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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랑씨 Feb 15. 2022

입술-3

셋째 날, 7월 9일 월요일


셋째 날, 7월 9일 월요일


오전 9시, 맑은 알람 소리와 함께 눈을 뜬다, 해가 뜨거울 정도로 창문을 공격한다, 오늘은 이른 아침부터, 많은 일을 해야만 할 것 같다. 왠지, 아침에 길을 나선다면, 행운과 마주칠 것만 같다는 예감이 든다. 이에 따라, 내 몸은 분주해지기를 시작한다, 오늘도 마찬가지로, 웃음기를 머금은 안녕과 함께, 빵오 쇼 콜라를 샀으며, 제로콜라와 함께 아침식사를 시작으로, 생명의 순환을 받아 들 일 준비를 한다. 어제챙 겨놓았던, 옷을 입고, 가방을 챙겨 집 밖으로 나왔다.


오른쪽 눈썹을 중지로 쓰다듬는다. 센 강 쪽으로 가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곳에 간다면 많은 이 들이 모여있을 것이 분명하니, 나에게 표본이 많아지는 셈이다. 지하철을 탄 후, 생루이섬 쪽으로향했 다, 역시 관광객과 파리지앵들은 파도와 같이 엉켜있으며. 이파도에 내 몸을 태워 그들과 함께 유영했다, 어느 한 카페 앞에 다다랐을 때, 찾고 말았다. 그녀는 빨간색 립스틱을 발라 정열적이며 생기가 가득 한 입술을 가지고 있었고, 야릇한 애무를 받고 있는, 창백한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다. 입술의 불꽃과 같은 정열적임과 아이스크림의 차갑지만, 수동적인 자세의 대조가 나를 휘어 감았다. 양립 가능 한두 가지의 물체는 빠르게 공명 했고, 서로 자극하여 더욱 극적인 효과를 낸다, 이 때문에 나의 심장도 빠르게 반응하기 시작한다. 저 입술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 수많은 사람 속에 있으며, 이를 당장 실현하기에는 불가능하다, 그녀를 기다리기 위해, 그녀와 같은 아이스크림을 주문하 여 기다린다.


그녀의 입술은 쉴 새 없이 아이스크림을 짓밟았고 아이스크림의 생기를 빨아 흡수하였다. 그녀는 영어를 사용하였고 가방을 잡고 있는 모습은 영락없는 관광객 같았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아이스크림은 모양을 잃어가고 존재는 소멸하고 있지만, 이와 반대로 입술은 아이스크림으로부터 받은 생명 에너지 덕분에, 더욱 빛나고 금방이라도 터질 것만 같이 차올랐다. 저 입술이 곧 나의 것이 될 거라는 생각에, 지금 당장에라도 가방을 열어 저년의 머리를 내려치고 입술을 잘라 집에 가져가고 싶다. 하지만 나는 냉철하고 똑똑하다. 욕망에 휩싸여, 그러한 멍청한 실수를 저지르지는 않을 것이다. 아이스크림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며 그녀를 지켜보는 중,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 역시, 황급히 가방을 챙겨, 그녀의 그림자를 쫓는다, 오늘의 태양 역시, 오늘의 주인공은 내가 아닌 그녀임을 알고 있는 것만 같다, 햇빛은 그녀의 발걸음보다 한 발짝 앞서, 그녀에게 레드카펫을 깔아주고, 나는 그녀가 지나간 자리의 카펫을 뒤따라 걷는 다. 그녀는 지금, 이 공간 의절 대적인주인이며, 유일한 주체이다. 오직 그녀만이 움직일 수 있고, 그 외의 것들은 그녀의 주위를 향해 돌고 있을 뿐임을 인지하고 있다. 당신은 주인공이고 나는 당신을 빛나게 할 조연이다. 오늘 당신을 화려하게 해 줄 것들을 챙겨 왔으니,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기다림은 항상 한계를 끝까지 끌어올리게 한다, 기다림은 항상 한계의 절벽 위에서 있을 때, 밝게 웃으며 두 손 가득히 선 물을 건네어 준다. 그녀가 골목길로 향하였다. 다섯 발자국 앞으로 가서 오른쪽 골목으로 꺾는 순간, 모 든 사건은 발생할 것이다. 가방에서 망치를 꺼내었다. 하나, 둘, 셋, 넷 , 다섯, 뛰었다, 그리고 제우스의 천 둥을 내려쳤다. 가로막혀 있는 골목은, 굉음과 함께 공간을 찢어버렸다, 그녀의 대가리는 바닥으로 추락하였고, 나는 그 위에서, 그녀의 추락을 지켜본다.


인간과 자연의 조화는 무척이나 아름답다, 아름다움이 지나쳐 경외감마저 든다. 그녀를 돌아 눕힌 후, 장갑과 가위 그리고 유리병을 꺼낸다. 첫날과는 다르게 손은 떨리지 않으며, 침착한 상태에서 진행된다. 장갑을 낀 후, 그녀의 입술을 조심스럽게 움켜쥔다, 가위의 차가운 안쪽 날 부분을 이용하여, 입술을 안 쪽 깊숙이 넣어, 조심스럽게 재단을 시작한다. 입술의 탱탱함이 가위의 날에 전해지고 이 느낌은 장갑을 뚫고 내 손 안으로 들어와 뇌 속까지 침투한다, 조금씩, 천천히 그리고 정확하게 입술을 잘라낸다. 그녀의 입술은 두껍기에, 조금은 더 많은 힘이 필요로 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녀의 입술을 거의 다 잘랐을 때쯤, 다시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한다, 이 때문에, 마무리를 조심스럽게 끝내지 못했다, 억울하다, 마 무리를 더 잘할 수 있었음이 분명한 데, 갑자기 시작된 심장의 요동침 때문에, 일을 깔끔히 끝내지못했 다. 억울해서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아쉽지만, 그녀의 입술을 조심스럽게 유리컵에 담았고, 역할을 훌 륭히완수한가위와 망치를 가방에 넣었다. 입술의 무게 때문에 더 무거워져야할 가방은, 더 가볍게 느 껴졌다. 망치와 가위는 일에 대한 끝마침을 축하라도 하듯 달그락거리며 소리를 내고 있었다. 조급 해하 면 안 된다. 아무리 입술을 보고 싶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참아야 한다. 집으로 빠르게 들어가야만 한다. 나는 다시, 관광객과 파리지앵들의 파도에 몸을 맡기며 유유히, 파도에 떠내려가는 미역과 같이 몸을 맡 기며, 집으로 향한다.


집안으로 들어와, 손을빠르게씻는다, 라텍스 장갑의 냄새는 구역질이 난다. 손을 씻은 후, 가방 속의 유 이병과 망치 그리고 가위를 꺼내, 핏자국을 콜라로 닦아낸다. 붉은색의 액체는 검은색의 액체와 함께 희 석되어, 거품을 일으키며 하수구 밑으로 낙하한다. 그러자, 그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모든 것을 챙 겨 방안으로 들어왔다. 아직 오늘의 태양은 끝나지 않았으며, 태양은 입술을 보고 싶음에 창문을 향해 소리치고 있었다. 자연광 아래, 입술을 볼 생각에 흥분이 가시지 않았다. 유리병을 열어, 입술을 꺼냈다. 얇게얇게 보이는 주름의 굴곡과 탱탱한 표면 그리고 물컹물컹한 질감의 입술은 나를 유혹한다. 나는 너를 범하지 않을 것이다, 너를 품기보다는 시간을 초월시킬 존재로 만들어, 시선으로 너를 가둘 것이다.


책상 속, 방부 처리제들을 꺼내 방부작업을 시작한다. 붓의 머리카락 한 올 한올이 입술을 칠함에 따라, 입술은 무한한 시간을 얻는 영광을 얻게 된다. 더는, 시간과 공간에 얽매일 필요가 없는 입술은 신의 제 물이 된다. 그리고 훗날, 올림푸스에 있어 우리를, 세상을 밝힌다. 헤라의 젖을 먹인 듯한 입술에서 나에 게 알 수 없는 힘이 흘러들어왔다. 욕망은 소용돌이와 같았고, 머리카락부터 발끝까지 수십 차례를 광속과 같이 휘몰아쳤다. 너무 순식간이었지만, 이 힘의 존재를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입술을 번쩍 들어, 신에 대한존경과 함께, 선반 위 두 번째 칸에 위치시킨다. 그녀를 떠나보낸 후, 알 수 없었던 힘은 빠져나 갔고, 심연을 향한 미끄러짐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옷을 벗어 정리한 후, 샤워로 외부의 집착들을 뗀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주위와 함께, 심연을 향한 여행을 시작한다.


오후 19시, 달콤한 선잠이었다, 아무 기억도 나지 않으며, 눈을 감았다가 뜬 것만으로, 여행은 종료되어 다, 온몸에 땀이 흐른 흔적이 있는 것으로 보아, 외부의 것들을 배출해낸 것이 증명되었다. 저녁 식사를 시작하였고, 아무 생각 없이, 허공을 바라본 채 식사를 종료하였다, 식사라는 단어의 선택보다는, 허기를 달래라는 문장이 조금 더 적절한 저녁 식사였다. 식사를 마친 후, 방에 들어와 2개의 입술을 바라보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며, 그저 입술 2개와 나 자신만을 생각했다, 지금 현재, 내가 그들의 물체인지, 그 들이나의 물체인지 감이 오질 않는다. 그들이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닌, 내가 그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만 같다. 나는 그들을 만족하게 해야만 한다, 그들에게 더 아름다운 입술을 선물해줌으로써, 그들에 게 그리고 온 우주에 아름다움을 선물하는기적과도 같은 일이 될 것이다.


나의 프시케, 당신을 행복하게 해드 리오, 당신의 에로스를 찾아 드리겠소, 아름다움의 집약체, 미의 여 신조차 질투하는 당신의 존재를, 온 우주가 소유하고 싶어 하는 당신을 만족하게 해 드리겠소. 프시케는 자신이 가진 우주적인 에너지로 나를 유혹했으며 그녀는 황홀한 보라색의 매끄러운 샅인 천으로 나를 감쌌다. 그 순간, 무의식적으로 혼잣말이 나왔으며, 그녀에게 사랑의 맹세를 하였다.


잘라냈던 입술들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첫 번째의 입술은 엉망진창의 표면을 가지고 있었다, 두 번째 의 입술은 이보다 좀 더 나은 상태였지만 그럼에도, 단면은 매끄럽지 못하며 미숙함이 남아 있었다. 이런 식의 용서를 받지 못할 짓 은하면 되지 않는다. 앞으로 10개의 입술에 대한 미안함과 걱정이 몰아치는 순간, 강철과 같이 서늘하며 외부와 같은 날카로움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새로운 도구를 사야 할 것 같다, 가위로는 부족하다, 가위는 전야제의 재료로 턱없이 부족하다, 입술이 매끄럽게 잘리지 못한 건, 나의 잘못이 아니었다, 나의 미숙함이 문제가 아니라, 가위의 능력이 그저 한참 모자랐을 뿐이었다. 다행이다, 알렉산더 대왕과 같이 페르시아를 박살 냈던 팔랑크스와 같은 해답을 찾아내고 말았다. 급히, 인터 넷을 켜 자료 조사에 들어갔다. 찾았다, 메스를 주문했다, 특급배송을 신청하였고 내일이면 온다는 메일 을받았다. 곧 그들과 나를 만족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문제 제시뿐만 아니라, 문제의식의해답까 지 내놓았다, 나는 더는 포스트 모더니스트 따위가 아니다. 나는 포스트 포스트 모더니스트로 그간 해답을 찾지 못했던, 쓰레기들과는 다름을 발견할 수 있다.


나 자신에 대한 만족과, 앞으로 펼쳐낼 수 있는, 무한 한아름 다움에 대한 기대와 함께, 침대에 누워 휴대 전화기를 보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8일이 남았.., 아 참, 내일은 출근해야 한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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