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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랑씨 Feb 17. 2022

입술-5

다섯째 날, 7월 11일 수요일


다섯째 날, 7월 11일 수요일


 오전 7시, 지끈지끈한 알람 소리와 함께 뜨뜻미지근한 표정과 뭉그적거림으로 이부자리를 정리한다. 아 침에 일어나 노동을 시작하는 것만큼 고통스러움이 존재할까, 마르크스, 이게 당신이 얘기하는 노동이 맞는 것입니까? 이게 당신이 바라는 노동자의 삶이 맞습니까? 돈에 대한 정신병에 가득한 자본주의, 노예가 됨을 거부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과 기초 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을 선사받았음에도 아침에 일어나는 일은 지옥과도 같다. 준비를 마치고, 지하철을 향해 걸어간다. 오늘도 헬리오스는 황금빛의 전차를 타 고 나를 맞이해 주었다. 내가 출발함과 동시에 그는, 고삐를 잡아끌어 전차를 출발시켰고, 이 전차는 파에톤의 전차가 아니니 걱정하지 말라는 느낌으로, 따뜻한 햇볕으로 내 뒤를 살며시 밀어주며 황금빛과 스칼릿 색의 오묘한 색이 섞인 빛의 인도길을 깔아 나에게 시작을 선물한다. 신의 사랑은 물리적인 만족을 초월하여 정신적 희열을 느끼게 해 주며 그의 사랑은 부모가 내 자식이 누구가 든, 내 자식이 무슨 짓을 하든, 내 자식이 얼마나 쓸모없는 자식임을 인지함에도 불구하고 주는 절대적임과 동시에 헌신적이며 초월적인 사랑과 동등한 의미를 지닌다. 신의 아름다운 선물을 받으며 걸으니 어느새 지하철에 몸을 담 앗고 회사에 도착한다.


 항상 똑같은 안부와 듣기 싫은 헛소리들에 맞장구를 치고 나면, 그들과의 아침인사가 종료된다. 자리로 돌아와, 업무를 확인하고 출근을 시작하자마자 퇴근을 기다린다, 메스를 빠르게 사용하고 싶은 것 일까? 입술에 대한 집착일까? 에 대한 물음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더욱이 퇴근을 갈망한다. 인터넷을 켜, 나에 관한 기사가 있을까 오늘도 열심히 검색해보지만, 아무런 기사도 존재하지 않는다, 입술, 살인, 행 방 불명 등, 여러 가지의 단어 들을 열심히 검색해보지만, 그저 오래된 정치인들의 기사들뿐이다.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 이 병신 같은 사회는 잘못 흘러가고 있다, 왜 아무도 아름다움에 대해 무관심한 것인지, 돈과 권력에 정신이 팔려, 우리가 추구해야 할 아름다움과 도덕은 이미 져버린 지 오래다, 그저 나에게 이익이 되는 기사들과 권력의 피라미드에 대한 보수적인 글만을 쏟아내면 되는 것이다. 토악질 나오며 망치로 모든 것을 부숴버리고 싶은 이 사회의 구조는 조만간, 나의 걸작을 통하여 역전이 시작될 것이다. 혁명의 불꽃은 타오르고, 불꽃은 이내 썩어 문드러진 권력과 특권계층을 잡아먹어 돈과 권력이 아닌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오직 유미적인 세상으로 밝힐 것이다.


 눈의 이상을 느끼는 요즘이다, 입술을 모으며 받는 스트레스와 자극이 영향을 주는 것 같다, 업무 에지 장이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서랍 속 안약을 넣어가며 업무를 지속한다. 나의 건강이 나빠지고, 생명 에너지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음에도, 세상을 밝힐 수 있고 형제들과 자매들에게 아름다움을 나눠 줄 수만 있다면, 나는 기꺼이 불을 가지고 훔쳐 도망가는 프로메테우스가 될 것이다. 혼잣말을 머릿속으 로 외쳐대며 업무를 하다 보니 어느새 점심시간이 왔다. 타인과의 조우가 시작된다. 이 끔찍한 관계들의 강제적인 인력을 사회의 시선에 의해 거부하지 못한 상황과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입에 넣는 것 자체가 고 역인 음식들에 대해 돈을 지급한다. 저들은 이것이 맛있을까? 저들의 입은 빠르게 운동한다, 너무나 맛있다는 듯이 추잡하게 질겅질겅 음식물을 씹으며 공감할 수 없는 웃음과 함께 직장상사에 관한 이야기, 업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흥미도 없을뿐더러, 듣고 싶지도 않다. 시간이 아깝다 느끼며, 이 낭비 속에 삶의 지속을 이어가야 한다면, 언젠가는 그 갈림길 앞에서 있을 것이 분명하다.

그들과의 이야기가 겨우 마무리되었을 때, 커피를 마시러 나온다. 알롱제 한잔과 각설탕 4개를 시킨 후, 오른쪽 눈썹을 중지로 쓰다듬으며 오늘 저녁에 있을 일에 대해 생각한다. 야릇한 미소와 함께 휴식 속에 빠져든다. 이번에는 어떤 아름다움을 가져갈까, 어떤 매혹적인 곡선과 생기가 넘쳐나는 색의 복합체를 잘라 전시를 할까 라는 생각에 젖어있지만, 한편으론 아직 사용해보지 않은 메스에 대한 걱정 역시 든다. 메스의 날이 잘 든다는 것은 내 손가락으로 증명되었지만, 손에 익지 않은 도구에 대한 사용이 걱정될 뿐이다. 그렇다한들, 나는 손재주가 좋은 편이기에, 잘할 수 있다는 근거 있는 자만심이 조금씩 피어나마 음을 안정시킨다.


 휴식을 종료하고, 노동하러 간다. 오후 업무는 이번 주 이내에 반드시 마무리해야 하는 수필이 있기 때 문에 너무나도 빠르게 지나간다. 수필을 적기 시작할 때, 또 다른 나의 페르소나를 깊은 의식 속방 안에 서 끄집어낸다. 그의 가면이 얼굴에 씌워지고 그는 열심히 글을 적어 내려간다, 사회에 대한 비판과 모 순을 바로잡기 위해, 글자와 비판으로 만들어진 투석기를 통하여, 겉은 단단하고 신성하며 찬란하지만 속은 정치의 부패와 이해관계가 가득하여 썩어 문드러진 예루살렘의 성역을 파괴한다. 그들에 대한 무 자비한 공격을 쉴 새 없이 퍼붓고 나니, 업무의 종료를 알리는 직장동료의 분주한 소리가 울려 퍼진다. 기지개를 켠 후, 부자연스러운 웃음과 함께 인사를 건네며 회사를 분주하게 걸어 나온다. 노란색과 주황색이 적절히 섞인 빛의 파편들을 따라 욕망에 사로잡혀 걸어가는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을 발견한다. 열 정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조급해 보인다. 침착함을 유지하여야만 하고, 항상 품위를 유지해야만 하는 부모님으로부터의 가르침이 다시금 상기된다. 발걸음을 제동 시키고 천천히, 우아하게, 고개를 빳빳이 들며 집으로 가는 길을 시작한다.


문 앞에 도착했을 때, 설렘을 주체할 수 없어, 열쇠를 조급하게 돌린다. 문이 열림과 동시에, 손을 재빠른 게 씻고 준비했던 옷으로 갈아입는다, 가방을 챙기고 집을 나온다. 이 많은 행동 속에서 생각이라는 것은 단 1초도 필요하지 않았다, 욕망의 조종 아래에, 혹은 나의 조종 아래에, 나의 몸은 기계적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욕망의 기계는 아무런 오류가 없이, 구축되어있는 시스템 아래에, 한 치의 오차 없는 움직임을 통해 시작을 알렸다.


 저녁시간, 마레 지구 근방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곳에 간다면, 수많은 탐미의 광신도들이 술을 마시며 놀고 있을 것을 알고 있었기에, 너무나 당연하게도 마레 지구로 향하는 지하철을 탑승했다. 마레 지구에 내리자, 퇴근하는 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우선, 지나가는 사람을 포착하기 쉬운 탁 트인 공간의 바를 찾아간다. 한잔의 블랑 1664를 주문하여, 맥주를 마시면서 오른쪽 눈썹을 중지로 쓰다듬으며 마레 지구의 패션쇼를 바라본다. 분홍색과 붉은색이 적절히 섞인 꽃무늬의 짧고주름장식이달린 원피스와 검은색 닥터마틴 8홀 단화를 신고 있는 여성은 친구 혹은 남자 친구를 만나기 위해, 적절한 걸음걸이로 앞을 지나간다. 뒤이어, 양 갈래의 땋은 머리와, 과하게 오버 사이징 된 검은색 블레이저 그리고 레 다미니 스키니 드레스 그리고 검은색 힐을 신고 검정 뾰족 선글라스를 낀 여 성은 모델과 같은 아우라를 펼치며 우아한 걷기를 하며 주변을 자신의 아름다움으로 물들이며 길을 걸 어나 간다. 한참 뒤, 태운 피부에 잘 어울리는 주황색 숏비니와 잘 정리된 수염, 크림색 하와이안 셔츠와 이를 보좌해주는 알록달록한 올드스쿨의 문신들, 주황색 버뮤다팬츠와 함께 귀여운 포인트를 준 크록스와 힙색을 멘 건장하고 젊은 남자가 패션쇼를 이어갔다. 이때, 한 남자가 패션쇼의 길을 향해 걸어온 다. 이 남자는 오늘의 걸작임이 틀림없다. 금발의 긴 곱슬머리, 뱀파이어를 연상시키는 창백한 하얀 피부와 대조되는 생기가 넘치며 방금이라 도피를 빨아 마신 것 같은 마성적인 입술, 마른 체구를 감추기 위한 오버 사이지 된 뱀피무늬의 셔츠 그리고 스키니진과 레더 부츠는 그의 아름다움에 매력과 마력을 덧붙였다. 감탄을 자아내는 아름다움 이였다.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한다, 저 남자의 입술을 가지고 싶음 이 틀림없다, 욕망의 목표는 저자를 대상화시켰으며, 지금 이 순간 제1목적성은 저 남자의 아름다운 입술이 되었음을 내면의 온 우주가 인정했다.


맥주의 값을 웃도는 금액을 테이블에 올려놓은 뒤, 저 아름다운 남성의 걸음을 뒤쫓아 간다. 그는 어디 를가는것일까? 사람들이 많은 곳 혹은 어디에 들어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그의 뒤를 쫓는다. 헤르메스여, 전령의 신이여, 제발 저자를 아무도 없는 골목으로 인도하여 주소서. 당신의 행운이 담긴 한 마디가 이 세상을, 올림푸스의 신들을, 나를 행복하게 해 줄 열쇠임이 틀림없소. 당장 저자의 발걸음을, 고독하고 아무도 찾지 않아 외로워하는 골목으로 인도하여 주소서. 하지만 불행히, 나의 소망과는 너무 나 다르게, 그는 사람이 많은 비스크로 들어가, 그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추하며 흉측해지고 보기 괴로 울 정도의 아름답지 않은 자들과 함께 식탁을 공유했다. 저 아름다운 남성은 나와 같은 역할을 맡을 수 있었다. 그는 아름답다, 그는 나와 같이 이 세상을 아름답게 바꿀 수 있을 만큼의 아름다운 존재임에도 왜 저자는 저기로 들어갔으며, 왜 저런 이들과 함께 어울리는 것일까라며 욕을 해댔다. 오늘저 남자의 입술은 반드시 가져가야만 한다.라는 생각으로 살짝 은 멀리 떨어진 테이블에 자리를 잡는다.


그는 아름다운 입술로, 말을 내뱉는다. 그가 사용하는 언어는 다른 차원의 다른 세계의 언어와 생각같 다. 언어의 운율과 공간감, 목소리의 대상을 향한 직선적 움직임과 귀를 휘감는 곡선적인 움직임만으로 도 저 입술의 가치는 충분했다. 이만해도 충분한 가치임에도, 그는 자신의 가치를 더욱더 빠르게 휘몰아치고 있다. 맥주가 묻은 입술을, 연분홍색의 솜사탕과 같은 혀가 닦기 시작할 때, 혀에서 나온 침은 입술을 코팅하기 시작해, 더욱더 빛나고 끈적하게 코팅된 입술이 되었다. 그가 주문한 음식을 먹을 때면, 입술은 붉은색의 정열적인 도화지의 역할을 하기 시작한다. 그의 입술에 음식물이 묻고 소스들이 묻을 때면, 입술의 색과 아름다운 조화를 이뤄낸다. 붉은색과 초록색 때로는 붉은색과 노란색 혹은 붉은색과 하 얀색 등 다양한 색의 조화와 범주는 주관적인 아름다움을 초월하여 보편적인 아름다움에 동의를 얻어낸 다. 그의 아름다움을 관찰하는 것만으로, 나의 아프로디테는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과 그의 아름 다움을 질투하여 저주를 내리지 않을까 라는 걱정이 들었다.


그가 식사를 마친 후, 술을 마시기 시작하며 무가치한못생김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할 때, 그의 입술은 성적인 욕망을 발산한다. 옆자리 남자의 무질서하며 거칠어 보이고 죽은 색의 입술과 가벼운 표면적 접촉을 시작한다, 또한, 상대방의 추함에 대한 비극적인 죄를 씻겨주는 뜻하는 모습으로 입술을 어루만져준다. 윗입술을 깨물기도 하고 아랫입술을 비비기도 하며, 부드럽게 애무하며 무가치에 대한 보살핌을 행한다. 그의 입술은 상대방의 혀를 씹기도 하며 무가치한 입술의 그나마 가지고 있던 한 조각 의 아름다움을 자기 것으로 약탈해온다. 저자의 입술은 저런 식으로, 아름다움을 갈취해오는 흉포스러운 기간테스 들과 같다. 헤라클레스의 이름을 빌려, 저자의 입술을, 약탈해온 아름다움을 가지고 와야만 한다.라는 판단을 내린다. 그가 아름다움에 대한 섭취와 침략을 끝마쳤을 때,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따 사 로운 눈빛의 안녕을 나눈다.


그 즉시, 그의 뒤를 따른다. 술에 많이 취한 것 같다, 오후에 보였던 당당하며 아름다웠던 걸음걸이는 조금씩 흐트러짐을 보여주었고 직선적이지 못하였다. 아름다움이 응축된 그의 입술을 약탈해올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모든 혈액이 솟구치며 반응한다. 파리의 밤은 조금씩 빛을 잃어가기 시작하며, 빛이 사라 지기 전, 그는 지하철을 타기 위해 지나가야만 하는, 좁은 골목골목을 향해 발걸음을 움직인다. 재빠르게 가방에서 망치를 꺼낸다. 망치의 기둥 부분을 단단히 잡으며, 그가 아무도 없는 골목을 들어갈 때만을 숨죽여기 다리며 뒤를 따라 걷는다. 3분 정도를 더 걸어, 마침내, 그는 정말 아무의 발걸음도 닿지 않는, 빛의 인도조차 없는 골목길을 향해 들어간다, 사자와 같이 빠르고 강력하게 달려가며, 헤라클레스가 기간테스의 머리를 박살 내듯, 그의 머리를 산산조각 박살 낸다. 그의 머리가 피를 토해내며 무시무시한 굉음과 욕망의 분수는 골목 거리 사이에서 서로 진동하며 산산이 쪼개진다. 쪼개진 소리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탈출을 감행하고 살려달라고 애원을 한다. 영혼의 애원은 살아있는 자들에게 아무런 영향을 끼치 지못하고있음을 인지한 채, 조금씩 그 모습을 감춘다. 아름다운 영혼의 슬픈 진혼곡이 끝났을 때, 장갑과 유리병 그리고 메스를 꺼내 아름다움에 대한 수술을 시작한다.


 장갑을 끼고 메스를 잡는다, 여름에도 얼어버릴 것만 같은 서늘함은 손가락을 향해 들어온다. 입술과 피 부의 접합선을 따라 조심스럽게 메스를 그어본다. 꽃이 봄에 천천히 잎사귀를 수줍게 펼치듯이, 입술은 메스의 지나감과 함께 붉은색의 피를 토해내며 수줍게 떨어져 나온다. 지나간 자리는 너무나 선명하고 반듯하게 자신이 걸어온 발자국을 남긴다. 조금씩 그리고 정확히 윗입술을 떼어낸 후, 접합부와 함께 아 랫입술을 조각한다. 아랫입술은 윗입술을 지탱하고 있었기에, 입술의 음량은 벙긋이 솟아올라있었고, 활력이 넘치는 붉은색을 유지하며 신전으로의 이전을 기다리고 있었다. 메스의 칼날을 통해 입술이 있던 자리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게 되었고, 이는 기간테스가 휩쓸고 간 파괴된 올림푸스의 신전이며, 나는 이를 재건해내는 헤라클레스의 역할을 부여받았다. 반신임에도, 초인적이며 동시에, 신을 초월한 일들을 해내고 만다. 나의 용맹함과 결단력 그리고 세심한 노래와 같은 손길은, 올림푸스의 기둥들을, 지붕을, 건물을 차근차근 올린다. 입술의 제거가 완료되었을 때, 단면을 살펴보니, 흠잡을 데 없이 깔끔하였으며, 입술 외의 부분 역시 잘리지 않았다. 메스가 주는 능력인지, 경험으로 발전된 실력 때문인지는 몰라도, 너무나 마음에 드는 입술이 완성되었다. 유리병에 입술을 조심스럽게 넣어, 병을 잠그고 망치와 메 스를가방 안에 조심히 넣어, 골목을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담담히 입가에 웃음을 머금은 채 빠져나온다.


골목을 빠져 난 후, 지하철을 타기 위해 걸어가는 길, 경찰차들의 소리가 꼬리에 꼬리를 물며 내가 길모 두를 반대로 올라간다. 손이 떨리기 시작한다, 아름다움을 뺏긴 망령이 발견된 것일까? 고개는 들지 못한다. 두렵다, 무섭다, 심장이 조여진다, 근육이 경직된다, 머리가 아프다, 발이 움직이지 않는다, 눈을 어 디에 둬야 할지 모르겠다,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 호흡이 가파르다, 걸음이 꼬인다, 다리가 떨린다, 침을 삼키지 못한다, 사람들의 형상이 나뉜다, 내가 나를 인식하지 못한다, 몸에 대한 감각은 없어지며 내 정 신만이 남아있다. 정신이 아득하다, 그저 한 가지의 목표, 지하철을 타야만 한다.라는 생각과 위험하고 끊어질듯한 한가닥의 끈을 붙잡고 지하철을 향해 한발짝 한발짝 나아간다. 의심이 사는 행동을 해서는 절대 안 된다. 침착하게, 너무나 당당하게 걸어야만 한다. 흔들리는 눈동자를 고쳐 잡고, 떨궈진 고개 를다시들어 올려 세상을 향해 본다. 아르테미스가 나의 흔들리는 마음을 향해 밤의 노래를 불러준다, 달의 여신이 불러주는 자장가는 나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온 힘을 다한다. 부드럽고 따뜻한 목소리로, 진 동하는 심장을 억누르고, 끓어오르는 피와 호흡을 진정시킨다. 고요한 레몬 빛의 달빛을 나의 앞쪽에 비추어 쉼터로 향하는 길을 친절히알려준다. 그녀의 축복과 배려 아래에, 조금은 진정을 하며, 나의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세상을 향한 혁명이자 희생이었음을 생각한다. 하지만 지하철을 타는 동안, 달빛의 가호는 유효하지 않고, 이에 나의 손과 발 그리고 정신은 길을 잃어버린다. 진동을 멈추지 않으며, 생 각은 이미 저너머에 안착한다. 내리고 싶다, 문이 열렸으면 좋겠다, 도망가고 싶다, 혼자 있고 싶다, 그들 의 눈이 두렵다, 손발이 떨린다, 빨리 그녀의 자장가가 필요하다, 인간은 나약하다, 가루가 되어 부서질 것 같다, 시나브로, 심연 속의 외침이 반복되던 중, 도착하였다. 손을 떨며 짐을 챙긴 후, 지하철을 나와, 달의 여신 축복과 동반 길에 다리를 고정하며 천천히 조심히 숨을 들이마시며 걸어 나간다.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억지로 끌어올려 올라와, 문을 열고 들어간다, 손을 씻는다, 옷을 갈아입는다, 가 방을 연다, 유리병을 꺼낸다, 서랍에서 방부처리다고 꺼낸 후, 유리병에 담아 놓았던, 입술을 꺼낸다. 입 술에 방부처리다고 바른다. 입술의 촉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입술의 아름다움 역시 보이지 않는다. 입술을 진열대에 올려놓는다. 올려놓음으로 인해, 긴장되어 있던 모든 몸의 세포가 서로의 결합을 끊는다. 비통함과 초열지옥 속, 악마와 같이 타오르는 불꽃을 피하고자 발악하는 지옥의 노래가 들리는 공간, 희미하게 붙잡고 있던 정신을 놓아, 6번의 달이 남은 밤과 함께 영혼의 안식을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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