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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한나 Aug 06. 2020

구름 너머에 있을 별

태국 방콕

 구름 위의 별을 본 건, 한국에서 방콕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이다. 아들은 두 시간에 걸친 징징거림 끝에 내 품에 안겨 잠이 들었고, 그제야 고개를 돌려 비행기 창 밖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아, 구름 위에 있었구나 하고 생각하는 순간 별을 보았다. 하나뿐만 아니라 여러 개의 별들이 보였다. 구름 위의 별들이 신비로워 보여서 멍하니 한참을 바라보았다.

아래서는 구름 때문에 별을 못 보겠구나. 어디에 있던지 별은 있는데 어디에서 보는지에 따라 별을 볼 수도 혹은 보지 못할 수도 있겠구나. 예전부터 자주 들어왔던 관점의 차이다.



여행하면서 발전하고 싶은 부분은 ‘자족하는 능력’이다. 어떤 상황에 있던지, 그 상황에 만족하는 마음을 품고 싶다. 그런 마음을 갖기 위해서는 결국에는 남다른 ‘관점’ 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그 별을 보면서 했다. 구름 때문에, 너 때문에, 가족 때문에, 돈 때문에 등등 ‘때문에’는 정말 많을 것이고 그 또한 충분히 이해될 만한 힘든 이유들 일 것이다. 다만, 그 구름에 집중하다 보면 결국 별을 놓치는 거다. 구름 너머에 있을 별을 기대하며, 상상하며 사는 인생이 구름을 손가락질하는 인생보다 더 빛나지 않을까. 지친 나에게 다가왔던 그 별을 품는다.



여행을 통해 세상을 보면서 사람을 만나며, 육아에 지쳤던 아줌마가 다시금 소망하게 되었다. 이것은 그동안 하루하루의 고된 여정이 쌓여 내 안에 잔잔히 다가왔다. 정답은 아직도 모르고 이뤄질 수 있을지도 모르는 소망이지만, 다시 꿈꿀 수 있는 것만으로도 하루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엄청난 에너지를 얻었다.

그렇다고 인생이 늘 무지갯빛이 넘치는 건 물론 아니다. 하지만 답답한 벽에 부딪칠 때마다 구름 위의 별을 기억한다. 때로는 깜깜한 밤하늘에서 내가 보이는 건 구름뿐이지만 그 위에는 분명히 별이 있을 거라고 말이다. 내가 서 있는 이 땅에서는 보이지 않을 뿐이라고 내게 말한다.






방콕에 있을 때, 약한 손톱이 의자에 잘못 걸려서 조금 금이 가기 시작하더니 결국 손톱의 3분의 2 정도가 잘려나갔다. 그전부터 이유는 모르겠지만 손톱이 약해졌다. 심하게 부서진 손톱을 쳐다보니 참 보기 흉하다. 남은 부분이 얼마 되지 않아 보기 싫어서 며칠은 억지로 쳐다보지도 않았다. 괜스레 다른 사람이 쳐다볼까 봐 손을 숨기기도 하면서 말이다. 별거 아닌 게 참 쑥스럽고 창피하다.

그러던 어느 날, 방콕에서 만난 친구가 물었다. 그 잘려나간 손톱이 아프지 않냐고…

그 순간, 나도 놀랐다. 그렇게 많이 잘려 나갔으면 아픈 게 정상일 텐데 신기하게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흉측한 몰골을 한 내 손톱이 신경 쓰였지, 한 번도 아프지 않은 그 사실을 깨닫지도 못했다. 너무나 못생겨져 버린 손톱이지만 그래도 고통스럽지 않은 게 다행이고 기뻤다. 여행 중에 어디가 아프면 많이 신경 쓰이는데, 미관상 안 좋을 뿐 다른 것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게 얼마나 감사하던지.



삶을 살다 보면, 이런저런 일들이 우리에게 일어난다. 힘든 일들 중에서도 우리가 때론 그 순간 깨닫지 못하지만, 그 안에서도 다행이고 감사한 부분은 많다는 걸 느낀다. 남편이 방콕에서 감기 때문에 비실비실거렸다. 아들 챙기랴, 남편 챙기랴, 나 또한 감기 때문에 몸이 아파서 점점 더 지쳐갔다. 하지만 또 생각해보면, 이리 길게 세계 여행을 하면서 큰 사고 없이 잔병치레 정도 하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싶었다.

힘든 상황에 처해 있을 때, 그럴 마음이 들지 않는데 억지로 감사할 거리를 찾아내라는 말이 아니다. 자연스럽게 다른 관점이 생긴다면 그 부분에 마음을 열어둘 수 있는 태도가 때론 필요하지 않나 싶은 거다. 내 못난 손톱이 그래도 아프지 않아서 너무 감사했던 것처럼, 나중에 힘든 상황에 처해진다고 해도 분명 감사할 마음의 공간이 있을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구름 너머에 있는 별을 기억하는 덕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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