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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랑씨 Feb 14. 2022

입술-2

둘째 날 7월 8일


둘째 날, 7월 8일 일요일


 오전 9시, 머리가 깨질 것 같은 알람 소리 때문에 일어났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였다. 긴장감이 풀린 탓이었는지, 근육통이 몰려온 것 같다. 지친 몸을 이끌고 거실로 나와, 약통을 찾아 진통제를 먹었다. 오 늘은 어제와 다름없이 평화로우며 따뜻한 날이다. 점심을 위해, 집 밑으로 내려가 빵집을 들른다. 오늘 도, 빵집 주인이 웃음으로 나를 맞아준다, 늘 그렇듯 빵 오 쇼콜라를 산후, 친절에 대한 웃음과 함께 안녕을 건네며, 집으로 돌아온다. 이 동네는 정전된 거실처럼, 조용하다. 사색과 함께 걷기 좋으며, 사람들 역 시무 관심하나 따뜻한 인사 정도는 건넬 수 있다. 이점이 내가 이곳에 사는 이 유임이 틀림없다. 손을 씻고 빵 오 쇼콜라와 함께 마실 제로콜라를 잔에 따른 후, 휴대전화기를 켠다. 혹시, 어제 나의 일이 세상에 알려졌을까라는 기대감 혹은 흥분감과 함께 뉴스를 살펴본다. 당연한 듯, 이 세상은 우리에게 관심 없다. 이 세상은 오직, 힘이 있는 자와 아름다운 자들의 잔치이다. 나와 같은 소시민은 액자 밖에 있는 벽일 뿐이다, 액자는 너무 두꺼워서, 우리는 그림의 내부에 들어갈 수 없다. 세상의 역겨움과 함께 빵을 먹은 후, 자리에서 일어나 청소를 시작한다. 청소하는 일은 행복하며 나를 강하게 만들어준다, 먼지를 닦으며 내 정신을 맑게 하고 물체의 재배치로 생각을 다듬는다. 이런 사소한 행동과 규칙적인 행동이 주는 결과 는세상너머에존재하는 종을 울리는 행위와 같다, 힘들게 형이상학적인 것을 애써 증명할 할 필요도 없 으며, 기하학과 같은 학문을 피 터지게 할 필요도 없다, 가장 효율적이며 경제적이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방 안으로 들어가 바로 눈을 감았다. 그 후, 어림짐작으로 나무 선반 앞에 위치한다. 어제의 일이 혹시 꿈일까 봐, 손을 펴면 날아가는 나비와 같을까 봐, 두려움과 함께 천천히 두 눈을 뜬다. 다행히, 입술은 여전히 붉은빛의 반짝임을 유지하며 나를 기다리고 있다. 오 아프로디테여, 이것이 당신 이 나에게 말하려던 아름다움입니까? 유미적이라는 표현은 이를 위함이 틀림없다,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입술 앞에 다가가, 내 입술을 맞추었다. 전율이 흘렀고, 내 속에서 아름다움이 소용돌이쳤다, 이 아름다 움은 모든 사물의 아름다움에 대한 전위적인 지휘이자, 깃발을 들고 바스티유 감옥을 쳐들어간 혁명군 들과도 같다, 우리는 이들을 막을 수 없고, 성을 함락시키는 장면을 그저 무릎을 꿇고 입을 가린 채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자유를 찾기 위해선, 앞으로 수많은 입술을 모으는 방법뿐이다. 힘든 여정이 될 것임은 분명하지만, 아름다움을 위한 희생은 필수 불가하다. 이 세상 모든 것은 아름다워야만 하며, 아름다움 으로 가득 채워져야만 한다. 아름답지 않다면 죽는 편이 훨씬 나을 것이다. 죽음으로, 카론의 강을 건너, 하데스의 동굴에 갇힌 채 아름답지 못했던 자신에 대한 질책과, 아름다운 것들에 대한 용서를 구하는 편 이 좋다고 본다. 아름다움을 위해, 나는 어떠한 힘든 일이든 마다치 않을 것이며 동시에, 아프로디테가 나의 뒤를 지켜줄 것이며, 아름다움을 행 할 때, 에로스가 주는 사랑의 힘을 느낄 것이기에, 두렵지 않다.


오른쪽 눈썹을 중지로 쓰다듬으며 생각을 해본다. 이틀 연속으로, 입술을 모으는 행위는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다줌이 분명하기에 오늘은 집에서 쉬기를 결정했다. 저녁 식사를 위해, 옷을 갖춰 입고 마트를 향 한다. 오늘의 저녁은 잘 구워진 잃어버린 치킨을 하기로 생각했다, 입구에서부터 늘 그렇듯, 감시자가 무 관심하게 인사한다, 나 역시 무관심하게 대답하며, 장바구니를 골라 입장한다. 하얀 살결을 가진 닭을 골 랐고, 봄을 닮은 감자와 아스파라거스를 샀다. 요리라는건어지간히귀찮다, 대충 해 먹으면 되겠다고 생각하지만, 먹는 것 또한 정성스럽게 준비하고 축제와 같은 맛을 먹고 싶은 것은 고질적인 병이다.





장을 본 후, 나만을 향해 내리쬐는 햇볕이 아주 좋아, 산책하고 들어가기로 했다. 마트 옆에는 큰 공원이 존재한다. 용감한 아이들이 뛰어놀고, 병들고 늙은 노인들은 벤치에 앉아, 그들만의 방식으로 느린 시간을 보낸다. 시작과 끝이 공존해 있으며, 아름다움과 추함이 공존해 있는 이 공원은 이질적임에 의해 뒤틀 려있지만, 동시에 이질적이기에 너무 현실과 같다. 이들 사이를 중재하는 것은 오롯이나 한 명뿐이다. 나는 그들 사이에서, 아름다움을 탐구하며, 때로는 어린아이들의 공놀이와 같이 활동적이며 늙은 모습을 그리고 노파들의 사색과 같이 잔잔한 모습을 띤다. 나는 이둘의중재자이며동시에 혁명가로 존재한 다. 나의 존재로 하여금, 이들은 편안함이 느낄 것임이 틀리 없다, 아이들은 나를 보며 미래를 바라볼 것이고, 노인들은 나를 보며 과거를 되짚어 볼 것이다, 오늘도 그들에게 도움을 주었다는 생각에, 표면에 기쁨과 즐거움이 가득 해졌다.


헬리오스가 가져다준 해는, 정 가운데에 떠서 나만을 바라보고 있다. 해를 바라보고 싶다, 애석하게도 나는 헬리오스의 사랑을 느낄 수 있지만, 볼 수는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그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이 공존한다. 지금, 신의 사랑이 느끼며, 특별한 현재를 누린다. 머리카락을 흔드는 바람과, 꽃들이 뿌려 주는 향수와 함께 걸음을 이어나간다. 걸음을 이어 나갈 때마다, 조금씩 어제의 기억들이 지금의 행복을 파 도처럼 쓸어 내려간다. 어제의 역사는 디오니소스적이며 고통 속의 춤과 연극이었다. 디오니소스의 예술은 정신이 아늑해질 강도의 행복을 이끌며, 이 강도 높은 행복을 느끼며 집으로 향한다.


집은 4층이지만 엘리베이터는 없다. 한걸음, 한걸음, 계단을 향해 내 몸을 옮기고 숨을 여러 번 들이쉬고 나서 문과 마주하게 된다. 문의 손잡이를 잡아당김과 동시에 집안의 공기와 낯선 이의 희미한 아름다움 이 나를 반긴다. 여느 때와 다를 것 없는 집의 모양새지만, 희미한 아름다움이 평범을 해체하여, 모든 것 을 갈아엎었다. 내가 한 일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위대한 일이이었으며, 앞으로 펼쳐질 혁명과 같은 일에 대한 초입을 다져놓았다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우선, 손을 씻는다. 콧노래를 부르며, 장을 봐 온 것들을 정리하고, 밖에서 나와 함께하기 위해 달라붙은 것들을 물과 함께 흘려버린다. 오후 15시, 머 리맡에 아이팟에서 노래를 선택한 후, 가사와 리듬의 진동과 함께 잠이 든다.


오후 18시, 자동으로 눈이 떠진다, 잠을 오랫동안 잔다면 나의 하루가 망가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눈을 비비고 침대에서 일어나, 제2의 하루를 시작한다. 낮잠을 자는 동안, 몸은 다시 피어날 준비를 완료했다. 배가 몹시 고프다, 요리를 시작함과 동시에 설거지하며 자리를 정리한다, 더러운 건 몹시 기분이 나쁘다. 혼돈은 생각의 집중을 방해하기에, 없어져야 마땅하다. 식사를 시작한다, 입술은 바쁘게 움직이 고, 입은 음식물을 삼키고 씹기 위해 멈추지 않는다, 게걸스럽게 하지만 조용하고 빠르게 식사를 마친 후 자리를 정리한다. 정리 후, 방 한쪽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외부인의 아름다움과 낯선 향이 나를 방 안으로 빨아들인다, 이는 거부할 수 없었으며, 나를 휘감고 침투한 아름다움 들은 내장 기와 함께 춤을 춘다. 아 름답게 빛나는 진홍빛의 생기가 도는 입술은 광명을 내뿜고 백색 왜성과 같이 우주적인 에너지를 띄며 어두운 방 속, 한줄기 빛 과 같았다.


입술은 언어를 전달하며, 식사하고, 성교하기 위해 필요한 자유의 수단이며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절대 적인 물체임이 분명하다, 이 물체를 내가 한자리에 배치하고 연속성을 생산함으로써, 나에게, 너에게, 우 리에게 자유와 욕망의 혁명이자 표상을 재현해낸다. 이것이야말로, 내가 입술을 모아야만 하는 강력한 목표이자, 드높은 올림푸스의 신들이 나에게 준 과업이다. 세상을 악으로부터 구원하며 아름다움의 이름으로 모두를 지켜내기 위한 것임을 선언한다. 공표와 동시에 내면, 생명의 합창을 느끼게 된다. 입술이 나에게 속삭이는 것만 같았다. 분명히 입술은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 에도 불구하고, 입술은 움직였다, 생명이 넘치는 입술은 나에게 입을 벌려 얘기한다, 더 많은 입술, 더 넓은 수평적 확장이 필요하다고. 그의 전언을 통해, 나는 이 세상 속에서 부족했던 아름다움을, 세상이 정신병에 걸려 아름다움의 정의를 망각한 채 살아가는 지금, 이를 해결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기 쁨을뒤로 한채, 내일을 위해, 망치와 가위 그리고 유리병을 가방 속에 집어넣는다, 또한, 지난번처럼 옷 을버리는행위 또한 불필요하기에, 옷장 구석에 처박혀있는, 미를 상실한 쓸모없는 옷을 챙겨 내일을 위해 가지런히 한쪽 구석에 정리해 놓았다. 출항을 위한 준비는 끝났다. 밤 12시, 아프로디테에 대한 은혜로운 날을 뒤로하고, 내일 벌어져야만 하는 연극과 9일을 품에 안고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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