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랑씨 Feb 18. 2022

입술-6.1

여섯째 날, 7월 12일 목요일


여섯째 날, 7월 12일 목요일


 오전 6시, 알람이 울리기도 전, 창문의 입자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바늘과 같이 따가운 진홍빛을 띤 태양의 조각들이 나를 푹 찔러 깨운다. 잠을 잤다는 느낌보다는, 현실을 인정하기 싫어 떠난 여행과 같은 느낌이었다. 여행의 끝은 무의미했으며, 내가 어디인지도 모른 채 무작정 발을 내디딘 여행의 최종 장소는 결국 제자리였다. 아틀라스가 된 듯, 나의 한쪽 가슴은 무너질 것같이 무겁고 고통스럽다. 이 고통의 지구를 던질 수만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만 같았으며 나를 이렇게 만든 제우스에게 똑같은 형벌을 내리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오른쪽 눈썹을 중지로 쓰다듬으며 앞으로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라는 대비책을 머릿속으로 구현해내며 어젯밤, 하지 못하였던 샤워를 하며 출근 준비를 한다. 머리를 감고, 양치하며, 세수하는 와중에도, 앞으로 어떠한 방식으로 눈에 띄지 않게 입술을 모아야 할지, 어떤 장소에서 입술을 모을지에 대해 그림을 그려본다.

사유를 펼치다 보니, 정답은 항상 간단하다. 복잡한 문장의 구성은 정답이 될 수 없다. 그저 딱한 줄의 간단하며 경제적인 문장이 필요했을 뿐이다. CCTV가 없으며 사람이 많이 없는 곳을 찾으면 됐을뿐이다. 요즈음은 오만이 도를 지나쳐 가장 기본적인 규칙조차 지키지 않고, 권태에 의해 신에 대한 사랑과 믿음을 잃을 뻔했다는 사실에 머리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지금이나마, 내 생각을 고쳐 잡고 일을 행한 다면, 12개를 모아 올림푸스의 신들에게, 세상에, 나에게 받치는 아름다움과 욕망의 조각들을 반드시 수 집할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다시 끓어오르는 용암과 같은 확신과 악마를 불태우는 신성한 불 꽃과 같은 욕망이 몸을 달아오르게 하니, 얼굴은 웃음꽃을 피웠고 아틀라스는 헤라 클래스에 거짓 말하 며황금사과를찾으러 가듯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샤워를 마친 후, 거울을 쓰다듬듯이 바라본다. 눈덩이 피부 아래 박혀있는 눈동자는 잘 숙성된 백포도주와 같이 영롱하며 우아하게 빛나고 있다. 코는 저돌적이며 열정적으로 세상을 찌르는듯했다. 입은 달맞 이 꽃이 활짝 피어 세상을 밝히는 듯하며 긴 머리는 상아색의 성단이 흐르는 비단과 같이 아름답다. 오늘 의 나는 아프로디테의 아도니스 같다고 느껴진다. 신의 사랑과의 접합을 통해 세상을 내려다보며 내재 한우주를 다스린다. 해답을찾은이순간, 내 존재의 아름다움 은빛을 미칠 듯이 뿜어내며 세상을 유혹한다. 나에 대한 올바른 판단과 관찰에 흠뻑 빠져 출근해야 한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렸다는 것을 깨닫고 허겁지겁 노동에 대한 준비를 시작한다. 

 옷을 입은 후, 집을 나선다. 고통스럽게 나를 괴롭히던 따가운 해의 조각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며 따뜻한 벨벳 천을 둘러 나를 감싸안는다. 부드럽고 따뜻한 그의 사과에 이 내 마음이 쉽게 풀렸지만 약간의 토라짐과 함께 안녕을 새침하게 건넨다. 항상 똑같은 사람들의 구역질 나지만 노동에 끌려가는자들의 공감이 담긴 냄새가 진동하는 전동차에 몸을 맡긴다. 회사 앞에 도착했을 때, 어제 정리하지 않았던 도구들이 생각나 골치가 아프다 생각했다. 핏자국은 얼룩을 만들었을 것이 분명하고 피의 냄새 는방혹은 가방 안에 진동할 것이 분명한데, 이를 왜 바보처럼 처리하지않았을까라는후회가 노동에 대한 두려움을 집어삼켰다. 얼룩진 망치와 유리병과 메스에 대한 강박증에 의해 퇴근을 출근과 동시에 떠올린다. 아참, 오늘도 역시 퇴근 후, 입술을찾으러갈것이다. 어제의 실수를, 나에 대한 확신을 재정 립하기위해 그리고 나 자신을 위해 오늘의 방법을 통해 증명해야 한다. 걱정과 자신감이 뒤섞인 숨을 내쉰 후, 직장동료와 어색한 인사를 건넨다. 인사 후, 자리를 정리하고 인터넷을 키는 순간, 옆자리의 동료가 입술이 잘린 시체에관한 뉴스를 보았느냐는 말과 토끼와 같은 놀란 눈 그리고 빨리 말하고 싶다는 입의 떨림과 함께 나를 바라본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다. 나의 아름다운 연극에 관한 기사가 난다면 누구보다 행복할 거라 자신했고 세상이 아름다움을 인식했다는 생각이 나를 황홀경에 취하게 할 줄 알았 지만, 현실은 정반대의 감성을 가져다준다.식은땀이 흐르고, 손발이 급속도로 얼어붙는다. 아직 보지 못 했다는 말을 전달하며 눈은 그의 시선에 고정한다. 얼굴이 거짓말로 방어하고 있을 때, 그 외의 기관들은 작동을 멈추고 얼어붙는다, 가까스로 진정시켰던 몸과 마음이 다시 흥분하고 걱정으로 내부로부터 피폭된다. 그는 신이라도 난 듯, 나에게 기사의 링크를 보내주고 사건에 대해 열성적으로 그리고 적절히 욕을 섞어 설명한다. 

 그의 욕설이 섞인 상스러운 말투가 나를 간지럽힌다. 구역질이 나고 이해가 되지 않는다 는 표정과 말투는 이내, 긴장감을 무시하고 짜증과 증오만을 불러일으킨다. 하찮고 무식하며 아름다움 에 대한 무지한 분인 미천하고 불쌍한 존재를 내려다보며 그의 역겨운 음절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의 헛소리는 이내 다른 동료에게도 퍼지며, 그들의 소리는 공간을 채운다. 금방이라도 토하고 싶어졌다. 저들은 너무나도 하등 하며 전위적인 가치에 대해 알지 못한다. 저들이 언젠가는 나의 예술과 아름다움을 알 수 있을까 라는 짜증이 나는 질문과 동시에, 불행하게도 저런 낮은 자들조차 같이 끌고 가야 하는 게 선지자의 입장이라는 것을 생각해본다. 선지자가 되어 교육받지 못한 미천한 자들의 손을 꼭 잡아 최전선으로 안내한다는 사명감이 추가되었다. 누군가를 끌고 간다라는 생각은 해보지 못했기 에, 확신은 없지만, 모든 것이 완성되었을 때, 유물론적으로 이해와 가치를 깨닫게 해 줄 거라 굳게 믿어 본다. 저들의 입에서 멈추지 않는 시체의 썩은 내 같은 냄새들이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걸 들으니, 공간은 오염되었고, 귓속을 통해 뇌로 흘러들어오며, 뇌는 안개가 하얗고 불투명하게 끼여 가시성을 잃어가기 시작한다. 더는은버틸수가 없을 정도의 몸이 되었다. 오한이 들린 듯 온몸은 기능을 잃고 얼굴은 생기 를 잃었으며 뇌 의사 고는 증오만이 가득 차 있고 심장은 어느 때보다 불타오른다. 결국, 조퇴를 결정한 다. 몸이 너무나 안 좋다는 핑계를 마친 후, 주위의 쓸데없는 걱정과 함께 짐을 빠르게 챙겨 집으로 향한다.


 회사를 나선 순간, 내가 왜 지금 이렇게 힘들어해야만 하지라는 생각이 들어 발걸음을 멈추었다. 오른쪽 눈썹을 중지로 쓰다듬으며, 왜 나는 지금 마치죄를 지었다 생각하며 이 일이 윤리에 어긋난다고 생각하며 행동하고 있는 것인가, 나는 무슨 행동을 하였는가, 나의 행동은 그릇된 것이기에, 이 일이 모든 이에 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하다, 혹시, 내 몸속에 존재하는 윤리라는 제어장치가 나를 가로막기 위해 반응하고 있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든다. 아니 이것은 분명히,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가 나와 세상 이 아름다워지는 것을 방해하는 일종의 방해와 같은 것이 틀림없다. 나의 행동은 세상을, 내 주위를, 나를 위해 반드시 해야만 하는 행동이고, 이것이 옳다는 것은 틀림없다. 한데, 내 몸과 정신이 이렇게 이상하리 만치, 격하게 요동치는 것을 보았을 때, 이 썩어있는 세상의 구조 속, 이 구조를 지키기 위한 어떤 문 지기가 나를 방해하는 것이다. 나를 방해하고 나의 계획을 실패시킴으로써, 그들은 이 부패하여 냄새나는 구조를 더욱더 견고히 지킬 수 있으며, 그들만의 찬란한 광명과 새벽의 보랏빛 아침을 더는 현전 할 수 없게 할 수 있으니, 나를 조종하는 것임이 틀림없다. 그렇다, 이건 일종의 시험이다. 헤라클레스가 12가 지의 시련을 거쳐, 잘못을 용서받고 신이 되었듯이,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가 나를 시험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이 시련을 극복했을 때, 그들은 나를 신으로 인정할 것이며, 자신들의 패배를 인정하여 이 썩어있고 날아 있는 구조를 스스로 파괴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새로운 구조를 창조한 혁명가가 되며, 형제와 자매들의 든든한 기둥이 될 것임을 선언한다. 나는 나를 위해 일을 시작하지 않았다. 이 일의 출발점은 내형제와 자매들, 더 나아가 사회를 위한 임을 밝히며. 아름다움이 하나로 모인 자리에서, 입술들은 끝없이 연결되며, 서로 아름다움을 강조하며 아름다움의 가치를 증명한다. 그리고 이 증명된 아름다움은 형제와 자매들에게 정신적 해방을 선사하고, 이는 나의 목표이며 가치임을 단언한다. 지금 나에게 주어진 시험을 통과해야 함이 분명하다. 지금 이 순간부터, 나는 거대하며 공포 서럽게 불어오는 바람에도 흔들리 지 않을 것이며, 앞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갈대밭에 홀로 남겨져 있음이 분명함에도, 그들을 위해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오늘부터 남은 기간까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남은 입술을 모으는 행위를 게을리해선 안 되고, 필요하다면 하루에 여러 개의 수집을 마다 해서는 안된다. 마침 잘됐다. 오늘은 이미 퇴근을 했기 에, 낮부터 입술을 모으기로 변경했다. 멈춰있던 발에 제동을 걸어, 다시 걷기 시작하였고 지하철을 향해 피 붉은 깃발을 든 모습으로 당당하게, 황금빛 갑옷을 두른 용사와 같이 용기 있게 그리고 은빛 별들이 달린 스카프를 두른 모습으로 기품이 넘치도록 걸으며 걸어간 자리에는 나의 우아함이 남아 세상에 나의 존재를 알리고 있다.


 집에 도착하였다, 손을 씻고, 새로운 옷을 찾아 꺼낸다, 그간 입었던 옷은 쓰레기봉투에 담아 잘묶어버 린다, 어제 사용했던 망치와 메스 그리고 유리병에 묻은 핏자국 들은 선명하게 남아 역사를 설명해주고 있었다. 그들을 닦으며 심기일전을 한다. 오늘부터는, 더욱더 빠르고,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상기하며 역사를 흘려보낸다. 새로운 라텍스 장갑을 꺼내고 씻은 망치와 메스 그리고 유리병을 가방에 챙겨 문을 연다, 집의 공기가 밖과 뒤섞이지 않게, 그들만의 냄새와 힘을 잃지 않게 하려고, 황급히 문을 닫아 열등과 섞이지 않게 노력한다. 우선, 사람이 없는 곳으로 가야 한다, 파리에서 사람이 없으며 CCTV 가 존재하지 않고, 누군가가 죽어도 모를 정도의 큰 공간을 떠올린다면, 그 장소는 불로뉴 숲이다. 불로 뉴 숲으로 가는 방향을 구글맵을 켜 찾아본다. 집에서 걸리는 시간은 1시간 정도 소요된다. 현재 시각은 13시 20분, 점심시간을 즐기고 휴식을 취하기 괜찮은 시간이기에, 일이 수월할 것임을 확신한다. 헬리오 스가 뿌려놓고 간 태양의 잔재들은 따사로운 노란빛의 광채를 뿜어내며 나를 응원한다. 응원을 받으며 지하철을 타며 불로뉴 숲으로 향한다. 지하철 속, 사람들과 마주하게 된다, 이들을 구원하고 일깨우겠다 가는 마음이 든다.


 숲에 도착하였다. 대낮임에도, 나무들은 아폴론의 광명을 필사적으로 막았으며, 싱싱한 진초록색의 나 뭇 잎들은 햇빛을 받아, 생명력을 뿜어내며 여름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나무들은 서로의 머리를 맞대어 그늘을 만들고, 그늘에는, 사람들이 서로의 머리를 맞대어 자연을 모방한다. 나무는 인간을, 인간은 인간에게, 쏟아지는 자연의 구조는 인간을 위한 것인가 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그들을 바라보며 조금씩 숲의 안쪽을 향해 걸어 들어간다. 숲의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인구의 밀도는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연인들은 돗자리를 깔고 서로 침대 삼아누워노래를부르며 사랑의 찬가를 부르고 있으며 친구들은 대낮부터 음주를 통하여 환희와 고통으로부터의 해방을 축하하는 피로연을 시작한다. 숲의 안쪽, 동굴과 같은 더욱더 깊고 어두운 곳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인간들의 시선은 사라지며, 오직 나무의 눈들만이 나를 감 시한다. 그리고 저 멀리, 두 명의 아름다운 남녀 한쌍이 성스러운 신음을 내며 섹스를 하고 있다. 그들의 주위에는 포도주병들이 널브러져 있고, 옷들은 섹스하기 위해 사방으로 흩뿌려져 있다. 짧은 포마드 머리의 남자는 스파르타의 강인한 전사와 같이 생기를 내뿜는 구릿빛의 근육으로 조직된 몸을 하고 있었으며, 눈은 욕망에 사로잡혀있고 발기된 성기는 여성의 성기를 음탕하게 헤집고 있었다. 검은 머리의 이집트계 여성은 아름다운 화장으로 자신의 미모를 강조하고 있고, 달아오른 붉은 기의 얼굴은 야릇한 분 위기를 더했다. 유한 곡선을 타고 흐르는 여성의 아름다움은 남성의 직선에서 오는 아름다운 과는 확연 한 차이가 존재하였다. 그와 그녀가 함께 부르는 생명의 합창은 숲의 공간을 채웠으며, 그들의 마지막 신 음과 함께, 남자는 사정을 했다. 전희를 마친 이들은 서로 키스를 하며 사랑을 확인한다. 그들의 키스는 침으로 범벅되었고, 연분홍의 입술은 열기구와 같이 금방이라도 터질 것같이 달아올라 있다. 저들의 입술은 반드시 한자리에 같이 전시해야 아름다울 것이 분명하다, 저 둘은 하나이며, 둘로 나누어진 하나이 다. 입맞춤을 맞춘 둘은, 서로 포개며 나무를 바라보며 잠이 든다.


 미동이 없는 그들을 보며 장갑을 끼고 망치를 꺼내 그들에게 살며시 다가간다. 아쉽게도, 그들은 하늘을 보며 자고 있어 어디를 때려야 즉사할지를 살펴본다. 아무래도, 이마가 좋을 것 같다. 두 손으로 망치의 손잡이를 꽉 부여잡고, 하늘을 향해 높이 들어 올린 후, 있는 힘껏 남자의 이마를 내려친다. 이마는 굉음 과함께움푹 패고, 팸의 여파로 새하얀 사탕과 같은 눈알이 튀어나온다. 그리고 다시 한번, 높이 들어 이미 움푹팬 이마를 내려친다. 이마의 갈라지는 소리는 옆에서 자고 있던 여자를 깨웠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나와 부서진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고, 급속하게 얼어붙는다. 이제는 몸을 돌려, 그녀의 머리를 향해 내려친다. 그녀는 살라달라고 애원한다. 한 번 더욱더 강하게, 머리를 향해 내려친다. 살려달라는 손 은힘없이바닥을 향해 던져지며, 긴 검은 머리는 붉은색의 피와 함께 뒤섞여, 검붉은색의 아름다운 물 감을 제조한다. 이제 가방에서 메스와 유리병을 꺼낸다. 핏빛 서린 메스를 꺼내 남자의 입술을 제단 하기 시작한다.


 검은색의 건강한 수염과 연분홍의 싱싱한 입술은 대조를 이루어 입술을 자르는데 도움을 준다. 메스를 입에 갖다 대어 긋기 시작하니, 윗입술은 살며시 입에서부터 떨어져 나온다, 수염이 너무 길어, 입술을 자르면서 동시에 수염도 잘린다. 분홍색의 입술에 묻은 짧은 수염은 짜증을 유발했다. 지금은 뗄 수 없으니, 집에 가서 반드시 제거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다시 열중하여 아랫입술을 분리한다. 그렇게 남자의 입술의 단면은 말끔하게 입에서 해체되어 나온다. 이제 여자를 바라본다, 여자는 머리를 망치로 대각선으로 맞았을때, 입을 꽉 깨물어서 그런지, 이빨이 부서져있었으며 꽉 깨문 입술에 의해 입술에도 상처가 나며 피가 흐르고 있었다, 안 좋다, 아름다운 입술임이 분명한 데, 약간의 오점이 남았다. 짜증 나는 년. 입술과 인중을 벌려 팽창시킨 후 조심스럽게 입술을 오린다. 윗입술을 자른 후, 턱과 입술을 팽창시켜 아랫입술의 해체를 시작한다. 말끔히 떨어진 입술 두 개를 유리병에 넣고, 짐을 챙긴다. 아름다운 두한 쌍은 세상을 구원할 재료가 되었으며, 죽을 때도 붙어있는 모습이 아름다웠기에 보기 좋았다. 칠흑과 같은 숲의 어둠으로부터 도시의 태양을 향해 걸어 나간다.


7월의 무자비한 아폴론의 태양은 도시의 길을 불태우듯 달군다. 몹시 더운 여름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숲 온도와 도시 온도에서 체감할 수 있었다. 여름의 무더위 때문이지, 행동의 반작용인지 모르겠지만,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땀 구슬이 느껴졌다. 몹시 불편했고 당장 집에 들어가 샤워하고 싶은 욕구가 땀을 타 고나 왔다. 이 근 방에서, 더 많은 입술을 채취하고 싶었지만, 내 기분이 행동에 끼칠 영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이만 집을 향해 머리를 돌린다.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 빛을 피해 아주 얇지만, 제피로스의 선선한 에메랄드 빛의 바람은 내 머리카락을 빗겨주며, 고생한 나를 위해 손등을 쓰다듬어 준다. 제피로 스는 아폴론과 밀회를 하는 나의 모습에 질투를 느꼈는지, 나를 조금 더 사랑해주려 노력하는 것이 느껴졌으며 그의 선택이 나를 히아신스로 꽃 피우게 하려는 것이 아님을 다행이라 여겼다. 제피로스의 바람을 타며 순항하는 배와 같이 지하철에 빠르게 몸을 옮겼다. 집에 들어가, 당장 샤워를 하며 몸에달라붙 은 풀잎들과 땀들로부터 해방되고 싶었다. 여름이 시작되자, 사람들의 시큼한 땀 냄새는 내 코끝을 자극했고, 그들의 축축한 등과 겨드랑이는 가끔 나를 스치며 역겨움을 더한다. 그들에게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지하철에서 내린다.


집에 도착했을 때, 두 개의 입술이 나란히 전시되는 모습을 생각하니, 심장이 떨렸다. 사랑에 빠진 것과 같은이느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한여름 무더위 속, 차가운 물의 샤워 후 먹는 싱싱 한 체리 같은 느낌이다 -체리를 베어 무는 순간, 시공간은 분열되고, 진보라색과 검은색 그리고 진한 남 색의 범 우주적 에너지는 나를 휘감는다.- 설레는 사랑의 마음과 함께, 계단을 발자국마다 진심으로 올라간다. 문을 열고, 방 한쪽에 짐을 정리한 후손을 깨끗이 씻는다. 가방 속, 고혹한 미소를 짓는 두 개의 입 술이 담긴 유리병과 피비린내 나는 장갑과 망치 그리고 메스도 역시 꺼낸다. 피비린내와 라텍스 냄새가 뒤섞인 끔찍한 라텍스 장갑은 휴지통에 잘 버리고 망치와 메스는 콜라를 이용해 핏자국을 깨끗이 지워 낸다. 깨끗해진 메스와 망치는 구석에 정리한 후, 유리병을 천천히 연다. 피비린내가 진동한다. 깨끗이 씻은손 으로 짝지어진 입술 두 개를 꺼낸다. 두 개의 입술 은서로 탐하며 붙어있었고, 이는 떨어지기싫 다는 것을 표현함이 틀림없었다. 수염이 붙어있는 남자의 입술과 상처가 남아있는 여자의 입술, 두 개의 포개진 입술을 헝겊으로 잘 닦아준 후, 방부처리제를 열어, 방부처리를 시작한다. 이제 어느새, 방부처리제의 냄새가 조금은 익숙해진 것 같다, 역하긴 하지만, 토할 정도는 아니게 되었고, 지독했던 냄새는 어느새 반드시 거쳐야 하는 단계임을 자각하고 거부하지 않게 되었다. 맨손으로 만지는 그들의 입술에서, 서로의 냄새와 서로의 온도 그리고 서로의 감촉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아름다운 한쌍의짝을내가구원 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경이롭다. 그들의 표면을 정성스레 주름 하나하나, 굴곡마다 열심히 방부처리 해주었다. 방부처리가 끝난 입술들은 선반으로 자리를 옮긴다. 그들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랑 하는 사이인 만큼, 둘의 공간은 특별히 같이 해주어야겠다는 따뜻한 마음이 들었다. 각자를 자리하는 3개의 아름다운 입술들과 2개의 마주하고 있는 아름다운 입술, 총 5개의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할 준비를 끝마쳤다.


그들을 감상하고 있으면, 파리의 어떤 갤러리도 부럽지 않았다. 이들은 값비싸며, 나의 철학과 영혼에 대한 갈망, 자유의지와 절개 정신 그리고 미에 대한 욕망이 가득 담긴 나의 작품이며 신을 위한 위대한 작 품들이다. 그들을 보고 있으면, 녹지 않은 밀랍을 사용한 이카루스가 된 것 같다. 아무리 날아도 녹지 안 는 날개를 단 이카루스는 끝없이 끝없이 자신의 욕망과 함께 자신의 이상향과 저너머의 세계까지 영원 히비 행한다. 비행을 마친 난, 옷을 벗은 뒤 세탁기 넣어 놓은 후, 샤워한다. 샤워를 마친 후, 머리를 말리 고 데오도란트를 뿌린 후, 향수를 뿌린다. 오후 15시, 침대에 누워 낮잠을 청하고 오늘 저녁, 또 다른 입술을 채취하러 갈 준비를 하기 위해 영혼의 휴식을 취한다.




이전 05화 입술-5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