생하는 동안 우연 속에도 역시 정답이 있었던 하루를 뿌듯한 미소로 바라본다. 9개가 모인 아름다운 입술들을 바라보며 유리창에 비친 내 모습을 바라본다. 나 자신이지만 너무나 아름다웠고, 세상을 위해 일했다는 생각에 어깨는 한껏 올라갔다. 어쩌면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너무나 기쁜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이런 감정을 가지고 잠이 들기가 너무나 아쉬울 정도로 잠이 들기가 싫었으며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하지만 내일은 회사에 다시 출근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내일 아침에 출근하기 위해서라면 한시라도 빨리 자야 한다는 사실은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샤워하고 데오도란트를 뿌린 뒤 향수를 뿌리며 침대에 눕는다. 침대에 누워서까지 다시 한번 입술을 보고 싶었지만 이내 참고 눈을 감았다. 5개의 달이 남겨진 밤, 웃음이 꽃피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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