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째 매일 새벽 5시 낭독을 한다. 나의 목소리로 책을 읽고 누군가의 소리를 들으며 책 속 문장을 마음으로 담는다. 낭독을 하고 각자의 생각과 느낌을 나누는 것이 그날을 시작하는 활력의 근원이 된다.
내가 낭독을 좋아하는 이유가 뭘까?
낭독을 전문적으로 배우기 전에는 말의 속도, 책을 소리 내어 읽는 속도가 빨랐다. 말이 빨라질 때는 시간이 부족하거나 긴장 또는 흥분해서 그러기도 했지만, 내용이 길어지는 경우 '상대방이 지루해하면 어쩌지? 내 말을 잘 들어주지 않으면 어쩌지?' 하는 불안한 마음도 있었다. 책을 읽을 때 빨라지는 것은 호흡이 길지 않았고 글자 하나하나 틀리지 않고 매끄럽게 읽는 것이 잘 읽는 것인 줄 알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읽고 나면 내가 읽은 부분은 무슨 내용이었는지 몰라서 다시 보게 되는 경우도 많았다.
1. 낭독 시 복식호흡으로 얻은 평정심
성격이 급한 난, 특히 어머니와 이야기 나눌 때면 왜인지 종종 짜증이 올라왔었다. 그런데 낭독으로 마음에 여유와 편안함이 스며들기 시작하면서 어머니와의 충돌도 줄어들었다. 그 이유를 건강 관련 책들을 읽으며 알게 되었다. 스트레스 관리에 복식호흡이 마음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되었던 것이다. 예전엔 호흡이 짧아 빨리 낭독했던 나는, 한 문장을 쉼표나 마침표가 나오기 전까지 가능한 한 호흡에 읽기 위해 숨을 깊게 마시기 시작했다. 쉼표와 마침표를 만났을 때 순간적으로 깊이 들이마시게 되는 복식호흡으로 책을 낭독하면서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복식호흡을 하며 편안한 마음으로 책의 내용에 집중하니 낭독의 속도가 내용에 따라 자유로워졌다. 내용상 긴장감이 들 때는 빨라지기도 하고 내용을 깊이 음미하고자 할 때는 오히려 느려지기도 했다. 일상에서 말이 빨라지고 있음을 느낄 때도 호흡을 깊게 하면 평정심을 되찾고 말의 속도도 편안해질 수 있었다.
2. 지금 이 순간을 즐김
북 내레이터 과정을 수료하는동안 부족한 발음을 개선하고 싶었다. 그런데 발음에 신경 쓰다 보면 내용에 집중이 안 되고, 발성, 호흡에 집중하다 보면 발음이 부정확해졌다. 북 내레이터에게 발음, 발성, 호흡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청자들을 책의 내용에 몰입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낭독자가 편안한 마음으로 읽지 않으면 듣는 사람도 책의 내용에 집중하기 어렵다. 그래서 찾은 방법은 발음이 좀 부정확하거나 지나간 내용을 놓쳤더라도 낭독자인 내가 먼저 현재 읽고 있는 문장에 집중하고 몰입해서 읽는 것이다. 그러면 듣는 사람도, 나도 편안하게 그 내용을 즐길 수 있었다. 낭독을 잘하기 위한 방법은 행복해지는 방법과 같다. 지금 여기, 이 순간을 즐기면 된다.
3. 감정 표현의 자유로움
내가 어릴 적엔 내성적이고 옆에 있어도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한 아이였다. 그렇지만 책을 읽을 때는 달랐다. 특히 희곡을 낭독할 때면 책 속 상황과 인물에 맞게끔 감정을 살려 읽는 것을 좋아했다. 평소 내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했지만 책을 읽을 때만큼은 책을 매개체로 책 속 인물인 된 듯 표현하는 것이 재밌었다. 대리만족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나답게 살기로 했다>,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처럼 '나'에 초점을 둔 책들이 많이 출간되고 있다. 요즘은 자신을 사랑하고 표현하기를 권장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사회생활을 잘하기 위해서는 평소 자신을 표현하기보다 자신을 숨기고 억눌러야 되는 경우가 많다.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보느라 화가 나도, 서운한 마음이 들어도, 슬퍼도 기뻐도 겉으로 마음껏 표현하지 못한다. 그렇지만 낭독으로 내 목소리를 내어 표현하고 다른 사람의 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면 억눌린 마음이 편안해진다. 다른 데서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지 못하지만 낭독 후에는 스스럼없이 표현할 수 있다. 일상에 쫓겨 자신의 감정을 마주하기 어려운데 이 시간만큼은 '내 마음이 어떻지?' 들여다볼 수 있는 여유를 허락한다. 자신의 목소리로 나를 표현하고 자신의 마음을 계속 들여다보는 것은 '나를 사랑하는 시간'을 늘려가는 것과 같다. 그 시간은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며 하루를 살아갈 힘을 준다.
오늘 하루, 내 마음을 보살피지 못해 힘든 하루를 보냈다면 가까이 있는 책 한 권 집어 들고 소리 내어 읽어 보자. 하루 동안 억지웃음 또는 무표정으로 자신의 감정을 숨기며 보냈더라도 목소리만큼은 자신의 감정을 숨길 수가 없다. 억눌린 나의 감정, 자신의 목소리를 통해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자. 힘들었을 나를 위로하고 사랑해주기 위해서...