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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쁨작가 마드쏭 Oct 17. 2022

분노 뒤에 숨은 슬픔

트라우마 알아차림 & 극복

"엉엉 엉엉 엉엉 엉엉"

아이의 울음소리가 귀를 통과해 내 심장을 난도질하는 것 같다. 사소한 일로 울고 있는 아이를 보면 귀를 막고 같이 소리치고 싶어 진다.

"그만 좀 울어!"



 아이를 달래주기 어렵다 느껴지면 그 자리에서 벗어나 혼자 있을 공간을 찾는다. 완전히 분리되면 아이가 버림받은 느낌이 들까 봐 문을 닫지는 못하지만 일단 아이 앞에서 벗어나야만 했다. 나에게도 마음을 진정시킬 시간이 필요하다. 유튜브에서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음악을 튼다.

'아이가 크게 우는 상황을 만나면 왜 화가 나는 것일까?'  



 언니의 사춘기 시절, 자주 부모님과 부딪혀 대성통곡하며 오래도록 울던 모습이 떠오른다. 언니가 부모님과 대립하여 울며 큰 소리가 오가는 동안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고 있는 내가 보인다. 눈물이 난다. 지금 내 앞에서 크게 소리 내어 우는 아이는 항상 그때의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언니는 무엇이 그렇게 억울하고 화가 나서 오래도록 울어야만 하는 것일까? 부모님은 왜 언니를 이해하고 달래주지 못할까? 내가 부모라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내가 언니라면 저렇게까지 울지 않을 것 같은데' 그 상황이 답답하고 빨리 지나가길 바랐다. 네 살 터울이라 언니의 사춘기 시절에 나는 어렸고 그 상황을 내 힘으로 바꿀  없었다. 언니와 부모님 관계를 개선시키고 각자가 갇혀 있는 감정에서 벗어나게 도울 능력이 없었다. 그래서 '내가 그 상황에 부모라면, 언니라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방법이 궁금하여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프로그램도 즐겨봤다.



 나를 화나게 하는 것은 지금 내 앞에서 울고 있는 아이 때문이 아니다. 아이는 나를 괴롭히기 위해 우는 것이 아니다. 그저 내가 어릴 적 통제할 수 없었고 보호받지 못했던 순간을 떠올리게 했을 뿐이다. 그때 알지 못했던 문제를 풀 수 있게 찾아온 기회인지도 모른다. 어릴 때 그 순간은 나에게 고통을 주는 괴로운 시간이었지만 어른이 된 지금의 나는 당시 언니와 부모님의 힘듦을 본다. 원하는 대로 마음 편히 공부할 수 없고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간섭받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답답했을 언니와 단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챙겨주려고 했을 뿐인데 언니와 방향과 맞지 않아 부딪히면서 억울함을 느꼈을 부모님. 양쪽 다 안쓰러움으로 다가왔다. 어렸던 나는 그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지만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 그들을 이해하고 마음으로 안아줄 수 있게 되었다. 그들도 얼마나 그때 힘들었을까. 그 상황을 받아들이자 아이를 안아줄 수 있게 되었다. 나에게 깨달음을 주려고 아이가 힘들게 우는 것 같아 미안하면서도 아이의 울음을 보기 전까지 알지 못했던 어릴 적 트라우마를 알아차리고 벗어날 수 있게 해 준 아이가 고마웠다.



 유난히 특정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든 순간이 있다. 그럴 때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에서 잠시 벗어나 자신이 지금 느끼는 감정, 떠오르는 이미지, 소리와 같은 감각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그러면 현재 자신을 힘들게 하는 상황과 유사한 과거의 일이 떠오른다. 과거에 느낀 감정들을 해결하지 못하면 앞으로도 매번 유사산 상황에서 똑같이 힘든 감정을 만나게 된다. 특정 감정으로부터 자유롭고 싶다면 과거를 받아들임, 그와 관련된 사람들을 용서하고 나를 껴안아줄 시간이 필요하다.

'무섭고 힘들었지? 이제 괜찮아. 이젠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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