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친구는 손녀를 얻어 할아버지가 되었고, 또 한 친구는 병 앓이를 겪으며 할아버지가 되었다. 그리고 다른 한 친구는 어느 순간부터 뒷모습이 자연스레 할아버지가 되어 있었다. 세월이 흘러가는 걸 알면서도, 이처럼 한 걸음 한 걸음 나이 듦의 풍경이 낯설기만하다.
나 또한 그런 친구들 덕분에 할아버지가 되었다. 혈연으로는 손녀를 두지 않았지만, 친구들과 나이 들어가는 여정을 공유하며 마음으로는 이미 충분히 할아버지가 된 기분이다. 그래서인지 예전에는 노인의 역할이 어딘가 멀고 막연하게 느껴졌지만, 지금은 손에 잡히듯 가까이 와 있다.
우리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하나의 풍경이 된다. 누군가는 산등성이의 오래된 나무처럼 굳건하게 서 있고, 또 누군가는 강가에 고즈넉히 앉은 바위처럼 시간의 흐름을 품고 있다. 나 역시 이제 그 풍경의 일부가 되어가는 과정을 즐기고 싶다.
그리고, 이제는 자연스럽게 나이를 먹는 세대가 되었으니, 이 시기도 잘 지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삶은 늘 앞을 향해 나아가지만, 그 속에 담긴 소소한 이야기들과 따뜻한 나눔은 우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줄 것이고, 이제는 그 속에서 나이 들어가는 즐거움을 찾아보려 한다. 그렇게, 오늘도 한 걸음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